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님은 성소수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주시고, 이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시고, 지친 이들과 함께 동행하며 축복을 빌어 주셨습니다. 축복은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베푸신 큰 은혜이자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이동환 목사님의 축복은 소외되어 있는 사람이 슬픔에서 벗어나 행복하길 바라는 예수님의 사람입니다.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듯이 우리는 축복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집과 동물과 자동차에도 축복을 하는 세상입니다. 이동환 목사님의 축복이 죄라니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뉴스앤조이-최승현 편집국장]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 '하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3월 4일, 성소수자를 환대하고 그들을 위해 축복기도를 베풀다 끝내 '출교'당한 이동환 목사를 격려하고, 이 목사를 저버린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를 규탄하는 저녁 기도회에서였다.   

이동환 목사가 출교당한 3월 4일 저녁, 감리회 본부 앞 광장에 120여 명이 몰려 판결을 규탄하고 이 목사를 위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가 출교당한 3월 4일 저녁, 감리회 본부 앞 광장에 120여 명이 몰려 판결을 규탄하고 이 목사를 위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성소수자환대목회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가 주최한 월요 기도회에는 평소보다 많은 120여 명이 몰렸다. 대책위 예상보다 참석자가 많아 성찬 분병이 모자랐다. 참석자 중에는 감리회 교인보다 타 교단 교인이 더 많아 보였고, 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감리회 출신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거듭 밝혀 온 목사를 쫓아낸 교단에 분노했고, 오늘로 목사직을 잃은 '시민 이동환'의 모습을 보며 슬퍼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장을 지낸 박승렬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가 설교했다. 박 목사는 하늘 대표가 말한 "차를 사도 축복기도 하는 세상"이라는 말을 거들며,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목사를 쫓아낸 감리회를 강하게 규탄했다. 특히 그는 총회 재판위원들을 '21세기 서울의 빌라도'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든지 누구에게나 요한 사도처럼 복을 빌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목사가 축복기도 할 때 상대를 선별합니까? 여러분은 교회에서 축복기도 할 때 신분증 검사하고 하십니까? 참여자들의 전과를 검사합니까?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의 민족과 인종을 구분합니까? 그의 사상과 종교를 검증하고 축복기도 합니까? 하나님의 복을 빌어 주는 축복기도 할 때 어찌 사람을 차별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한다니 소가 웃을 일입니다. 목사는 자신의 신앙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며 축복기도 합니다. 그의 신앙 양심을 누가 재판할 수 있습니까? 모든 인류의 어버이 되시는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에게 복을 주실까요?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복을 주시고자 하시는데 우리가 반대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의 복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사전 검열하겠다는 놈이 사탄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축복하시는데 감히 사람이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박승렬 목사는 "출교 처분은 주님의 사랑을 전하다가 받은 영광의 스티그마, 낙인이고 주님을 따르며 지게 된 영광의 십자가"라며 이동환 목사에게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 시기 종교재판에 출석하던 마르틴 루터를 회상하며, 이 목사가 목회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이동환 목사는 오늘을 끝으로 클러지 셔츠를 벗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는 오늘을 끝으로 클러지 셔츠를 벗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재판이 진행된 지난 몇 년간, 항상 성직자를 상징하는 '클러지 셔츠' 복장으로 재판 장소에 출석했다. 유서 깊은 성직자 복장이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가톨릭 신부'만이 이 복장을 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때문에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몇몇 교인은 "목사가 로만 칼라를 왜 입느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이 클러지 셔츠를 입는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이제는 클러지 셔츠를 다시 입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 복권이 된다면 그때 입겠다"고 말했다. 

"선고를 듣는데, 주문(상소를 기각한다) 후에 기각 사유에 대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고개가 땅으로 숙여졌는데, 사유를 듣다 보니 들으면 들을수록 잘못한 게 없더라고요. 성소수자 축복, 잘한 거죠. 서울 광장에서 무지개 깃발 흔든 것도 잘한 겁니다. 그래서 듣는 순간 '뭐지, 날 칭찬하는 순간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선고를 마칠 때까지 당당히 고개를 들고 선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목사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감사한 사람들의 이름은 저녁 기도회 때 불러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기도회 때는 "하나하나 적어 보는데 도저히 다 적을 수가 없더라. 하루 종일 적어야 가능할 듯 싶어서 중간에 포기했다"며, 기도회를 찾은 이들에게 다시 감사를 표했다. 그는 "여러분의 응원과 지지, 기도가 없었다면 이 싸움을 끝까지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애써 온 과정이 헛되지 않게, 어딘가에서 꽃을 피워 내는 걸음으로 사용되기를 바라며, 감리회 동료들에게 감히 부탁하건대 두렵겠지만 한 뼘씩의 용기를 내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다 함께 일어서서 이동환 목사를 향해 두 팔을 내밀고 격려하고 축복했다. "때로는 너의 앞에 어려움과 아픔 있지만 / 담대하게 주를 바라보는 너의 영혼 / 너의 영혼 우리 볼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 너의 영혼 통해 큰 영광 받으실 하나님을 찬양 / 오 할렐루야"라는 가사가 이 목사를 향했다. 

대책위는 이후에도 총회 재판위원회 판결 무효 확인소송과 기도회, 좌담회 등을 열며 출교 선고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고 법적 대응에 나선다. 먼저 3월 12일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법정에 간 성소수자 환대 목회,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송을 맡은 이들이 이 목사를 향해 축복송을 부르며 격려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특송을 맡은 이들이 이 목사를 향해 축복송을 부르며 격려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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