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 조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단 전문가들은 이대위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 조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단 전문가들은 이대위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이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이단성 연구 조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전광훈 목사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복원(예장대신복원·강대석 총회장)이 "총회 차원에서 전 목사 신학 사상을 조사하고, 문제가 있다면 교단 차원에서 지도하겠다"며 조사 보류를 요청했고, 이를 수용한 것이다.

예장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심상효 위원장)는 2월 23일 회의에서, "전 목사 문제를 면밀하게 조사하겠다. 연구를 보류해 달라"고 한 예장대신복원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심상효 이대위원장은 "전광훈 목사 건은 신학 문제가 아닌 언어 표현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3월 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전광훈 목사가 '하나님 까불면 죽어'라고 말해서 논란이 됐는데, '하나님께 까불면 죽는다'는 말을 하려다 '께'가 빠진 것이다. 표현이 거칠어서 그런 것이지 신학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어 순화는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전광훈 목사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목회적 현실을 고려했을 때 전 목사를 이단으로 지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단 상담사들은 검찰 입장에서 (전 목사를 이단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나는 목회를 하다 보니까 목사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교회에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집사가 있다. 집단감염 때 엄청 찍혔지만, 목사 입장에서는 기도 많이 하는 교인이다. 그가 떠난다고 생각해 보라. 100명 중 5명만 떠난다고 생각해도 엄청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목회적으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할 경우 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교회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심 목사는 "유튜브를 보면 (전광훈 목사 채널로) 주일예배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분당우리교회만큼 많다. 그런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총회 총대도 60세 넘은 사람이 대부분인데, 전 목사를 따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이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심 목사는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협의회)의 의견도 중요하게 참고한다고 했다. 그는 "친목 단체지만 전문가들이 많이 있어 중요하게 참고한다. 협의회가 2020년 2월 '하나님 까불면 죽어' 발언에 대한 입장을 낸 적이 있는데, 그때는 굉장히 날카로웠지만 지금은 지켜보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전 목사가 무죄판결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는 과격한 발언과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수 족보에 나오는 여성이 전부 매춘부라고 발언해 또 논란을 일으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광훈 목사는 과격한 발언과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수 족보에 나오는 여성이 전부 매춘부라고 발언해 또 논란을 일으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실제로 주요 교단은 전광훈 목사의 이단성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소강석 총회장)은 지난해 11월 전 목사에게 '엄중 경고'하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수준에서 관련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또 다른 보수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박영호 총회장)은 지난해 10월 총회에서 "전광훈 목사를 따르는 수많은 교인이 이단 옹호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1년간 조사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이단 전문가들은 이번 보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장통합 이대위원장을 역임한 최삼경 목사(빛과소금교회)는 3월 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대위가 무슨 생각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전광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역사 속에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예장통합 이대위 신학전문위원을 지낸 허호익 교수(대전신대 은퇴)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타 교단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연구하지 않겠다는 것은 책임 회피다. 그러면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왜 이단으로 규정했나. 임 목사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예장통합이 소속돼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 교단이기도 하다. 이번 이대위의 결정에는 일관성이 없다. 이유도 말이 안 된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스스로 위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이대위원장을 지낸 진용식 목사(안산상록교회)도 "전광훈 목사는 충분히 이단성이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처리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단 문제는 진보·보수 문제와 결부해서는 안 된다. 추종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이단 논의를 주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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