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3년 준공을 앞둔 경기도 의왕시 월암지구 공공 주택 개발 사업이 맹꽁이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려다 환경 단체 비판에 직면했다. 의왕맹꽁이대책위원회(대책위)는 공공 주택 개발 사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맹꽁이를 비롯해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맹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이다. 국립생물자연관·국제자연보전연맹(IUCN)도 맹꽁이를 생존 위협과 번식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절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취약(VU)' 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행 '야생 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는 "보호 구역에서 다른 법령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용·개발 등의 행위를 하거나 이용·개발 등에 관한 인가·허가 등을 하려면 소관 행정기관의 장은 보호 구역을 관할하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과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당장 사람 사는 게 문제'라며 야생 생물 보호를 등한시한 개발 때문에 맹꽁이를 비롯한 야생 생물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의왕 월암지구뿐만 아니라 초평·고천지구, 성남 서현지구, 과천지구에서도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됐지만, 제대로 된 대책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책위 노훈심 위원장(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제 개발을 위해 남아 있는 땅들은 그린벨트밖에 없다. 그린벨트는 보호종 생물들이 도심에서 내몰려 정착한 곳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데 이런 식으로 개발을 지속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맹꽁이 울음소리 들으며 살아왔는데
LH 전략 환경영향평가는 "맹꽁이 없다"

도롱뇽, 맹꽁이, 한국 개구리와 같이 멸종 위기에 놓인 보호종 생물들이 많은 의왕시 월암동 동북쪽은 '도룡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름밤이면 "매앵", "꽁"하는 맹꽁이 울음소리가 마을에 가득했다. 2018년 7월 도룡마을이 '의왕 월암 공공 주택 지구'로 지정된 후, 주민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나갔다. '인간은 갈 곳이 있지만 마을에 있던 생물들은 어쩌나' 걱정했던 일부 주민은 마을을 떠난 후에도 양서류 산란지·서식지를 모니터링하고 환경을 정화하는 '의왕 맹꽁이 지킴이' 활동을 이어 나갔다.

2018년 7월 도룡마을이 '의왕 월암 공공 주택 지구'로 지정된 후, 주민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나갔다. 개발을 앞둔 마을에는 멸종 위기 종 생물들만이 남았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2018년 7월 도룡마을이 '의왕 월암 공공 주택 지구'로 지정된 후, 주민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나갔다. 개발을 앞둔 마을에는 멸종 위기 종 생물들만이 남았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2020년 2월, LH는 2018·2019년에 걸쳐 실시한 월암지구 전략 환경영향평가에서 "맹꽁이의 서식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결과를 신뢰할 수 없던 주민들은 2020년 7월 '의왕맹꽁이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대책위에는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의왕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담쟁이자연학교협동조합,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바람개비행복마을, 부곡향토문화연구회, 의왕녹색당, 정의당 의왕과천지역위원회 등 주민 모임과 지역 환경 단체 및 정당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야생 생물 전문가를 섭외해 자체적으로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개발 대상 전 지역에 맹꽁이 서식지가 퍼져 있는 것이 드러났다.

LH는 주민들의 자체 조사를 인정하고도, 맹꽁이 보호 대책을 누락한 채 택지 개발 사업을 추진해 갔다. 올해 5월, LH는 개발 사업 초기 단계인 '문화재 시굴 조사'를 위해 맹꽁이 서식지에 굴삭기를 비롯한 중장비를 밀고 들어 왔다. 맹꽁이 서식이 확인된 땅들이 군데군데 구덩이로 파헤쳐졌다. 현재는 대책위가 "환경부 허가 없는 시굴 조사는 불법"이라고 항의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LH는 올해 5월, 착공 사전 단계인 문화재 발굴을 위해 맹꽁이가 서식하는 땅에 트렌치 조사를 강행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올해 5월, LH는 착공 사전 단계인 문화재 발굴을 위해 맹꽁이가 서식하는 땅에 트렌치 조사(긴 구덩이를 만들어 발굴하는 것)를 강행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보존 대책 수립 없이 사전 공사 강행
대책위 "서식지 원천 보전해야"

대책위는 LH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창 공사 중인 의왕 고천·초평지구에도 주민 조사 결과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됐지만, LH가 향후 월암지구에서는 보존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겠다고 해 대체 서식지 이전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의왕맹꽁이대책위원회 노훈심 위원장은 8월 2일 기자와 만나 "LH가 작년 8월 3일 열린 회의에서 '(고천·초평지구는) 이미 토지 이용 계획서가 다 나와 있으니 일단 남아 있는 땅에서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자. 대신 월암지구를 진행할 때에는 토지 이용 계획을 수립하기 전 맹꽁이 서식지를 사전에 찾아내 충분히 확보하고 공사하겠다'는 식의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인위적으로 마련한 대체 서식지에 맹꽁이들이 잘 적응한다는 보장도 없다. 노 위원장은 "고천·초평 지구에서는 대체 서식지를 마련해 맹꽁이들을 포획·이전하고 있지만, 이 대체 서식지가 대부분 규모가 작거나 수량이 부족해 맹꽁이들이 거주하기 부적합한 땅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진행하고, 보존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맹꽁이 서식지를 최대한 피해 건물을 짓는 것이다. 대책위는 LH가 월암지구는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맹꽁이 서식지를 보존할 것이라 믿었다.

노훈심 의왕맹꽁이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의왕 월암지구 맹꽁이 포획·이전 작업을 하기 위해 맹꽁이 서식지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노훈심 의왕맹꽁이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의왕 월암지구 맹꽁이 포획·이전 작업을 하기 위해 맹꽁이 서식지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그러나 2020년 12월 발표된 월암지구 토지 이용 계획도상에는 맹꽁이 서식지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대책위의 요구로 LH는 결국 올해 6월이 돼서야 5회에 걸쳐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를 진행한 (주)라나에코컨설턴트는 결과 보고서에서 "월암천을 중심으로 배치된 농경지 전반에서 맹꽁이가 출현했고, 각 시기별 모든 유형을 합산했을 때 최소 4마리에서 최대 115마리까지 출현했다"고 했다. 또 "현재 국내에서 도시화에 따라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들어서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환경부)과 지역 적색 목록 취약 등급(VU, 국립생물자원관)으로 지정·보호받고 있으나, 쉽게 관찰되지 않는 습성 때문에 개발과 보전의 문제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종"이라고 밝혔다.

맹꽁이 서식은 확인됐지만, 확정된 보존 대책이나 대체 서식지는 아직 없다. 8월 2일 열린 회의에서 대책위는 서식지 원천 보전을 요구했으나, LH는 토지 이용 계획상 용도 변경이 어렵다며 고속도로 바로 옆 녹지를 대체 서식지로 제시했다. 노 위원장은 "토지 이용 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에 협의가 안 되는 상황이다. LH는 그곳들을 제외한 땅을 가지고 맹꽁이 대체 서식지를 확보하려고 하는데, 그 땅들은 맹꽁이에게 적합하지 않다. 맹꽁이가 살기 적합한 습지도, 맹꽁이가 나온 지역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맹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이다. 뒷다리로 흙을 파고 들어가 땅속에서 생활하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 무렵이면 땅 위로 올라와 물웅덩이에 번식한다. 장마철 야간에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의왕맹꽁이대책위원회 제공
맹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이다. 뒷다리로 흙을 파고 들어가 땅속에서 생활하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 무렵이면 땅 위로 올라와 물웅덩이에 번식한다. 장마철 야간에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의왕맹꽁이대책위원회 제공

맹꽁이가 살기 위해서는 산을 포함한 평지 1만㎡가 필요하다. 행동반경이 150~300m인 맹꽁이 특성상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생존할 수 있다. 또한 대체 서식지를 마련할 경우, LH가 3년을 관리한 후 지자체로 권한을 넘기는 현행 제도상 꾸준한 보호·관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지 주민들이 맹꽁이도 없는데 땅을 놀린다는 민원을 넣게 되면 유명무실해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노 위원장은 "맹꽁이의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대체 서식지를 마련한 경우, 97%가 적응하지 못하고 몇 년 후 사라진다. 맹꽁이에게 충분한 서식지를 주되, 그 서식지는 빈 땅이 아니라 맹꽁이들이 원래 살던 곳이어야 한다. 맹꽁이가 기존에 살던 공간은 다 아파트로 결정해 놓고 '여기 안 된다, 저기 안 된다'고 하니까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맹꽁이에게 공간을 내주고 녹지로 조성한 후 다른 곳에서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주민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개발하지 말라는 얘기 아냐
생명 다양성 보전 방안 마련하라는 것"

맹꽁이 대체 서식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공사는 잠시 지연된 상태다. 대책위는 LH가 '공공 주택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구실로 맹꽁이 보호를 주장하는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대책위 소속 이동현 활동가(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는 "지난주만 해도 사무실로 계속 항의 전화가 왔다. '지금 당장 내가 집이 없는데 맹꽁이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고 하더라. LH가 환경 단체에서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주택 공급은 필요하다. 하지만 야생동물보호법상 맹꽁이 서식이 확인되면 보호 대책을 수립한 후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환경 단체나 주민들의 문제 제기 때문이 아니라, LH가 불법적으로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3년 준공을 앞둔 LH 의왕 월암 공공 주택 지구 전역이 맹꽁이 서식지다. 대책위는 "맹꽁이 서식지 원천 보전을 원칙으로 보존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2023년 준공을 앞둔 LH 의왕 월암 공공 주택 지구 전역이 맹꽁이 서식지다. 대책위는 "맹꽁이 서식지 원천 보전을 원칙으로 보존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그는 월암지구 문제를 '맹꽁이 대 사람' 구도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활동가는 "맹꽁이가 사람 것을 빼앗는 게 아니고, 맹꽁이가 사는 땅에 사람이 무리하게 들어가 집을 짓는 것이다. 이곳은 원래 맹꽁이의 땅이다. LH가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서민을 방패막이 삼아 공사를 강행하고자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도 고려하고 있지만,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들의 목표는 맹꽁이가 살기 좋은 서식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노훈심 위원장은 "공사를 중지하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우리는 생명을 지키고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최대한 맹꽁이가 많이 살았던 곳을 찾아 현장 보존하는 게 제1원칙이다. 그게 어렵다면 원서식지와 유사한 곳을 찾아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노훈심 위원장은 "공사를 중지하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라며 "최대한 맹꽁이가 많이 살았던 곳을 찾아서 현장 보존하는 게 대책위의 제1원칙"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노훈심 위원장은 "공사를 중지하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라며 "최대한 맹꽁이가 많이 살았던 곳을 찾아서 현장 보존하는 게 대책위의 제1원칙"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그는 보호종 생물들이 개발 사업으로 생존 위협을 겪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개발 시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구의 순환 관점에서 볼 때 생물 다양성은 결국 인간을 위한 일이다. 고리가 하나 끊어지면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 처지도 맹꽁이와 다르지 않다. 기후 위기와 코로나를 겪고 있는 우리가 맹꽁이를 위해 나서야 한다. 맹꽁이가 살아야 우리가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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