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크리스천투데이> 설립자 장재형 씨가 미국에 설립한 올리벳대학교와 유관 기관들이 이번에는 미국 연방 조직범죄법(Racketeering Influenced and Corruption Organization Act) 위반으로 최대 1760만 달러(약 233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미국 전자 상거래 지원 회사 8fig는 8월 10일 텍사스주 서부지구 연방 법원에 올리벳대(Olivet University), 세계올리벳성회(World Olivet Assembly), 주빌리월드(Jubilee World), 주빌리대학교(Jubilee University), 그레이트커미션대학교(Great Commission University) 등 올리벳대 유관 기관을 비롯해 Stepup Funny, Benlong Hall, Calixo, Elimwood Hemet Golf Resort 등 여러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8fig은 사업 자금이 필요한 신생·소형 업체들을 돕고, 이후 업체가 수익을 내면 수익금 중 일부를 되돌려 받는 일종의 금융 비즈니스 업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이 8fig에게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업체를 폐쇄하거나 잠적했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대출을 받은 후 경영 상황이 악화해 연체하는 일은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10개가 넘는 기업이 비슷한 시기 자금을 지원받고 갚지 않았는데, 그들이 서로 연결된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8fig은 올리벳과 연관된 수많은 회사가 일단 초기 지원금을 받은 뒤, 8fig과의 관계를 끊고 위장폐업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고 본다. 8fig은 이렇게 해서 피고들로부터 손해를 입은 금액이 총액 590만 달러(78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 조직범죄법은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청구 가액은 최대 1760만 달러에 이른다.

올리벳대학교를 비롯해 이 대학 출신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들과 단체들이 무더기로 소송을 당했다. 의도적·조직적으로 일종의 '대출 사기'를 일으켰다는 혐의다. 올리벳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올리벳대학교를 비롯해 이 대학 출신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들과 단체들이 무더기로 소송을 당했다. 의도적·조직적으로 일종의 '대출 사기'를 일으켰다는 혐의다. 올리벳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소장을 보면, 8fig이 지난해 3월부터 8월 사이 계약을 맺은 10여 개 업체의 이름과 계약 내용이 나와 있다. 그런데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8fig은 진상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8fig은 "가맹점들의 채무불이행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가맹점들, 주요 피고들이 소유한 다른 법인들, 그리고 조사 결과 다른 가맹점 피고들 및 주요 피고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법인들과 주고받은 일련의 송금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송금 기록을 보니 8fig에는 돈을 갚지 않는 10여 개 업체가 서로에게 돈을 보내기도 하고, 정체불명의 회사에 송금하기도 하고, 심지어 올리벳대에 직접 송금하기도 하는 등 이상한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다.

더 깊은 조사에 나선 결과, 8fig은 돈을 보내거나 받은 법인의 대표 및 대리인이 대개 올리벳대 졸업생이나 유관 기관 직원, 또는 올리벳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이들이었다고 했다. 여기에 과거 올리벳대의 돈세탁 논란 등 여러 전과 및 소송 패턴을 종합해 봤을 때,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사라진 회사들의 배후에는 올리벳대와 세계올리벳성회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8fig은 소장에서 "많은 업체가 적어도 2021년부터, 세계 올리벳 성회 운동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단체를 통해 송금 사기(wire fraud), 돈세탁(money laundering) 및 관련 행위를 해 왔다"며 "그들은 8fig을 속이고 조직을 통해 자금을 이체함으로써 세계올리벳성회 및 그들의 관련된 '회사들(arms)'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행동하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런 다음 피고들은 8fig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세계올리벳성회 운영 자금 및 미국 전역의 대규모 부동산 구매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관련 법인 및 올리벳과 연결된 법인으로 이체했다"면서, 올리벳대 캠퍼스 명목으로 뉴욕주 도버 플레인스와 미국 각지 부동산을 사들인 자금이 이런 사기 행위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8fig이 정리한 송금 내역. 8fig과 계약을 맺은 업체들(Merchant)은 8fig에 돈을 보내는 대신 다른 솟으로 수십~수백 차례 송금을 했다. 올리벳대학교나 세계올리벳성회에 직접 송금하는 경우도 있었고, 올리벳과 연관된 회사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소장 갈무리 
8fig에 돈 갚는 대신
올리벳대와 다른 회사들에 수상한 송금
한국인 대표들은 <크리스천투데이> 기자 출신

<뉴스앤조이>는 올리벳대가 1760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 연방 법원이 운영하는 PACER(Public Access To Court Electronic Records)를 통해 이 소송 내용 및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미국 연방 법원은 소장과 관련 자료 일체를 모두 온라인에 공개한다.

8fig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자료를 보면, AA7 Days, Benghall, Calixo, Silvanes, Glamhiv, Rootstim, Invention Cool, Spectra, Venturelaze, HuanXi, Inbria, Costal Fan, Cornerstone 등의 업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회사로 수십에서 수백 회 자금을 이체하거나 올리벳대에 직접 자금을 이체한 기록들이 남아 있다.

8fig과 펀딩 계약을 체결한 피고 회사의 대표 중에는 한국인도 상당수 찾을 수 있었다. 취재 결과 고 아무개 씨, 함 아무개 씨, 이 아무개 씨 등 이름을 올린 한국인 대부분이 과거 <크리스천투데이>에서 기사를 썼던 것으로 확인됐다. 8fig의 자체 조사 결과로도 현재 함 씨는 장재형 씨가 설립한 <크리스천포스트>의 웹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올리벳대 교수의 배우자이거나 올리벳대와 관련한 회사 오이코스네트워크의 관계자 또는 배우자도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도 2018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던 '조너선 박'이 또다시 등장했다는 점은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도 암시한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조너선 박이 140여 개의 회사 설립에 관여하면서 수상한 비즈니스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이 회사들의 대표 중 상당수가 장재형 씨가 설립한 한국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복(올리벳) 교단 관계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조너선 박이 이번에도 여러 회사를 뒤에서 운영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8fig은 "조너선 박과 그의 다양한 법인은 연결된 당사자들 간의 자금 이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번 소송에서 조너선 박이 핵심적인 인물이라고 지목했다. 5년 전에도 수상한 비즈니스로 선교 단체나 기독교 사역 활동 대신 '쇼핑몰'을 한다는 의혹을 받았던 올리벳 측은 지금도 같은 의심을 사고 있다.

한 탈퇴자가 작성한 '노아의 방주' 그림. 1층은 경제 사역, 2층은 문화 사역, 3층은 선교 사역을 의미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 탈퇴자가 작성한 '노아의방주' 그림. 1층은 경제 사역, 2층은 문화 사역, 3층은 선교 사역을 의미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또다시 등장한 '방주'

소장에는 장재형 씨와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도 등장한다. 8fig은 이 전자 상거래 업체들이 세계올리벳성회 또는 '커뮤니티'로 알려진 종교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커뮤니티가 3개 층으로 나뉜 '방주'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장재형 씨가 받아 온 재림주 의혹 등 이단성 있는 교리에 대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커뮤니티는 △공동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세계관을 확산하며 △공동체를 둘러싼 이야기를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수단을 사용한다. 이것은 세 개 단위로 나눌 수 있는데, 공동체에서는 그것을 잘못된 정보의 '제2의 홍수'에 대항하는 '방주'라고 말한다. 이것은 △미디어 회사 △대학 △전자 상거래 플랫폼으로 구성된다(The Community employs a variety of businesses and outlets to (1) fund the Community, (2) spread its worldview, and (3) control the narrative around the Community. These ventures can be divided up into three units, which the Community often refers to as "arks" against the "second flood" of misinformation: (1) media companies, (2) universities, and (3) e-commerce platforms)."

이 '방주'는 2018년 일본 <크리스천투데이> 탈퇴자가 언급한 '노아의방주' 개념과 거의 같다. 2018년 <뉴스앤조이>가 만난 탈퇴자는 직접 노트에 방주 그림을 그려 1층은 경제 사역(초콜릿 판매 등 영업 사역), 2층은 문화 사역(<크리스천투데이> 등), 3층은 선교 사역(교회)으로 구분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8fig은 '방주'의 미디어 부분에는 <크리스천투데이>를 비롯해, IBT미디어가 운영하는 <IBTimes>, CMCi가 운영하는 <크리스천포스트> 등이 있다고 하면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언론을 통해 커뮤니티의 이미지를 보호한다"고 했다. 또한 '방주' 대학 부분에는 미국 전역에 캠퍼스를 보유 중인 올리벳대를 비롯해 주빌리월드, 그레이트커미션대 등이 있다고 했다.

8fig은 소장에 <크리스천투데이> 등의 언론사가 방주 중 하나를 구성하고 있으며, 커뮤니티를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소장 갈무리 

이 소송에 대한 올리벳 측의 대응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그러나 미국 연방 조직범죄법 위반이 입증된다면, 올리벳 측은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형사책임도 물을 수 있다.

<뉴스앤조이>는 8월 29일 올리벳대 측에 이번 소송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올리벳대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아직 연방 법원에서 성립되지도 않은 사건이다. 이미 주정부에서는 기각됐고, 학교와 직접 관계돼 있는 내용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대학 이름을 운운하면서 기사를 작성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외려 기자에게 경고했다.

2018년 <뉴욕타임즈> 보도로 알려진 '조너선 박'의 사업체들은 현직 올리벳 교단 목회자들과도 연관이 있었다. 이번 8fig 소송에서 드러난 여러 업체들의 대표도 올리벳대 연관 인물들이 대표를 맡고 있었다. 8fig은 조너선 박이 이 모든 것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시각화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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