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신앙 리더 훈련을 빙자해 교인들에게 엽기적인 가혹 행위를 자행·방조한 빛과진리교회 지도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월 14일 김명진 목사를 징역 2년, 리더조교 최 아무개 씨와 김 아무개 씨를 각각 징역 1년, 징역 10개월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빛과진리교회는 '리더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LTC(Leadership Training Course)를 운영하면서 엽기 행위를 자행했다. 피해 교인들은 2020년 4월 기자회견을 열고, 빛과진리교회가 △인분 먹기 △공동묘지에서 매 맞기 △불가마 버티기 △잠 안 자기 등을 강요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LTC 과정을 밟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재활 중이거나, 전신 화상을 입는 등 피해자가 속출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2021년 6월, 빛과진리교회 리더조교 최 씨와 김 씨를 강요 혐의로, 김명진 목사를 강요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김 목사에 대해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고 사설 보육 기관 및 교육기관(빛과진리학교·빛과진리선교원)을 운영한 혐의(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도 추가했다.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가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 목사는 인분 먹기 등 온갖 가학 행위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리더조교를 통해 이를 방조한 점이 인정됐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가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 목사는 인분 먹기 등 온갖 가학 행위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리더조교를 통해 이를 방조한 점이 인정됐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약 1년 6개월간 지속된 재판 끝에, 재판부는 최 씨와 김 씨 등 리더조교들이 훈련이라는 이름하에 교인들에게 강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분을 먹도록 강요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 씨에 대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시대로 대변을 먹지 않을 경우 피해자를 LTC 훈련에서 탈락시키거나 훈련 및 선발 리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가할 것처럼 태도를 보여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그 행위를 할 수밖에 없게 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김 씨에 대해서도 피해 교인에게 이태원 트랜스젠더바에서 전도를 하라고 한 행위(매 맞음 훈련), 불가마 사우나에서 10여 분간 버티게 한 행위(오래 참음 훈련) 등이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교회 구조상 모든 리더의 정점에 있는 '톱리더' 김명진 목사는 비록 가학 훈련을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방조한 이유로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목사에 대해 △LTC 훈련의 고린도후서 훈련을 고안하여 그 실행을 주관한 사람이라는 점 △매주 목요일 리더와의 식사 등 모임을 통해 리더로부터 각 소그룹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던 점 △실제로 수차례 수련회 예배 및 주일예배에서 고린도후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설교를 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리더조교들의 강요 행위를 방조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빛과진리교회 측은 '자율적인 훈련'으로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LTC 훈련이) 신앙이 없는 사람은 물론이고 신앙생활 중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고, 이 때문에 교인들은 자존감이 무너지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런 훈련 내용은 종교의자유가 보장하는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빛과진리교회에 자정 능력도 없다고 봤다. 전신 화상을 입는 등 피해자가 발생하는 데도 훈련 프로그램을 고치지 않고 오히려 훈련을 독려한 점 등으로 볼 때 "내부적 자성이 이뤄질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 외부 계기나 충격으로 개선될 수밖에 없다는 실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진 목사에게는 이 프로그램을 개선하거나 폐지하겠다는 취지의 진정성 있는 근거 자료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질책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목사와 리더조교들이 재판에 성실히 출석했고 증거인멸 우려도 없어 보인다며 이들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김명진 목사가 소속한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임시당회장 6개월 파송'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을 뿐, 제대로 지도·치리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명진 목사가 소속한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임시당회장 6개월 파송'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을 뿐, 제대로 지도·치리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유죄판결로 교회 안팎은 떠들썩한 상황이지만, 정작 김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권순웅 총회장) 평양노회(한혜관 노회장)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이 없다. 2020년 5월 예장합동은 총회 임원회 이름으로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는 한편 평양노회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평양노회는 '임시당회장 6개월 파송' 조치만 하고 조사를 종결했다. 노회는 이후 김명진 목사가 신학적 문제점을 고치고 훈련 방식도 개선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했으나, 피해 교인들은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평양노회 관계자는 1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아직 봄 정기회나 임원회 일정도 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접수된 것이 없어 사안을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다만 오는 19일 노회 정치부가 모여 1심 판결 내용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 교인은 선고 직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예상대로 김명진 목사나 교회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단도 아무것도 안 하고 이대로 있을 것인지 꼭 묻고 싶다. 지금도 교회 안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교단이 이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피해자들에게도 사과를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재판 과정을 도왔던 이정욱 목사(크리스천나음센터)도 1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사법 결과가 나왔으니 교단과 노회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빨리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김명진 목사를) 교단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피해를 입은 교인들도 교회에 희망이 있겠다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으면 이 교인들이 계속 신앙을 유지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빛과진리교회는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당회 명의로 된 입장문에는 "교회 상황과 관련하여 아쉽게도 1심 유죄가 선고되었다. 앞으로 2심, 3심 또한 남아 있는 상황이라 성도님들의 많은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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