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생물 멸종에 직면한 신학의 논의' 세미나 "생물 다양성 파괴의 종국은 인간 파멸"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며 인간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팬데믹 현상은 사람에게는 재앙이지만,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니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린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처럼 질주하던 인간의 환경 파괴를 생각하면, '코로나19가 지구를 치료한다'는 역설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한국교회환경연구소(신익상 소장)와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과학생태신학연구소(김기석 소장)가 5월 29일 '기후 위기와 생물 멸종에 직면한 신학의 논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패널들은 전 지구적 생태 파괴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다시 알리고, 교회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했다. 세미나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는 20여 명이 모였다.
세미나는 환영사와 인사말부터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로 가득했다. 환영사를 전한 김정욱 교수(서울대 명예)는 인간 욕심이 창조 세계 불균형을 가져왔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기른 가축 개체 수는 현재 야생에서 사는 동물 숫자보다 100만 배 많다. 인간은 지구상 전 육지의 30%에서 가축을 기른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가축이 사는 땅으로 바꾸다 보니 생태계 파괴가 발생하게 된다.
그는 "지구상에는 인간이 기르는 닭이 170억 마리, 소·돼지·염소·양이 수십억 마리가 있다. 야생동물은 개체 수가 가장 많다는 아프리카 들소·누조차 100만 마리 조금 넘는 실정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은 이렇게 불균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욱 교수는 "모든 나라가 경제성장에 혈안이지만 정작 경제성장으로 얻는 이득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손해와 복구 비용이 훨씬 더 크다"며 기존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류가 소비하는 군사비 절반만 쏟아도 기후변화를 막고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존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교계도 창조 세계를 회복하는 데 관심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인사말을 전한 양재성 대표(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1992년 당선된 전 미 대통령 빌 클린턴 선거 캠프 슬로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패러디해 "바보야, 문제는 생태야"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뉴딜 산업 정책에서, 중심에 놓여야 할 환경문제가 곁다리로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를 향해서는 "지금 할 일은 조화로운 삶의 회복이다. 교회가 나서서 생태 문제를 능동적으로 풀어 가야 한다. 지금과 전혀 다른 방식의 생태 인식 전환을 이루어 내지 않으면 교회는 앞으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불균형 상태' 심각 "현상 유지 위해서는 지구 1.7개 필요 한국은 '생태 채무국' 면적·국력 대비 소비량 과도하게 많아" |
특강을 맡은 오충현 교수(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는 생물 다양성 파괴와 기후변화에 대한 최근 연구를 소개했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파괴에 영향을 주고 인간 사회에도 영향을 준다. 그는 "생물 다양성 파괴의 종국은 인간 파멸"이라며,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종·유전자·서식지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오 교수는 지구가 이미 '불균형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인구 73억 명의 소비량을 감안하면 지구가 1.7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구는 외부에서 자원을 수급할 수 없는 '닫힌 체계'이다. 인간의 과소비는 자원이 제한된 생태계에 치명적 손상을 입힌다. 그는 "소비 규모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가 재앙을 통해 인간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수확하는 자원보다 훨씬 많이 소비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이 2016년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국은 '생태 채무국'이다. 한 국가가 자가 생산량으로 1년을 소비한다고 했을 때, 한국은 1월부터 시작해 4월 중순이면 바닥난다. 그 이후 시간은 생태적으로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셈이다. 오 교수는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10위다. 면적과 국력에 비해 어머어마한 수치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1~3.5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국은 지난 100년간 이미 1도가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온도 변화는 전염병으로 이어진다고 언급했다. 오 교수는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지구온난화에 따른 동물 면역 체계 교란과 병충해 창궐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에서 2012년 사이 '지구 생명 지수'(Living Planet Index: LPI, 전 세계 척추동물 종의 개체 수 추이를 바탕으로 지구 생물 다양성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 - 기자 주)가 58% 하락하는 등 생물 다양성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종·유전자·서식지 다양성 없이는 건강한 생태계도 없다"고 말했다.
| "개인 실천 차원으로 해결 못 해 정부 정책 수행 여부 감시해야" '탈인간중심주의'로 전환 필요 '성장' 관점에서 환경문제 보는 태도 버려야 |
특강 후 발제가 이어졌다. '생물 멸종과 동물권'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명철 교수(성공회대)는, 더 이상 개인 실천 차원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수출 의존 국가인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70% 이상 발전‧농업‧산업에서 나온다. 개인 실천을 통해 줄일 수 있는 배출량은 그리 크지 않다. 정책적‧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책적 성공 사례로 덴마크를 제시했다. 덴마크는 2012년부터 화석연료 사용 비율을 줄여 7년 만에 85%에서 52%로 급감했다. 그는 "한국도 '국내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2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정책 수행 여부를 잘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순 박사(이화여대)는 '생명 다양성과 성서신학'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하며,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대응 방식을 꼬집었다. 송 박사는 교회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놓고 수많은 논의가 오갔지만, 정작 코로나19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환경‧생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과연 교회 자체를 보존하려는 노력 외에 시대 요구에 응답하는 책임적 신앙인을 키워 내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비록 복음서의 예수님은 생태에 관해 직접 말씀하신 적이 없지만, 그분이 전한 하나님나라가 과연 생태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허용하는지 물어야 한다. 하나님나라 해방 메시지는 인간 목소리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생명 다양성과 동물신학'을 주제로 발제한 이성호 박사(연세대)는 교회의 생태 인식을 '탈인간중심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의 전통적 청지기론을 비판하며 "인간이 다른 동물을 다스리며 비교 우위를 점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인식은 동물을 기계적·수동적 존재로 보게 한다. 인간 홀로 환경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피조물이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인간 욕심을 강화하는 도구적 신앙이 환경문제에 대한 실천적 무관심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는 근본적으로 관계의 종교다. 창조주 하나님과 더불어 모든 존재가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생태적 사고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향 전환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미나 좌장을 맡은 신익상 소장은, 발제가 끝난 후 토론 시간에 기후 위기 대책을 위한 '녹색 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말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환경문제에서 원인을 제거·완화하고 돌이키기보다, 여전히 사태에 적응해서 '성장'하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성장 관점으로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회 현장 실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 소장은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녹색 교회'가 늘고 있지만, 교회의 실천이 교인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개인의 실천을 넘어 교회가 환경문제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 교회 차원에서 환경 보전을 실천할 방안을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