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재림주 논란을 일으켰던 장재형 씨가 설립한 올리벳대학교가 인신매매와 노동 착취 등의 혐의로 미국 연방 정부의 수색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과 리버사이드카운티 검찰 등 연방과 지방정부 수사기관이 합동으로 2021년 4월 올리벳대학교 캠퍼스를 급습(raid)했다는 내용을 올해 4월 22일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HSI가 올리벳대학교의 돈세탁(money laundering),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비자 사기(visa fraud) 혐의 등을 살펴봤다고 보도하면서, 미국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관계자 등 전현직 연방·지방 공무원 7명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HSI는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관세집행국에 소속된 수사 기관으로, 테러·인신매매·마약 등에 관한 사건을 전담한다. HSI가 어떻게 혐의를 인지하고 올리벳대학교를 급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기사를 쓴 <뉴스위크>의 나비드 자말리 기자는 미 해군 정보기관과 FBI의 러시아 첩보원으로 활동했던 저명한 안보 전문 기자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올리벳대가 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지난해 미국 국토안보부와 검찰 등으로부터 수색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 갈무리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올리벳대가 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지난해 미국 국토안보부와 검찰 등으로부터 수색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 갈무리 

<뉴스위크>가 인터뷰한 연방 공무원들에 따르면, HSI 수사관들은 한국·중국 출신 학생들이 강압이나 사기에 연루된 정황이 있는지 조사했다. 수사관들은 올리벳대학교가 외국 학생들에게 비자를 주는 대가로 미국에 오게 한 뒤 노동에 동원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고, 그들에게 대부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준 것은 아닌지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색에는 HSI와 리버사이드카운티지방검찰청 외에도 미국 노동부, 현지 카운티 보안관이 함께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인신매매에 관한 국토안보부의 한국어 설명을 보면, "노동, 서비스 및 상업적 성매매를 추구하기 위해 폭력, 사기 및 강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인신매매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 사기 및 강압적 수단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통제하고 착취한다. 이러한 형태에는 부채 부과, 사기 고용, 사랑이나 더 나은 삶에 대한 거짓 약속, 심리적 강요, 폭력 또는 폭력의 위협이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뉴스위크> 공동 CEO 프라가드,
올리벳 탈퇴 공식 발표 "저널리즘 독립 지킬 것"
2018년 수사 보도 막혀 내부 기자들 반발
"내부 구성원 대부분 프라가드 결정 지지"

이번 사건이 흥미로운 점은, 올리벳대 수색 사실을 보도한 매체가 <뉴스위크>라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2013년 장재형 씨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IBT미디어가 인수했다. IBT미디어는 올리벳대학교 교직원이었던 에티엔 유작(Etienne Uzac)과 조너선 데이비스(Johnathan Davis)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조너선 데이비스의 아내 트레이시 데이비스(Tracy Davis)는 올리벳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뉴스위크>는 조너선 데이비스와 데브 프라가드(Dev Pragad)가 공동 CEO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데브 프라가드 역시 IBT미디어의 일원으로, 원래 장재형 측 인사로 분류되던 사람이다. 그런데 프라가드는 이번 보도와 함께 자신이 올리벳대 측에서 빠져나왔다고 공식 발표했다. 장 씨와의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뉴스위크>는 2018년 IBT미디어에서 독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뉴스위크> 모기업 IBT미디어 등 장재형 유관 단체들이 맨해튼지방검찰청에서 '돈세탁' 혐의로 수사받던 때다. <뉴스위크>는 2018년 2월 20일 기사 "왜 맨해튼지방검찰은 기독교 대학과 <뉴스위크>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을까(Why Is the Manhattan DA Looking at Newsweek's Ties to a Christian University?)"에서, 돈세탁 혐의에 대한 올리벳대학교와 IBT미디어의 관계, 나아가 장재형과의 관계까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당시 이 기사 작성에 관여한 이들이 해고되거나 회사를 떠나는 일도 있었다.

프라가드는 4월 7일 <뉴스위크> 내부 구성원들에게 돌린 공지에서 "몇 년 전 올리벳 교회 멤버들이 (<뉴스위크>에) 간섭하려 했다는 우려가 있었던 점을 알고 있다. 우리가 독립 회사가 된 2018년 이후, 뉴스룸은 올리벳 지도자들에게서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 나 역시 더 이상 올리벳 교회의 일원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는 저널리즘의 독립과 진실성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내부 구성원들은 프라가드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위크> 내부 관계자는 5월 4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편집장 낸시 쿠퍼는 이번 기사가 나간 후 모든 스태프들을 불러 모았다. 기자 150여 명이 모여 이에 관해 회의했고, 기자 대부분이 이번 <뉴스위크>의 기사와 프라가드의 올리벳 탈퇴를 지지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프라가드와 함께 공동대표로 있는 조너선 데이비스는 <뉴스위크> 취재진에게 "데브 프라가드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뉴스룸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올리벳대학교와의 관계는 오랜 기간 서로에게 이익이 돼 왔다는 것이 진실이다"라고 반론했다.

이와 관련해 <뉴스위크> 대변인은 "조너선 데이비스는 <뉴스위크>가 IBT로부터 분리한 이후 수동적 주주이며, <뉴스위크> 뉴스룸은 완전히 독립돼 있다. 기자들은 어느 단체나 오너에게도 영향받지 않고 있다"고 <뉴스앤조이>에 알려 왔다.

프라가드는 지금까지 장재형 유관 단체를 빠져나왔다고 공개 선언한 사람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로, 탈퇴가 사실이라면 장재형 쪽에는 부담이 될 만한 사건이다. <뉴스앤조이>는 프라가드에게도 장재형 커뮤니티에서 탈퇴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메일로 질문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올리벳대는 "내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그는 여전히 교적을 두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교인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프라가드의 공지 내용을 부인했다.

<뉴스앤조이>는 2018년 보도에서 올리벳대와 <뉴스위크>, IBT미디어 등이 장재형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맨해튼검찰의 돈세탁 혐의 수사를 받은 <뉴스위크>는 이후 IBT미디어에서 독립했고, 최근 CEO 데브 프라가드는 아예 올리벳을 떠났다고 공개 발표했다.      
<뉴스앤조이>는 2018년 보도에서 올리벳대와 <뉴스위크>, IBT미디어 등이 장재형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맨해튼검찰의 돈세탁 혐의 수사를 받은 <뉴스위크>는 이후 IBT미디어에서 독립했고, 최근 CEO 데브 프라가드는 아예 올리벳을 떠났다고 공개 발표했다.      
올리벳대, 보도 내용 부인했지만…
HSI "매우 중대하고, 살아 있는 수사"

올리벳대는 HSI 수색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올리벳대 측은 <뉴스위크>에 "국토안보부의 수색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했으며, 수색은 요원들의 사과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번 기사는 데브 프라가드와 조너선 데이비스 간 <뉴스위크>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뉴스위크>가 인용한 전직 국토안보부 관계자의 "중대하고 복잡한(complex and significant)" 사건이라는 설명과 배치된다.

올리벳대는 5월 3~6일 <뉴스앤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불시 단속은 모든 학교에 있는 일이다. (<뉴스위크> 보도는) 1년 전 일이고 당시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를 받아 조사하였으나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해 사과하고 일단락된 것이다. 인신매매, 불법 비자, 불법 노동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서 온 것이었고, 조사는 그날 끝났다"고 밝혔다.

올리벳대 측은 "(수사관들은) 개인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보고 다 돌려주었고, 캠퍼스 전체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점검한 것이지 특정 사람을 조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오히려 "이것들은 매우 중대한 범죄로, 혐의가 발견됐다면 즉각적으로 처벌하고 수사하는 쪽에서 대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 자료를 배포하지 않겠나. 그러나 1년이 넘는 동안 어떠한 발표도 없었고 추가 질문과 조사도 없었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 장재형 씨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올리벳대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장재형은) 그곳에 있지도 않았고 (거기서) 일하지도 않는다. 설립자 장 교수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을 설립하고 리버사이드 캠퍼스는 그 후에 생겨난 것으로, 그곳에 방문하거나 국제회의에 참석하곤 하지만 학교 경영에서 은퇴한 지는 오래 전이다. 그러므로 현재 장 교수는 학교 경영과 행정에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맨해튼지방검찰은 2018년 올리벳대학교가 IBT미디어와 CMCi 등 장재형 유관 단체와 3500만 달러 상당의 돈세탁을 저질렀다고 기소한 바 있다. 장재형과 연관된 단체들이 대출금을 세탁해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였다. 올리벳대는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125만 달러(15억 원)를 납부했다. 올리벳대는 2018년 수사와 관련해 "경범죄(misdemeanor)로 끝난 사안이다. 400억 원대 혐의라고 했지만 최종 납부한 벌금 액수를 봐 주기 바란다"고 했다.

올리벳대학교는 <뉴스앤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연방 수사기관의 오해에서 비롯된 수색이었으며 사과받고 끝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안보부는 <뉴스앤조이>에 이 사건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올리벳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올리벳대학교는 <뉴스앤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연방 수사기관의 오해에서 비롯된 수색이었으며 사과받고 끝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안보부는 <뉴스앤조이>에 이 사건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올리벳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올리벳대 측은 사건이 마무리된 것처럼 주장했으나, 미국 수사기관의 입장은 달랐다. <뉴스앤조이>는 2021년 4월 올리벳대학교 수색 영장이 집행됐고 현재도 이 사건을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미국 국토안보부 등으로부터 확인했다. HSI는 구체적으로 코멘트할 수 없다면서도 "이 사건은 현재 매우 조사 중인 사안(very much an on-going investigation)", "살아 있는 수사(active investigation)"라고 밝혔다.

법원이 발부한 수색 영장을 집행한 후, 별일 아니었다며 사과하고 돌아갔다는 올리벳대 측의 주장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뉴스앤조이>는 HSI와 LA연방검찰에 올리벳대 주장처럼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영장을 집행했다가 사과하는 경우도 있느냐고 질문했다. LA연방검찰 대변인은 <뉴스앤조이>에 "수색 영장 집행은 법원에서 허가받은 행위로서, 우리는 연방 판사가 면밀히 조사한 증거에 기반해 승인을 구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장재형 씨는 한국·미국·일본 등에서 재림주 의혹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장 씨와 관련한 기관·교회·단체에서 노동을 착취당했다는 증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 탐사 보도 매체 <마더존스 Mother Jones가 올리벳대 유학생들의 노동 착취 의혹을 보도한 적 있다. 당시 인터뷰에 응한 유학생들 역시 중국인이었으며, 그들이 일한 곳은 IBT미디어 소속인 <IBTimes>였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나온 바 있다. 한국 <크리스천투데이> 전 광고국장 이동준 씨는, 장재형 집단에서 활동할 당시 초콜릿 자판기 설치 사업을 하는 등 고된 노동에 동원됐을 뿐 아니라 소위 '카드깡'을 강요받았다고 증언했다. 2018년 <뉴스앤조이>가 취재한 일본 <크리스천투데이> 전 직원 A 역시 월급을 제때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소속된 이들이 빚더미에 시달리면서 헌금해야 하는 일을 겪었다고 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장재형 씨가 설립했다.

2019년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한 청년 B의 증언도 이와 유사하다. B는 찬양 사역 단체 주빌리월드코리아(주빌리)에서 매일 하루 8시간씩 일하면서 30만 원 정도 되는 급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단체 대표가 '새 이스라엘'이라는 교리를 전하려 하자, 이상함을 깨닫고 그곳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B는 주빌리 대표 역시 돈이 없어 재정난에 시달렸다고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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