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처치독 인사말을 써야 한다는 말을 듣고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이 지면에 되도록 무거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도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붙잡고 있는 이 사건 외에 제가 이야기할 게 별로 없더군요. 

오늘(12월 3일)은 저희 아빠가 돌아가신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입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가족들 모두 충격이 컸고, 지난 한 달은 홀로 남은 엄마를 걱정하며 가족 모두 엄마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업무에 복귀한 지 2주가 되었네요. 

아빠가 위중해지셨을 때부터 장례식을 치르는 기간까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가장 많이 생각한 건 '공감'이었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몇 년 전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보낸 친구가 떠올랐어요. 그때 저는 그 친구를 위로한다고는 했는데, 막상 제가 그런 상황이 되니 '그때 그 위로가 과연 정말 위로가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족 혹은 가족과 같은 이의 죽음을 경험해 보지 않고, 짐작되지 않는 슬픔을 짐작해 건네는 위로가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기자는 참으로 고약한 직업인 것 같아요. 제가 그간 만나 온 슬픔을 당한 사람들, 폭력의 피해자들이 떠오르면서, 그들을 대변한다는 명목으로 주제넘은 짓을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고 공감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 다른 사람의 경험은 내 경험과 다를 텐데, 그렇다면 사람이 다른 사람을 공감한다는 게 가능한 걸까'라는, 답 없는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아버지를 여읜 그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니야, 그때 정말 위로가 됐어." 머릿속에 떠돌던 관념들이 땅으로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저도 조의와 위로의 말씀을 전해 주신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았거든요. 

다른 사람을 공감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조금이나마 공감해 보려는 태도가 작은 위로를 주는 걸 거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 면에서 완전한 공감은 신의 영역이며 사람이 사람을 공감해 보려는 시도는 신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을 달래면서, 앞으로도 조금 더 슬픔을 당한 이들을 만나 보려 합니다. 

편집국 권효

친절한 뉴스B

표절은 범죄입니다!

사랑의교회 청년부 부목사가 성경 공부 교재를 표절한 사건이 드러났어요. 갈라디아서를 주제로 청년부 내부 교재를 만들었는데, 첫머리부터 다른 목사의 교재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죠. 참고 문헌에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정황도 보입니다.

사랑의교회는 내부적으로 이 일을 심각(!)하게 보고 해당 목사를 사임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만, 취재 직전까지 그의 이름은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라 있었죠.

표절은 <뉴스앤조이>에 들어오는 가장 흔한 제보 유형 중 하나예요. 그런데 성범죄나 재정 문제와 달리, 표절이 밝혀지는 경위는 대개 좀 달라요. 목사가 날로 먹으려고 설교를 표절하는 그 순간, 교인들은 말씀을 더 열심히 묵상하려다 이를 알게 되거든요.

동료 기자가 출석하는 교회에서도 몇 년 전 비슷한 패턴으로 청년부 목사가 교회를 사임한 사건이 있었다네요. 한 청년이 성경 공부를 복습하려고 인터넷에 검색했다가 우연히 표절 사실을 발견했고, 목사는 조용히 교회에서 사라졌다고 해요. 

슬프게도 설교 표절은 정말 비일비재해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남의 설교나 저서를 무단 도용하고, 마치 자기가 직접 쓰고 묵상한 것인 양 과시하죠. 제가 몇 년 전 취재했던 한 목사는 "내 목회의 절반은 새벽 기도와 묵상"이라고 말했는데, 그 문장조차 표절이어서 멘탈에 심대한 위기가 온 적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맺을게요. 표절은 범죄입니다! 출처를 꼭 밝히고, 남의 지식을 내 것인 양 포장하지 맙시다!

편집국 승현


갑자기 <뉴스앤조이> 자랑 한번 하겠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계획하는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회계 파트를 보니 올해도 역시 '적자'더군요…. <뉴스앤조이> 역사상 적자가 아닌 적이 없었지만(…) 숫자로 보니 또 한번 흠칫하게 됐습니다. 

전날 받은 메일이 생각났어요. 한 홍보대행사가 저희한테 보낸 메일이었는데요. 
 ・ 한마디로 '기사형 광고'를 제안했습니다.
 ・ 제안서에는 아주 친절하게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사를 피해 가는 방법도 적혀 있더라고요. 
 ・ 단가는 '1개당 최대 300만 원'. 

기사형 광고가 편법이자 저널리즘 환경을 좀먹는 일인 줄 알면서도 많은 언론사가 이를 수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매년 적자인 <뉴스앤조이>는??? 사실 저희는 이 제안서를 보고 하나같이 '좋은 취잿거리'라고만 생각했어요. 누구 한 명 이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자고 말하지 않았죠. 워크숍이 끝난 후 바로 취재했고 기사를 썼습니다. 

뭐 이게 당연한 것이지만, 저는 당연한 걸 당연하게 하는 <뉴스앤조이>가 교계에 꼭 필요한 언론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갑자기 매년 적자 나는 회사 자랑이었습니다. 

편집국 권효


모든 동물이 건강하고 평안하도록

대한성공회 광명교회(민숙희 관할사제)에서 열린 '반려동물 축복식'에 다녀왔어요.

보통 개신교회에서는 사람만이 축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성공회에서는 동물이나 사물, 장소를 축복하기도 해요. 새로 이사한 집이나 사무실에서 안전과 평화를 기원하며 예배하는 것처럼요. 해외에서는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민숙희 사제가 12년 전부터 축복식을 해 오고 있어요. 

예배에는 반려견 8마리와 반려인들이 참석했어요. 한 참석자는 반려동물이 없을 때부터 축복식에 참여했는데, 최근 반려견을 입양하게 돼 벅찬 마음으로 오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다니는 교회에서는 반려견을 데려가도, 예배당에 들어갈 수 없어 사무실에 따로 맡기곤 하는데 이렇게 함께 예배드릴 수 있어서 기쁘대요. 

저는 일전에 소개했던 반려묘 '보리'의 사진을 가지고 축복을 받았는데, 많은 위안을 얻었어요. 

"그저께 막내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듣고
애도 중이었는데, 섭리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기사가 나간 후, 한 독자분이 페이스북에 달아 준 댓글이에요. 개인적으로 이런 반응을 보게 돼 안도감이 들었어요. 사실 이 기사가 독자분들께 얼마나 공감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거든요. 

모든 동물이 평안하고 건강하도록, 그리고 세상을 떠난 동물이 안식을 누리도록 기도하는 일. 생각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무해하고요! 인간과 동물을 동등하게 여기고 축복하는 예배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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