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제목은 <김재일 목사 평전 - 내가 사는 이 땅이 바로 나의 유배지입니다>. 후원회원이신 한 장로님이 매형인 고 김재일 목사님의 글을 엮었습니다. 판매하는 건 아니고 가족들이 고인이 되신 목사님을 기리기 위해 소장용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재일 목사님은 충북 충주 베다니교회, 강원 홍천 보리울교회, 경기 화성 아름다운성빛교회, 경기 연평 연평도교회 등 시골 교회에서 목회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만든 예장생활협동조합 창립을 주도하고 초대 대표를 역임했지요.

<뉴스앤조이>와도 인연이 깊습니다. 2000년대 중반 많은 글을 남기셨거든요. 농촌 목회 이야기, '일본 협동조합의 아버지'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의 삶, 개신교 평화주의 공동체 아미쉬 모습을 소개해 줬고요. <아미쉬 그레이스>(뉴스앤조이), <그리스도교 입문>(가가와 도요히코 지음, 레베카 펴냄) 등을 번역했습니다. 메가 처치의 등장, 정치권과 결탁한 교계, 대형 교회 세습에 쓴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고인은 2010년에 돌아가셨습니다. 향년 52세. 사인은 급체로 알려졌습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고인이 과거 <뉴스앤조이>에 기고한 글들을 장로님은 왜 이제야 책으로 발간하게 됐는지. 감사 인사차 전화를 걸었습니다.

장로님은 생각이 많아 보였습니다. 평생 교회를 다녔지만 지금도 건강한 교회, 참 신앙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1년 전, 모 교회에서 어려운 일을 겪고 난 뒤, 고인이 2009년에 보내온 메일을 우연히 다시 읽었다고 했습니다. 옛날에는 알지 못했던 한국교회를 향한 고인의 고민과 고통을 가나안 성도가 된 지금에야 알게 됐다고 장로님은 말씀했습니다. 현실은 10여 년 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 보였으니까요. 늦은 나이에 찾아온 신앙의 방황 속에서 과거 매형의 글은 나침반이 되어 줬습니다. 장로님은 늦게라도 고인을 이해하게 됐다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내비쳤습니다. 저는 왠지 모를 서글프고 숙연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신앙이란 참 어렵습니다. 교회가 걱정거리일 때도 많고요. 더 잘 믿고 잘 살려는 신앙의 열심이 오히려 마음을 상하게 하고 믿음을 흔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저는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뉴스앤조이> 3대 미션 중 하나가 "건강한 신앙을 돕는" 것입니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친절한 뉴스B

공개 망신당하는 건 '부목사'가 아니라 '담임목사' 본인

지난 3월 13일, 목포사랑의교회 백동조 목사가 강단으로 부목사 두 명을 불러냈습니다. 백 목사는 5 대 5 가르마가 불량하다며 2 대 8 또는 3 대 7로 가르마를 바꾸라고 말했는데요. 5 대 5 가르마가 공인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라는 겁니다. 예배할 때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성경적 가르마'라도 있는 것일까요? 실제로 공개 질책을 당한 부목사는 헤어스타일을 바꿨다고 합니다.

황당한 갑질 때문에 많은 독자분이교회 황당해하고, 불쾌감을 느끼셨을 텐데요. 이 사건을 단순한 가십으로 치부할 수 없는 건, 이 사건이 2022년 현재도 열악한 부목사들의 인권을 단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목포사랑의교회는 출석 교인만 2000명이 넘는 목포에서 가장 큰 교회이고, 공공연히 "목포 인구 1%가 출석한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지역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교회입니다. 백동조 목사 역시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서 설교학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중진 목사이고요. 지역과 교단에서 괜찮다는 교회에서조차 이렇게 비인권적인 행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죠.

비단 목포사랑의교회만 이런 게 아닙니다. 전국 교회 곳곳에서 부교역자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인들이 두 눈을 뜨고 똑똑히 보고 있고, 때로는 언론사에 제보한다는 걸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공개 망신을 당하는 사람은 부목사들이 아니라 일천한 인권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담임목사 자신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편집국 승현


미성년자 상습 성추행 전직 목사, 징역 7년 확정

지난한 재판 과정을 거쳤던 강원도 춘천의 전직 목사 S 씨가 결국 징역 7년 형을 확정받았습니다. S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교회와 지역 아동 센터에 다니던 미성년자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는데요.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다"는 성경 말씀이 이뤄진 걸까요? 13년 전 저지른 추악한 범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S 씨의 범행은 제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접한 사건 중 손에 꼽을 만큼 악질적이었는데요.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와 그의 변호인들이 보인 행태 또한 참으로 악랄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S 씨의 성기 모양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거나, 아무런 증거도 없이 피해자들을 신천지로 몰아가는 등 그 자체로 2차 피해를 입히는 주장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가해자 변호인단 면면을 보니, 한 곳은 사고 친 목사들이 자주 찾는 법무법인 로고스, 한 곳은 무려 '성범죄 전문'이라고 마케팅하는 법무법인 YK였죠. 두 대형 로펌의 특징이 각각 '교회'와 '성범죄'니까 변호인단을 잘 꾸렸다고 해야 하나요? 하지만 아무리 대형 로펌들의 지원을 받아도 진실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가해자는 법의 철퇴를 받았다손 치더라도,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피해자들에게 온갖 상처를 준 변호사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최종적으로 가해자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명이 났다면, 최소한 변호인들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로고스는 예수님을 뜻한다'고 홈페이지에 써 놓은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들에게 일말의 부끄러움이라도 느끼는지 묻고 싶습니다.

편집국 권효


'우리 모두'를 위한 설득

하루에 몇 번 화장실을 이용하시나요? 저는 평균 4~6회 정도 화장실에 가는 것 같은데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일상적으로 오가는 화장실이지만,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트랜스젠더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으로 정의되지 않는 성소수자, 성별 고정관념과 외모가 일치하지 않는 사람, 휠체어 이용자, 이성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이용하는 유아·노인·장애인 등입니다.

기존의 화장실이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고, 비장애·성인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자,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유니버셜 디자인', '배리어 프리'라는 이름으로 화장실을 만드는 추세예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화장실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요. 3월 16일 한국 대학 최초로 성별·장애·나이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화장실'이 성공회대에 설치됐습니다.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요. 지난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각종 토론회·강연·문화제를 열고, 직접 쓴 손 편지를 보내면서까지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설득했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반대하던 학생들도 결국 모두의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합의에 다다를 수 있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한국 대학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우리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힘써 온 이들의 마음과 노력을 더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편집국 수진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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