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빛과진리교회(김명진 목사)가 교인들에게 인분을 먹이고 공동묘지에서 매를 맞게 하거나 차 트렁크에 갇히게 하는 등 '신앙 훈련' 명목으로 엽기적인 일을 시켰다고 <평화나무>가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이 교회에서 6년간 신앙생활하다 2019년 교회를 떠난 부부 A·B를 4월 29일 만났다. 이들은 타 교단 교인이었다가, 2014년 아내 B가 직장 동료 C의 권유로 빛과진리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면서 발을 들였다.

두 사람은 빛과진리교회가 다단계 시스템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증언했다. 맨 처음 교회에 들어가면 OT(오리엔테이션) 그룹에서 1학기를 공부한다. 이후 Post OT라는 뜻의 POT(포티) 1학기, 이후 Post POT라는 뜻의 POPOT(포포티) 1학기까지 총 1년 반을 순차적으로 공부한다.

입문 과정이 끝나면 FT-HTC-LTC라는 심화 과정에 들어간다. 특히 HTC는 다른 과정과 달리 두 학기를 들어야 한다. LTC 과정은 '리더급'이 되기 위한 최종 관문으로, 강도 높은 충성을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합숙해야 하고, 가정이 있는 교인들은 교회 인근에 거주하면서 1주일에 3회 이상 교회에서 자야 한다. 매일 아침마다 교회에 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침번까지 돌아가며 서야 한다.

동대문구에 있는 빛과진리교회는 외부적으로 소탈한 리더십과 철저한 제자 훈련으로 청년들이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전체 교인 2000여 명 중 70% 이상이 청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빛과진리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동대문구에 있는 빛과진리교회는 외부적으로 소탈한 리더십과 철저한 제자 훈련으로 청년들이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전체 교인 2000여 명 중 70% 이상이 청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빛과진리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고후 6장 '문자적'으로 이행 강요
게이 바 가서 복음 전하기,
사우나에서 오래 참기 등
리더 맘에 안 들자 "다음에 똥 먹어라"

문제가 된 엽기적인 훈련들은 LTC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 뛰어드는 교인은 1학기에 대략 30명인데, 이 중 믿음이 좋고 리더가 될 만한 자격이 있다고 평가받는 10명을 선발한다. 훈련받는 교인들은 자신의 믿음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증명해야 했다.

고린도후서 6장 3-10절 "무엇에든지 아무에게도 거리끼지 않게 하고, 오직 모든 일에 하나님의 일꾼으로 자천하여, 많이 견디는 것과 환난과 궁핍과 고난과 매 맞음과 갇힘과 난동과 수고로움과 자지 못함과 먹지 못함 가운데서도 깨끗함과 지식과 오래 참음과 자비함과 성령의 감화와 거짓이 없는 사랑과 진리의 말씀과 하나님의 능력으로 의의 무기를 좌우에 가지고 영광과 욕됨으로 그러했으며, 악한 이름과 아름다운 이름으로 그러했느니라. 우리는 속이는 자 같으나 참되고,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에 나오는 모든 말이 평가 지표였다.

특정 행동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훈련 참가자들은 이 구절을 적용해 '믿음이 뛰어나다'는 점을 보여 줘야 했다. 예를 들어, B의 LTC 훈련은 이렇게 구성됐다. '먹지 못함'은 3일 금식, '매 맞음'은 종로 게이 바 골목에 가서 매 맞을 때까지 전도하기, '영광과 욕됨'은 사창가에 가서 전도하기, '많이 견디는 것'은 양수리에서 교회까지 약 30km를 7시간 30분 만에 행군해서 도착하기, '갇힘'은 음식물쓰레기장에 3시간 갇혀 있기 등으로 진행됐다. 교회는 B가 주어진 목표를 이행했는지 채점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LTC 훈련 내용 대화록을 보면, 한 팀원이 "조교 리더가 이번 훈련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망우리 공동묘지 주차장에 가서 '매 맞음' 훈련을 하고, 내 차 트렁크에 두 명씩 들어가 1시간씩 교대로 '갇힘' 훈련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함께 훈련받는 이들은 동의했고, "(조교에게) 망우리 컨펌받았다"는 말을 듣고 실행에 옮겼다. 당시 여기에 합류했던 A는 함께한 교인들에게 '40에 하나 감한 매'를 맞고, 망우리 공동묘지 주차장에서 차 트렁크에 갇힌 후 내용을 정리해 보고했다.

한 참석자는 '견딤' 항목을 수행하기 위해 건식 사우나에서 30분 버티기 등 위험천만한 미션을 수행했다. 그는 "18분 정도 지나자 몸에 이상 신호가 오고 탈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지옥을 충분히 묵상했고, 훈련의 유익이 있었다"고 그룹 채팅방에 보고했다.

빛과진리교회 리더들은 LTC 훈련을 받는 교인들에게 갖가지 주문을 했다. 교인들은 교회 내에서 리더가 절대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빛과진리교회 리더들은 LTC 훈련을 받는 교인들에게 갖가지 주문을 했다. 교인들은 교회 내에서 리더가 절대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제안한 내용이 리더 마음에 흡족하지 않으면 특정 행위를 강요받기도 했다. B가 교회 보일러실 겸 창고에 들어가는 훈련을 하겠다고 리더에게 보고하자 "쉬운 것만 골라 하느냐. 다음에 똥 한번 먹으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리더급은 소수 인원만 선발하다 보니 눈에 띄기 위해 더욱 극한 훈련도 마다하지 않아야 했다. 결국 B는 LTC 훈련을 받으면서 인분을 먹고, 이를 영상으로 찍어 리더에게 전송했다.

교회는 이렇게 평가 항목 29개마다 LTC 참가자들이 어떤 행동을 했고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점수를 낸 후, 상위 10명을 추려 최종 후보를 정했다. 이 가운데서 절반 정도만 '제비'를 뽑아 리더 자격을 줬다. A는 LTC 훈련 한 번에 최종 후보까지 오르고 제비에서도 당첨돼 리더가 됐다. 그러나 아내 B는 LTC 훈련 최종 후보에 4번이나 올랐지만 모두 제비에서 떨어졌다. B는 기자에게 "제비 뽑는 날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떨리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극한의 훈련을 하고도 번번이 제비에서 떨어지자, 교인들은 "넌 하나님 앞이 아니라 사람 앞에서 훈련했구나"라고 면박을 줬다.

피라미드 구조, 리더에게 막대한 권위
10부장-30부장-50부장-100부장
정점에는 '톱리더' 김명진 담임목사

LTC를 통과한 사람은 리더급인 '10부장'이 된다. 리더도 성경에 나오는 로마 군대 편제를 따라 10부장·30부장·50부장·100부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다른 교인을 지도한다.

일단 리더가 되면 뭇 교인들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된다고 했다. A는 "리더가 나보다 나이가 적다 하더라도 '리더님'이라고 불렀다. 예전에는 내가 '형님' 소리 들었어도 그가 리더가 되면 가차 없다"고 말했다. 리더는 부목사보다도 권위 있는 존재라고 했다. A는 "최근까지도 리더들은 교회 부교역자에게 존대하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고 말했다.

사생활 하나하나를 리더에게 간섭받을 정도라고 했다. B를 빛과진리교회로 인도한 C는 LTC 훈련 중 리더에게 "둘째 딸 생일이라 집에 가서 음식을 만들고 오겠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그 리더는 "갑자기 이 얘기가 왜 나오느냐"고 면박을 줬다. C는 "죄송하다. 내가 개념이 없었다"고 사과했다. A는 "교인 중 한 명은 10살 이상 어린 리더에게 컨펌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동산 계약도 미룬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점에는 '톱리더', 김명진 담임목사가 있었다. 톱리더는 오직 김 목사 한 명이다. 이렇게 피라미드 구조가 형성된다. 장로교회이기 때문에 당회가 있기는 하지만, 장로는 형식적인 직분에 불과하다고 A·B 부부는 증언했다.

정점에 있는 김명진 목사 위상은 대단했다. 교인들은 김 목사를 '영적 아버지'로 모시고 있다고 했다. 교인들은 김 목사 이름 이니셜을 따 그를 'MJ'라고, 김 목사 아내 이름 이니셜을 따 'AJ'로 부르기도 했다. A는 "한번은 MJ가 교인들에게 삼겹살을 구워 주는데, 교인들이 그거 받아먹으려고 줄을 섰다. 그에게 고기를 받아먹고 눈물을 흘리는 교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A·B 부부는 담임목사 부부가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명품으로 치장하는 등 호화롭게 산다고 증언했다. 교회 공식 보고 없이 집행되거나 담임목사에게 송금된 헌금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공식 계좌 외 담임목사 개인 명의 계좌로 헌금 또는 기부금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린도후서 6장 '요란함' 평가를 위해 공공장소에서 확성기를 들고 전도하는 교인들. 교인들은 게이 바나 사창가 등지에서도 전도하다 쫓겨나기 위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B는 게이 바에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고, 해당 평가에서 0점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고린도후서 6장 '요란함' 평가를 위해 공공장소에서 확성기를 들고 전도하는 교인들. 교인들은 게이 바나 사창가 등지에서도 전도하다 쫓겨나기 위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B는 게이 바에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고, 해당 평가에서 0점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안 자기' 훈련하던 교인,
뇌출혈로 쓰러져 1년 반째 재활
사건 진행 과정 보며 A·B 부부 탈퇴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 더 있다"

극한 훈련은 사고를 낳았다. B를 교회로 인도한 C가 LTC 훈련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C는 2018년 10월, LTC 훈련 중 '자지 못함'을 수행하러 '하루 한 시간 자기'를 하고 있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훈련을 위해 1주일 중 3번은 교회에서 머물었고, 집에 있는 4일 동안도 새벽에 택시를 타고 교회로 가서 밤 12시가 넘어 귀가하는 일상이 반복됐다.

처음에는 오랜 시간 수면을 취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줄로만 알았다. 함께 있던 한의사 교인이 그에게 약을 먹였지만, 교회는 그를 병원에 보낼 생각이 없었다. C가 의식을 잃어 가는 것 같아 보이자 증상을 호소한 지 3시간 만에 앰뷸런스를 불러 인근 대학 병원으로 이송했다. 뇌출혈 진단을 받은 C는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C의 가족은 그가 왜 쓰러졌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 1년이 지난 2019년 말, 병상에 있던 C가 우연히 휴대폰 패턴을 해제하면서 모든 내용이 드러났다. C의 남편은 아내가 했던 '훈련'의 전말을 알게 됐다. 빛과진리교회 내부에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고, 오히려 카톡방에서 "C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C 빼고 새로 카톡방을 만들자"는 말이 오가는 것을 보고 분개했다.

C의 남편은 교회에 정확한 사고 경위와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히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지금까지 낸 헌금도 전부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교회는 헌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C의 인도자만 와서 사과하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C의 남편은 교회 책임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A·B 부부는 C가 쓰러진 과정, 그리고 교회가 사실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뒤늦게 문제점을 깨닫고 2019년 교회를 나왔다. 그러나 아들은 교회에 남아 있다. 최연소 리더가 됐다는 아들은 교회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고 했다. 부부는 "교회에 '아들만 내보내 주면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책임 있는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인 B가 LTC 훈련 과정에서 이행했던 고린도후서 6장 항목들. 교회는 이 기록들을 토대로 점수를 매기고, 상위권자들을 추렸다. 그들 가운데서도 제비뽑기로 선택된 이들만 '리더'가 될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인 B가 LTC 훈련 과정에서 이행했던 고린도후서 6장 항목들. 교회는 이 기록들을 토대로 점수를 매기고, 상위권자들을 추렸다. 그들 가운데서도 제비뽑기로 선택된 이들만 '리더'가 될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올해 3월, B는 C가 쓰러진 사건의 전말을 자기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은 게시 두 달 만에 댓글 1000개가 넘게 달리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글이 올라간 뒤, 부부는 명예훼손 고소 협박을 당하고 온갖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를 신천지로 몰아가고, C에게 원래 질병이 있었는데 남편이 교회에 과다한 합의금을 요구한다는 유언비어가 교회 내에 퍼지고 있다"며 황당해했다.

이 밖에 사우나에서 오래 참기 훈련을 하던 교인도 도중에 쓰러져 현재 다시 걷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등,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많다고 했다. 이런 피해자들은 B가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연락을 취해 오고 있다. 피해 교인들은 조만간 빛과진리교회 문제점과 김명진 담임목사의 제왕적 리더십이 파생한 문제들을 공개할 계획이다.

김명진 목사는 최초 이 사실을 보도한 <평화나무>에 "교회마다 목회 방침이 다르다. 일반 교회가 이해하기 어려운 제자 훈련을 하다 보니 생긴 문제들"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뉴스앤조이>는 김 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전병욱 가입한 평양노회 '부노회장'
노회원들 빛과진리교회 내부 전혀 몰라
뒤늦게 "진상 파악하겠다"

김명진 목사는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평양노회(황석산 노회장) 부노회장이다. 김 목사는 지난해 가을, 노회를 탈퇴하려다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김 목사를 부노회장에 앉히느냐 마느냐로 설왕설래했기 때문이다. 복수의 노회원은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김 목사와 합의해 교단 탈퇴를 막고, 올해 봄 노회 때 그를 부노회장으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평양노회는 교인들을 성추행한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가 소속돼 있는 노회이기도 하다. 2015년, 삼일교회를 떠나 홍대새교회를 개척한 전병욱 목사를 평양노회에 가입하도록 허락한 가을 노회가 빛과진리교회에서 열렸다.

황석산 노회장을 비롯한 노회원들은 언론 보도 전까지 김명진 목사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노회 중진 인사는 "예전에 빛과진리교회 교인들이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교회가 이상하다고) 글 쓴 것을 본 적이 있다. 최근에는 듣지 못했지만, 강도 높게 훈련시킨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이 심각한 것 같다. 우리도 전병욱 사건 때문에 하도 곤욕을 치렀지 않나.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빛과진리교회는 출석 교인 2000명이 넘는 교회로, 교인 대다수가 청년으로 구성돼 CBS·CTS·<국민일보> 등에도 소개됐다. 김명진 목사는 젊은이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교회를 건강하게 성장시켰다는 내용으로 주목받아 왔다. 김 목사 설교는 CBS에서도 송출됐다. CBS는 김 목사에 대한 논란이 일자 그의 방송 설교를 모두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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