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는 민방위대에 편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이런 우연이 있을까.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들을 인터뷰하기로 한 날 전자 문서가 날아왔다. 8년간의 예비군 족쇄를 풀어 준다는 국방부의 해방 선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그간 어떻게 하면 예비군 훈련을 빠질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기도 했는데, 결국은 예외도 열외도 없이 훈련을 받았다.

남들은 '귀찮아 죽겠다' 하면서도 안 갈 수 없으니 다녀오는 예비군 훈련인데, 이를 당당히 거부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언젠가 예비군 동대장이 "예비군 훈련을 안 받으면 인생이 피곤해질 수 있다"고 말한 적 있었는데, 그 말은 '실화'였다.

'평화'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조성현, 김형수, 이상 씨는 지난하게도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받고 재판하는 것보다 차라리 예비군 훈련을 받는 게 수월할 텐데, 이들은 '다른' 예비군의 길을 걷고 있다.

재세례파의 일종인 메노나이트교회에 다니는 김형수·조성현 씨는 2016년 <뉴스앤조이>가 소개한 바 있다. 대학 선교 단체에서 만난 이들은 메노나이트교회에서 평화교육을 받으며 고민하다 평화를 전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신념을 지키겠다며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 이상 씨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고 있으며, 제주 퀴어 문화 축제에서도 활동 중인 프리랜서 예술가다.

김형수 씨는 2013년 만기 전역 후 2014년 1년 차 예비군 훈련부터 참석하지 않았다. 2021년 8월 관련 사건이 모두 병합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400시간이 최종 선고됐다. 사회봉사 400시간은 1년 안에 채워야 하는데, 일주일에 하루 8시간씩, 꼬박 1년을 해야 채울 수 있는 시간이다.

조성현 씨는 2011년 전역 후 2014년 3년 차부터 훈련을 거부했다. 벌금 300만 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1심은 150만 원을 선고했는데, 재판이 거듭되면서 벌금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2배가 올랐다. 그 외에도 1심에서 80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심 중인 재판이 하나 더 있다.

이상 씨도 일부 사건이 병합돼 지난해 12월 말 벌금 300만 원 확정판결을 받았고, 벌금 납부 통지를 기다리고 있다. 그 외에도 또 다른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2016~2018년 불참한 훈련에 대해 총 6번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검찰 기소를 앞두고 있다. 2019년에도 훈련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 코로나19 때문에 예비군 훈련이 전면 취소 또는 연기됐고, 2021년 전역 9년 차가 되면서 모든 훈련이 사라졌다.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들을 다시 인터뷰한 계기는 최근 이들에 대한 벌금형이 잇따라 선고되면서, 이들을 위한 '벌금 모금 캠페인'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내야 할 벌금은 최소 600만 원. 진행 중인 재판들까지 합치면 1000만 원 단위가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벌금 모금 캠페인에 즈음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1월 24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재판을 받고 있는 세 사람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김형수, 이상, 조성현 씨.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재판을 받고 있는 세 사람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김형수, 이상, 조성현 씨.

-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계기가 있다면.

조성현 / 2009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폭격 사건이 있었다. 전쟁에 관심을 가게 된 계기였다. 당시 이 사건을 접하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팔레스타인은 예수가 활동한 지역이지 않나. 이 사건을 신앙적으로 해석하려 많이 노력했다.

나는 카투사 행정병으로 근무했다. 전쟁과 직접 관련된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전투병이 아니더라도 고민은 계속되더라. 그런데 이런 고민을 기존 교회에서는 해소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은혜와평화메노나이트교회를 처음 만나게 됐다. 평화신학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교회였다. 함께 교회를 다니던 친구는 입대를 거부해 감옥에 갔는데, 그 사건에 영향을 받아 예비군 훈련 거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김형수 / 대학 때 IVF 선교 단체에서 송강호 선생님을 만나 강의를 듣고, 병역거부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예수를 믿는 사람은 평화운동을 해야 하는데, 한국 남성은 병역의무가 있기 때문에 군대를 가지 않는 게 직접적 실천'이라는 게 주 내용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고민도 하고 공부도 했지만, 그냥 군대를 갔다. 막상 군대를 가 보니 군사훈련과 전쟁을 준비한다는 게 뭔지 실체가 보이더라. 그렇지만 '이미 왔으니 순응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전역한 후에도 병역거부를 하지 못한 데 대한 부채 의식이 남아 있었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에도 관심이 있었다. 성현이 형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걸 보면서 나도 심도 있게 고민하게 됐다. 그동안의 내 삶을 곱씹어 보니, 예수의 삶을 따른다면서도 그 방식이 선택적이었다. 나에게 해가 되면 안 하고, 이익이 되면 하는 방식이지 않았나 되돌아보면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상 /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끌려가는 심정으로 입대했다. 군 생활이 특별히 기억나도록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이 자기 군 생활이 제일 힘들다고 얘기하지 않나(웃음). 어쨌든 전역하고 지인들을 통해 집회 현장이나 투쟁 현장들을 찾게 됐는데, 그런 현장에서 '내가 살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국제앰네스티에서 인권 교육을 받는 등 시민단체에서 하는 수업이나 행동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인권·사회운동 같은 키워드가 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 강정마을도 알게 되면서 전쟁과 평화라는 키워드가 크게 다가왔다.

또 한 가지는 '자유'에 대한 문제였다. 기존 사회구조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생각하고 판단해서 책임지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게 예비군 훈련과 계속 연결됐다. 3년간은 마지못해 훈련에 참여했지만, 참여하면서도 거부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절망감 같은 게 있었다. 그런 마음이 커지면서 3년 차 이후부터는 훈련을 거부했다.

2016년 세 사람이 국방부 앞에서 예비군 훈련 거부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앞줄 왼쪽부터 조성현 씨, 이상 씨, 김형수 씨. 뉴스앤조이 이은혜
2016년 세 사람이 국방부 앞에서 예비군 훈련 거부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앞줄 왼쪽부터 조성현 씨, 이상 씨, 김형수 씨. 뉴스앤조이 이은혜

- 예비군 훈련 기간인 8년 차까지 계속 훈련이 편성되고 참여하지 않을 때마다 고발된다고 들었다. 벌금도 벌금이지만, 훈련을 거부해 생긴 불이익이나 일상생활의 지장이 클 것 같다.

조성현 / 우리 직장은 나의 가치관이나 사정을 많이 배려하고 지지해 줬다. 한 곳은 평화교육을 하는 회사였고, 다른 한 곳은 대안 학교였다. 그렇지만 실제적으로는 불시에 불려 갈 때도 있고, 재판 같은 경우는 내가 원하는 날짜를 지정할 수 없다 보니, 불참할 때도 있었다. 또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정서 자체가 이 문제를 안 좋게 바라보기 때문에, 그런 정서에 기반한 대우를 받을 때 쉽지 않았다. 해외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약식기소로 벌금형이 나와서 출국 금지를 당하는 애로 사항도 있었다.

이상 / 조사를 받으러 갈 때마다 담당 경찰이 계속 바뀐다. 그때마다 들었던 질문을 그대로 듣고 했던 말을 반복해야 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재판 출석하러 법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다른 불참 건으로 고발됐으니 경찰에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프리랜서여서 재판 출석은 크게 부담되지 않았지만, 보통 1~2년 기간을 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거기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유죄가 나오면 그 뒤에 벌어지는 상황이 유동적이니 계획을 짜기가 어렵더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일상을 지내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와 스트레스가 많았다.

김형수 / 나는 2014년 1년 차부터 안 나가서 2015년부터 고발당했다. 처음 한두 번은 약식기소가 되고 서너 번이 되면 재판에 회부되기 시작한다. 재판에 처음 출석한 건 2016년 상반기였다. 벌금을 내도 훈련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예비군 3~4년 차가 되면 1년 차 때부터의 모든 훈련에 대해 거의 다 기소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많게는 한 달에 세 번까지 경찰서에 갈 수도 있다.

경찰서 가는 게 처음에는 좀 힘들지만 자주 가니 익숙해졌는데, 선고 공판은 그렇지 않더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어서 그렇다. 징역이 나오더라도 집행유예가 나와서 항소하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데, 법정 구속을 하면 바로 들어가야 되니까. 나도 나의 상황을 이해해 주는 직장을 다니기는 했지만, 직장생활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늘 싸우면서 일을 해야 했다. 회사에 '나 오늘 선고받으러 가는데 내일부터 못 볼 수도 있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말했다가 다음 날 출근하면 또 얼마나 민망한가. 그런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제일 컸다.

-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재판과 수사를 반복해서 받는 시기였을 텐데, 이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김형수 / 솔직히 반갑기는 했지만 나한테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기대는 안 했다. 무죄가 나오면 너무 좋겠다는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지만 무죄가 나올 것 같지 않더라. 무죄는 대부분 여호와의증인 사례에서만 나왔다. 판례를 보면 도저히 나는 무죄를 받을 수 없겠더라. 그래서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에는 감옥을 안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2018년 이후에는 '안 갈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감옥 갈 확률이 더 높다. (웃음)

이상 / 나도 비슷했다. 되게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나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고가 나오면 한편으로는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죄는 안 될 것 같으니까 실망하거나 힘 빠지지 않으려고 마음을 그렇게 다독여 왔다.

- 양심적 병역거부 얘기만 나오면 댓글이 험악해진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바보냐'는 식의 조롱도 있고, '국가 공동체를 위한 의무를 회피한다'는 반응도 있다. 뜬금없이 '여자도 군대 보내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나온다.

김형수 / 한 가지 의문은, 그 보상 심리가 왜 항상 병역을 매개로 작동하고 있는가다. '나도 고생했으니까 너도 고생해'라는 이야기가 '다같이 군대 가서 총 쏴야 한다'는 건 아닐 텐데, 다들 그걸 전제하는 게 의아하다. 고생의 방법도 다양하지 않나. 사회 복무제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사회봉사를 할 수도 있는 건데, 꼭 군대 갔다 온 게 1등 시민으로서의 규범이어야 할까. 항상 병역을 전제하면서 고생하라고 얘기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국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다는 이야기도 사후적인 것 같다. 처음부터 '국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내 한 몸 바쳐서 병역을 이행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걸까. 일단 군대를 가고 보니, '이게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라는 어떤 자기 해석이나 자기 의미 부여를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군대를 아직 안 간 사람과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이 다를 것 같다는 얘기다.

이상 / 자기모순이기도 한 것 같다. 1등 시민의 조건이기도 한데 사실은 되게 노예 같은 거다. 약간 '나도 고생했으니까 너도 고생해라'라든지, '나는 전방에서 개고생을 했는데 너는 꿀 빠네' 이런 것들. 물론 억울할 것 같고 나도 2년 가까운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온 게 억울했던 것 같다.

예비군 훈련 거부자들은 '신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번번이 유죄판결을 받는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으로서의 '진정한 양심'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는 게 유죄 이유다. 조성현 씨의 경우 장로교단 집안에서 태어나 메노나이트 교단에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점이나, 카투사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군생활을 했다는 점 등이 '진정한 양심'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유죄 인정 근거가 됐다.

법원은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이들이 '진정한 양심' 때문에 훈련을 거부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 때마다 신념을 증명해야 하는 건 훈련 거부자들의 몫이다. 조성현 씨 판결문 갈무리

- 조성현 씨의 경우처럼 다들 '진정한 양심'을 인정받지 못해서 무죄판결을 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도대체 '신념'을 어떻게 증명하라는 것일까.

김형수 / '내적 확신이 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이런 선택을 했고,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거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안에 고정불변한 확신과 의지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재판부는 이런 식의 태도가 '진정한 양심'에 이르지 못한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 - 기자 주). 불안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해서 이렇게 사는 거다. 그렇게 살지 않았을 때 감수해야 될 마음의 부채와 부담보다 이렇게 살면서 겪게 될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마음이 있다.

이상 / 나도 재판 과정에서 이력서에 쓰듯이 어디 시민단체에서 어떤 활동을 했고 어디에 후원했는지를 자료로 만들어 제출했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도 나의 신념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선택을 해서 결과를 감당하는 것 말고는 얘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 내가 나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재판부도 내 신념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증거를 더 세세하게 써 주면 좋겠는 아쉬움이 있다. '당신의 신념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의자유가 아니다'라는 점을 내게 증명해 달란 거다.

조성현 / 나에게 평화는 관념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고 뒤흔들며 현재 진행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다. 송강호 선생님, 여러 곳에서 만난 활동가, 주민들이 기억에 남고, 제주 4·3 사건을 겪은 할머니·할아버지나 베트남에서 만난 한국군 민간 학살 피해자 같은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들을 보았기에 나는 병역거부를 지속한 것이다.

2018년 10월 대체복무제 공청회를 맞아 보수 개신교인들이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려면 지뢰 제거 등의 임무를 맡겨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018년 10월 대체복무제 공청회를 맞아 보수 개신교인들이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려면 지뢰 제거 등의 임무를 맡겨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한국교회는 보수 교단을 중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는 정서가 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등 일부 교단은 대체 복무제 반대를 차별금지법 반대와 한데 묶어 반기독교 정책에 맞서는 위원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김형수 / 여호와의증인에 대한 특혜라고 생각해 '이단 박멸'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한국 보수 개신교회 입장에서 소위 '정상'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들이 여기에 다 묶인다. 여호와의증인은 자기들이 볼 때 이단이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취급하기 때문에 하나로 묶여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적나라하게 얘기하자면, 예수 팔아 장사하면서 다음 먹거리 사업으로 '대체 복무제 반대', '동성애 반대'를 고른 게 아닐까 생각한다.

조성현 / 한국교회 외부의 어떤 그룹을 비정상화해 스스로 도덕적 우월감을 성취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왜 이성애자 혹은 군대 갔다 온 사람이 더 우월하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할까. 자기들은 성경적이라고 표현하지만 그게 정말 기독교적인지 의문이 든다.

이상 / 교회가 위기여서 그런 게 아닐까. 기득권을 유지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외부에 혐오해야만 하고 물리쳐야만 하는 악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 예비군 훈련 거부로 일상생활의 불이익도 크고,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다. 그럼에도 계속 이 활동을 이어 가며 평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뭔가.

김형수 / 교회에 다니는 분들도 그렇고 군대 다녀온 분들도 그렇고, 너무 화가 많이 나 있다. 우리는 화를 내지 않는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화가 많이 나서 화를 어떻게 풀 데가 없으니까 본인들이 볼 때 제일 만만하고 약한 사람에게 화를 풀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상처를 받았다고 남한테 함부로 화를 내서는 안 되지 않나. 그 방법을 배우는 게 평화인 것 같다.

이상 / 지금도 여러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총칼로 싸우는 전쟁뿐 아니라 차별과 혐오의 문화 속에서 전쟁과도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 역시 전쟁터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 전쟁을 없애자는 얘기를 키워 나가려면 평화를 더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성현 / 우리 같은 사람은 소수니까 악플을 신경 안 쓴다고 하면서도, 솔직히 이번에 또 인터뷰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는 했다. 그래도 우리의 이런 발걸음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우리가 송강호 선생님과 같은 분에게 영향을 받은 것처럼, 우리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좋은 영향인지 힘들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웃음)

한국 사회든 교회든 '병역거부'나 '평화'라는 가치에 배타적이기 때문에, 더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폭력적인 사람이 어디 있나. 그렇게 배워서 그럴 뿐이다. 무의식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듣고 서사를 받아들이며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평화교육이 한국 사회와 교회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세 사람은 소셜펀치에서 400만 원을 목표로 펀딩을 시작했다. 8일이 남은 1월 28일 현재 목표보다 20%를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받아야 할 재판이 많이 남아 있다.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는 "아직도 여러 건의 재판을 앞두고 있어 모금액이 이보다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많은 동참을 부탁했다. 소셜펀치 링크를 통해 후원할 수 있고, 세 사람이 쓴 예비군 훈련 거부 소견서도 읽을 수 있다. 모금 기간이 끝나도 전쟁없는세상을 통해 이들을 계속 후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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