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 목사와 남성 장로가 만났다.
- 목사님~ 안녕하세요.
- 예. 장로님, 한 주 동안 평안하셨어요?
- 예쁜 목사님을 못 뵀는데 편안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일주일 만에 목사님을 뵈니까 더 영계가 되시고 예뻐지셨네요~

#2. 여성 집사가 여성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 이게 왜 갑자기 안 되지? 목사님~ 여기 복사기가 잘 안 되는데요.
- 그래요? (뚝딱뚝딱) 자, 집사님 종이 한번 넣어 보세요. 제가 잘 고쳐 놨어요.
- 예쁘고 얌전한 목사님인 줄로만 알았는데 못하시는 게 없네요. 여자가 별걸 다 잘하세요.

#3. 여성 권사, 남성 장로가 여성 전도사를 만났다.
- 전도사님~. 전도사님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전도사님 옷 사이즈가 44? 55? 늘 몸매가 아주 죽이세요.
- 아이고 권사님, 우리 전도사님은요. 몸매만 쭉쭉빵빵한 게 아니고, 엉덩이 둘레도 만만치 않아요. 보세요. 저는 여자 볼 때 엉덩이부터 보는데요. 우리 전도사님은 다음에 아기 낳으실 때도 쭉쭉 잘 낳으실 거예요.

#4. 남성 장로가 새로 당선된 여성 장로에게 인사하다.
- 드디어 우리 교회에도 여성 장로가 피택되었네요. 장로님, 교회 행정은 우리 남자 장로들이 지금처럼 잘 이끌어 갈 테니까요. 장로님은 아무 걱정 마시고 그저 여신도들이랑 교회 봉사, 주방일 이런 거 더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부탁드릴게요~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윤세관 총회장) 여신도회전국연합회·전국여장로회·한신여동문회·여교역자협의회로 구성된 '기장여성연대'가 총회 마지막 날 오전 '교회 성 평등, 성을 논하다'를 주제로 이야기 마당을 열었다. 기장여성연대는 짤막한 연극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모임에는 총대 70여 명이 참석했다. 그중 남성 총대는 36명으로 절반을 넘는 수치였다. 김영선 목사(해인교회)는 "교회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성폭력 사례, 성소수자 문제를 다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모임 취지를 설명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논의보다는, 현재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차별 사례에 대한 총대들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총회 마지막날 아침, 총대 70여 명이 모여 '성 이슈'를 논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성희 회장(여교역자협의회)은 "성차별은 우리가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평등을 이야기할 때는 기회·조건·결과의 평등이 있어야 하는데, 교회는 이 세 가지 모두 충족되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부교역자를 뽑을 때 '군필자·기혼자'를 조건으로 내세워 지원도 하지 못하고, 아이 낳으면 대체 인력 없이 목회 현장에서 빠져야 하는 여성 목회자의 현실, 이런 기회와 조건 때문에 당연히 결과도 평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성평등위원회가 헌의한 '양성평등위원회'를 '성정의위원회'로 개명하는 건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여기서 말하는 성은 성별(sex)이 아닌 젠더(gender)다. 한 총대가 둘의 차이를 설명했다. 문화·사회적으로 습득한 성이 젠더다. 이혜진 총무(여교역자협의회)는 "내가 가진 성 외에 다른 성에 대해 관심 갖고 그 사람이 현실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젠더 감수성'"이라고 말했다.

'젠더'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성소수자 문제로 흘러갔다. 전날 밤, 기장 102회 총회 정치부는 교회와사회위원회(교사위·김경호 위원장)가 올린 '성소수자 교인 목회를 위한 연구위원회 구성과 활동 헌의안'을 기각했다. 특히 장로 총대들의 반발이 거셌다.

한 총대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같은 총대 사이에도 서로 다른 불안감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 안건을 기장 총회가 통과시키면 다른 개신교 교단에 '기장은 역시 이단이구나' 하는 소리를 들을까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성평등위원회가 성소수자 문제에 연대하는 것보다는 거리를 조금 두는 게 전략적으로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김성희 회장이 전날 정치부에서 성소수자 관련 헌의안을 심사할 때 보고 느낀 점을 말했다. 김 회장은 "그 헌의안은 '동성애 찬반'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우선 연구를 좀 해 보자고 하는 것인데도 바로 기각됐다. 총대들은 젠더가 뭔지, 동성애의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도 잘 모르면서, 아예 다루지 말자는 식으로 말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는 지금도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 총대는 "이 자리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왔다. 성소수자가 현실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려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사회자는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불렀다. 임 목사는 "저는 일상에서 성소수자 교인을 참 많이 만나고 있다. 평범한 모태신앙인도 있고 목회자·장로·권사 자녀도 있다. 그들은 이미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교회에서 단 한 번도 '너는 너대로 하나님의 형상을 띤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곁에서 숨 쉬는 존재지만 편하게 숨 쉬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임 목사는 정치부에서 기각됐다 하더라도, 성소수자 문제를 한 번 더 생각해 달라고 총대들에게 부탁했다. 그는 "지역 교회 목회자·장로들이 겪고 계신 어려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동성애 반대'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왕따를 당하고 이단 취급받는 현실에서 무조건 맞서 싸워 달라는 건 아니다. 다만 성소수자를 왜곡하고 비방하는 그 모든 정보가 정말 사실인지, 올바른 정보를 접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만 생각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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