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수입 중고차 매매 사기'와 유사한 사건이 목회자들 사이에서 발생했다. 임 아무개 씨는 아버지의 신학교 동기 목회자들에게 비슷한 사업을 제안해 중고차를 구매하게 한 뒤, 차를 팔지도 않고 돌려주지도 않아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수입 중고차 매매 사기'와 유사한 사건이 목회자들 사이에서 발생했다. 임 아무개 씨는 아버지의 신학교 동기 목회자들에게 비슷한 사업을 제안해 중고차를 구매하게 한 뒤, 차를 팔지도 않고 돌려주지도 않아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출을 받아 수입 중고차를 구매하면 매매를 중개해 수익이 나게 해 주겠다고 접근한 뒤, 차량을 팔지 않거나 돌려주지 않는 수법에 여러 목회자가 피해를 입었다. 이른바 '수입차 명의 도용 사기'에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만 목회자와 교인 포함 30여 명이고, 피해 금액은 3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미주자치연회에서 목회하는 임 아무개 목사의 아들 임 씨다. 그는 지난해 아버지의 신학교 동기 친구들에게 사업을 제안했다. 목회자들이 렌트카 또는 캐피탈에서 대출을 받아 고급 중고 수입차를 사면, 임 씨가 한두 달 내에 차량을 비싸게 되팔아 수익을 남겨 주겠다고 한 것이다.

목회자들은 동기 목사 아들의 제안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임 씨는 약속과 달리 차를 처분하지 않았고, 할부금도 제때 갚아 주지 않았다. 할부금이 연체되자 대부 업체는 차량 명의를 가진 목회자들에게 독촉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많게는 매달 수백만 원씩 갚아야 했는데, 대부분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었고 이를 감당할 여력이 안 됐다.

심지어 차량 소재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전국 곳곳에서 차량 명의자인 목회자들에게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왔다. 누군가 이들의 차를 대신 타고 다녔던 것이다. 목회자들은 임 씨에게 차를 돌려주든지 할부금을 갚으라고 재촉했지만, 피해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차량 한 대는 3월 말 부산항에서 밀수출되기 직전 경찰에 발견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당한 사기는 지난해 기승을 부린 '수입 중고차 대출 사기'와 수법이 유사하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5월 "할부금을 대신 갚아 주겠다는 중고차 대출 금융 사기를 주의하라"는 보도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보도 자료에는 "중고차 수출 사업의 이익금을 배당해 주겠다는 데 현혹돼 고가의 수입차를 대출로 구매해 사기범에게 인도했는데, 사기범은 할부 대출금을 대신 납부하다 도주하여 (피해자가)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명의를 대여해 주면 할부 대출금을 대신 납부해 준다거나, 사례금을 지급하거나, 이익금을 배당해 주겠다는 제안은 무조건 거절하라"고 나와 있다.

정작 피해 목회자들은 이런 유형의 사기가 있는지 몰랐으며, 40년 지기 동기 목사를 보고 임 씨에게 투자했다고 했다. 실제로 임 씨의 아버지 임 목사는 지난해 9월 한국에 들어와 동기 목회자들을 만났다. 피해자들은 이 당시 임 목사가 자신의 아들이 하는 사업에 동참하라는 제안을 해 왔다고 말했다.

임 씨에게 사기를 당한 A 목사는 임 목사와 신학교 시절인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교류하며 지내 온 동기로, 임 목사가 한국에 왔을 때 숙소까지 제공할 만큼 절친한 사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본인뿐 아니라 아내까지 수입차 사업에 동참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차를 돌려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A 목사 부부는 임 씨 부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A 목사 아내 B는 고소장에 "임 목사가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고 아들이 새 사업도 일으키는 기회이니 도와 달라'며 사기를 쳤다. 금전적 손해도 감당할 수 없지만, 남편(A)은 절친에게 속은 배신감에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고 썼다.

이런 방식으로 사기를 당한 목회자 일가족만 9명이다. 한 목회자는 본인과 아내, 자녀가 동참했으며 피해 금액만 3억 원 이상이라고 했다.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목회자들이라 할부금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개인 회생을 신청하거나 집을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씨가 매매를 알선했던 중고차 중 한 대는 밀수출 직전 부산항에서 발견돼 경찰이 압수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임 씨가 매매를 알선했던 중고차 중 한 대는 밀수출 직전 부산항에서 발견돼 경찰이 압수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알고 지내 온 교인들도 사기 피해 입어
"새벽 기도도 같이 가서 의심 안 해"

문제는 목회자들 외에도 더 많은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임 씨는 2019년 파주에서 어학원 사업을 하겠다며 지역 교인들에게 돈을 빌린 후 지금껏 갚지 않아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2021년 파주 지역 일가족 3명이 낸 고소장에 따르면, 그들은 선교 찬양 단체 활동 중 2018년 11월 임 씨의 아버지가 시무하는 미국 교회로 공연을 다녀온 후 임 씨 부자와 친분을 다졌다.

임 씨는 선교 단체 팀원들에게 파주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며 수익금으로 찬양 단체를 후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어학원 경영을 선교 활동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돈을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임 씨가 설립한 G 어학원의 이사 등을 맡으며, 임 씨에게 도합 2억 원가량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C는 4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찬양팀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임 씨의 아버지 임 목사가 찾아와 우리 찬양단이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미국에도 초청했을 정도였다. 처음에 임 씨가 돈을 빌려 달라고 했을 때도 '우리를 도와주러 온 사람인데 2~3일 정도 빌려주는 게 뭐가 어렵겠나'는 마음으로 빌려줬다. 임 씨와 새벽 기도도 같이 간 적이 있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는 지난해까지도 신앙적 동기로 임 씨를 만났기에 고소를 주저하다, 결국 지난해 가을에야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에서도 피해자가 나왔다. 임 씨가 논산에도 어학원을 세우고 동업자를 구했는데, 돈을 빌리고도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논산에서 임 씨를 우연히 만나 알게 된 피해자 D는 임 씨가 어학원, 무인 스터디 카페 등을 열 계획이라고 사업 구상을 소개하며 동업을 제안해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 역시 임 씨 제안을 사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2021년 6월, 임 씨가 만든 어학원 법인 대표로 취임한 후 첫 달과 다음 달에 400만 원, 세 번째 달에는 700만 원의 급여를 받았기 때문이다.

D는 법인 이름으로 장기 임대 차량을 빌리는 등 4억 원가량의 채무를 졌으나, 급여가 제때 들어왔기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난 후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고, 대금 납부가 지연되는 등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고 했다. D는 "(임 씨가) 갈수록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2월 말 임 씨가 4억 8000만 원을 갚겠다고 공증했으나 3월 말까지도 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D도 3월 말 임 씨를 고소했다.

현재 임 씨는 파주 지역 피해자들이 고소한 사기죄 사건으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재판받고 있는데, 이후에도 그를 대상으로 성남수정경찰서·논산경찰서·인천삼산경찰서 등 전국 곳곳에 고소장이 접수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논산경찰서는 조만간 임 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추가 피해 발생을 막고, 임 씨가 미국으로 도주하지 못하도록 임 씨 신병을 확보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임 씨 아버지와 40년간 친분을 쌓아 온 E 목사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차를 돌려 달라고 빌고 싶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른 피해자 F 씨는 "피해자들은 차량 한 대가 밀수출될 뻔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기도 했는데, 나중에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와서 얼마나 감사해했는지 모른다. 최소한 차는 한국에 있다는 뜻 아니냐"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보니 전과 5범
임 씨 "아버지는 이 일과 관련 없어"
감리회 미주연회 "아버지 목사 조사할 것"
임 씨는 10여 년 전부터 사기죄로 수차례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부분 빌려주면 곧 갚겠다고 한 뒤 채무를 돌려 막는 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임 씨는 10여 년 전부터 사기죄로 수차례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부분 빌려주면 곧 갚겠다고 한 뒤 채무를 돌려 막는 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사기 가해자로 지목된 임 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죄를 저질렀으며, 전과만 5건에 이른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임 씨 관련 형사판결문을 보면, 그는 20대 초반부터 사기죄로 실형을 살아왔다.

임 씨는 2008년 자신이 영어 과외를 해 주던 피해자에게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합의금으로 2000만 원을 내야 한다", "과외를 하면서 쇼핑몰·학원 사업을 구상 중인데 투자하라"는 등의 명목으로 6회에 걸쳐 4110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아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임 씨는 2010년에도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가석방으로 조기 출소한 그는 2011년에도 또 사기를 저질러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는 등 교도소를 수차례 들락거렸다. 특히 2015년 6월 4번째 전과 사건은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됐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문을 보면, 임 씨는 이미 다른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는데도, 어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여성에게 결혼할 것처럼 가장해 접근한 후 돈을 빌렸다.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재력가인 것처럼 행세해 여성 두 명에게 접근한 뒤, 각각 2억 원, 4000여 만 원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관련 판결문을 보면, 임 씨는 2억 원을 빌린 여성에게 빚 독촉을 받자 후에 만난 여성에게 돈을 빌려 '돌려 막기'를 하는 등, 전반적으로 투자 수익이나 사업 자금으로 돈을 쓸 여력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현재 피해자들도 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제로 2015년 서울동부지법은 임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피해액이 상당 부분 회복된 바 없고 피고인은 이 법정에 이르러서도 자기변명만을 일삼는 등 개전의 정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만 수십 명에 달하지만, 임 씨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한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은 어학원 로고로 되어 있으며, "2022, 내 일과 내 사람들에게 집중한다. Strength from GOD"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이 어학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2022년 5월 원어민과 함께 떠나는 캘리포니아 영어 캠프 회원을 모집 중이다"라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임 씨는 4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자신도 피해를 입어 문제를 해결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 역시 사기를 당해 그 사람들을 고소하고 있다. 변제를 안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정리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문제를 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할부를 계속 내고 있다가 이번에 못 낸 거다. 초반에는 다 돈도 줬다"며 "변제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노력하고 있는데, 기사를 내 버리면 내가 정리를 할 수 있겠나.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기사화를 한다면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팩트체크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끊이지 않고 사기 사건에 연루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수사기관에서 종결되지 않은 사건이고 재판도 하고 있다. 아직 조사를 받아야 한다. 담당 변호사도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이 일에 아버지는 연관돼 있지 않은데도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는 부분이 있다"며 한 목사를 고소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아버지 임 목사에게 아들의 사기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임 씨의 아버지의 소속 교단인 감리회도 사실관계 조사에 들어갔다. 감리회 미주자치연회 임승호 감독은 4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임 목사에 대한 조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지방회 교역자처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연회로 임 목사 조사 건을 올려 보냈다. 부활절 직후인 4월 18일 연회 실행부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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