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가 신임 총장 선거를 앞두고 시끄럽다. 교단 내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목사들이 일부 총장 후보를 상대로 '동성애 사상 검증'을 하면서 선거판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장신대 총장 자리는 현재 8개월째 공석이다. 지난해 장신대 이사회는 임성빈 전 총장을 다섯 차례 표결 끝에 총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 105회 총회는 이례적으로 임 전 총장의 인준을 부결했다. 총대들은 임성빈 총장이 '장신대 무지개 퍼포먼스' 등 동성애 옹호 사건에 확고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총장 선거도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총장 선거라면 학술 검증 및 학교 비전 제시 등 직무와 연관된 검증 작업이 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예장통합동성애대책운동본부(대표 고형석 목사) 및 7개 노회 동성애대책위원회와 이에 동조하는 일부 교계 언론의 선동으로 총장 선거가 동성애 프레임에 빠져 변질되는 모양새다.

장신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교단 내 일부 목사들이 후보자들의 '동성애 사상 검증'에 나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신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교단 내 일부 목사들이 후보자들의 '동성애 사상 검증'에 나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반동성애운동본부와 몇몇 노회 동성애대책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들은 5월 13일 서울 광진구 장신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예장통합에서 반동성애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이들이다. 교단 산하 신학교에서 '동성애 반대 및 동성애 차별금지법'에 대한 강의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교회학교에서 반동성애 교육 필수 시행, 교단 산하 동성애대책연구소 설립 등을 주장해 왔다.

이들은 총장 후보로 나선 교수 몇몇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들이 '동성애 옹호자'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김운용·윤철호·김은혜 교수가 2019년 104회 총회 전 발표한 무지개 퍼포먼스 참가 학생 구명을 위한 호소문에 서명했고, 평소 공개적으로 동성애 및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동성애 옹호자로 몰아갔다.

고형석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거리에서 예수 복음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는다"는 허위·왜곡 정보를 언급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는> 5월 21일 고 목사에게 연락해 어떤 근거로 세 교수가 동성애를 옹호한다고 보는지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충북노회 동성애대책위원장 이종민 목사(산남교회)에게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목사는 5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학교에서 무지개 퍼포먼스가 말이 되느냐. 총회 방침을 거스른 학생을 더 강하게 징계했어야 하는데 임성빈 총장 및 교수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는 동성애자를 정죄하자는 게 아니다. 잘못을 했으면 권징을 통해서라도 회개하고 돌이키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동성애를 확고하게 반대하는 총장을 원하는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다르게 세 교수는 학생들이 '무지개 퍼포먼스'로 징계를 받을 때 적극 나서서 보호하지는 않았다. 학생 구명을 위한 호소문은 무지개 퍼포먼스에 참여한 학생이 목사 고시에 합격하고도 최종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자 총회를 앞두고 불합격 조치 재고를 요청하는 차원에서 작성된 것이다. 교수들이 무지개 퍼포먼스에 임한 학생들의 징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장신대는 교단 소속 신학교 중 앞장서서 '반동성애' 기조를 표명해 왔다. 입학생에게 총회의 동성애 반대 지침을 따르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동성애 '반대' 기조를 명확히 한 소책자를 발간했다. 2019년에는 '경건 교육 규정 시행 세칙'을 "본 대학교와 교단 총회의 교육 이념에 반하는 언행을 하거나 예배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학생은 경건교육위원회에 회부하여 학사 부서에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고 개정해 무지개 퍼포먼스처럼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할 경우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장신대 총장선임준비위원회는 5월 25일까지 후보자들에 대한 연구 윤리 검증 기간을 갖고, 27일에는 교수·학생·직원 등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소견 발표회를 연다. 이사회는 6월 3일 열리는 회의에서 총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선출되는 총장은 9월 열리는 106회 총회에서 인준을 받으면 최종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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