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금지법을 시행 중인 감리회에서 또다시 편법 세습이 일어났다.
세습금지법을 시행 중인 감리회에서 또다시 편법 세습이 일어났다.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정년을 앞둔 목원대학교 신학과 동기 목사 둘이 만나 후임 청빙을 논의했다. 한 목사는 젊은 세대를 글로벌 인재로 기를 수 있는 후임을 원했다. 다른 목사는 같은 지역 출신 중·대형 교회에서 두루 경험을 갖춘 목사를 후임으로 생각했다. 두 목사는 논의 끝에 현재 목회 중인 각자의 아들을 담임으로 교차 청빙하기로 했다. 실제 올해 2월, 아들 목사들은 두 교회에 각각 담임으로 부임했다.

세습금지법을 시행 중인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에서 또다시 '편법 세습'이 일어난 것이다. 충북연회 ㅎ교회 A 목사와 남부연회 ㅅ교회 B 목사가 각각 서로의 아들을 후임으로 청빙한 것은 일명 '교차 세습'에 해당한다. 세습의 본질이 '특권의 대물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차 세습 또한 직계 세습과 다르지 않다.

두 아들 목사의 청빙은 아버지 목사들의 합의로 이뤄졌다. ㅎ교회 A 목사는 4월 1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 둘은 목원대 신학과 동기인데 은퇴를 앞두고 있다. 대화를 하다 보니까 (각자) 아들이 준비가 돼 있어서 (교차) 청빙했다"고 말했다. 특히 ㅎ교회는 젊은 세대를 글로벌한 인재로 기르겠다는 비전을 안고 있는데, ㅅ교회 B 목사의 아들이 이에 부합했다고 했다.

A 목사는 "B의 아들 목사님은 뉴질랜드에서 목회했는데, 영어로 원어민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우리 교회 비전과 목표를 이끌 수 있는 준비된 목사님이라 장로들도 기쁘게 받아들였다"며 "감리회 목사 중 원어민을 영어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100명 중 1명도 있을까 말까 해서 청빙한 것"이라고 말했다.

A 목사는 ㅎ교회에 부임한 자신의 아들도 준비된 목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아들은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에서 6년이나 사역하면서 준비했다. ㅅ교회 장로가 만나교회 장로를 만나서 충분히 대화를 나누며 (아들 목사를) 검증도 했다. 다른 교회 (출신) 같았으면 (ㅎ교회에) 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학연과 지연을 동원한 편법 세습이 아니냐고 묻자, A 목사는 청빙 절차를 언급했다. 교인들이 찬성해서 아들 목사들의 청빙이 완료된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인사위원 ⅔가 찬성해서 통과됐다. 내가 (후임) 이력을 속여서 교인들에게 보여 주거나 했어야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 교회가 목표하는 꿈을 이끌고 갈 수 있는 합리적인 인물이어서 소개했다"며 기자 같았어도 그런 목사가 있으면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ㅅ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A의 아들 목사도 아버지 목사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나는 목원대학교를 나온 충청도 출신이고, 큰 교회에서 부목사를 했다. ㅅ교회가 원하는 상에 부합되는 부분이 있으니 청빙에 통과한 것 아니겠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도들도 굉장히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ㅅ교회 B 목사와 ㅎ교회에 부임한 아들 목사에게도 연락을 취했지만, 그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교차 세습을 제보한 ㅎ교회 한 교인은 "많은 목회자가 이력서 한번 내 볼 기회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아끼고 사랑하는 교회가 목회자의 욕심으로 물들어 마음 아프다. 교회가 사유화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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