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공협이 대선 후보에게 보낸 기독교 공공 정책에 관한 답변 발표회를 열었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모두 공공 정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기공협·김삼환 총재)가 대통령 선거 후보에게 보낸 기독교 공공 정책 질의 결과를 11월 29일 발표했다. 발표회가 열린 <국민일보>사 우봉홀은 200명 정도의 교계 주요 인사와 정치인들로 가득 찼다. 기공협은 지난 11월 16일 '기독교 공공 정책 10대 제안서'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보내고 11월 27일까지 제안에 관한 답변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 검토 결과는 이경재 새누리당 기독교대책공동본부장과 김진표 민주통합당 종교특별위원회 위원이 각각 발표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와 문재인 후보 캠프는 기공협 정책을 대체로 긍정했다. 항목에 따라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대체로 기공협 정책에 수긍했다.

박근혜 후보 측은 기공협이 제안한 10개 정책 중 3개를 제외하고 모두 적극 추진하거나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즉, △근대 기독교 문화유산 문화재 지정, 기독교 문화 연구소 설립 △종립 학교의 종교 교육권을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관련 법령 개정 △국가 예산 편성 시 종교 공평성 보장 △공직자의 정당한 종교 활동 보장 △동성애자·동성혼 합법화 반대 △국가 및 공공단체 시험 토요일이나 공휴일 실시 △종교인의 재산권 행사 보호하는 법률 정비 등을 약속했다.

'과학 교과서 진화론 수정'은 "과학 문제이므로 관련 학계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제안을 거절했고, '선교사 보호 노력 명문화'는 종교의 선교 사역에 국가가 간섭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 대신 외국에 있는 우리나라 선교사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적극 보호하겠다고 답했다. '공영방송의 종교 관련 보도 공정성 확보'는 자칫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정책으로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발표회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황우여·이혜훈·전병헌·손인춘 의원. ⓒ뉴스앤조이 김은실
문재인 후보 측은 종교의 자유를 신장한다는 차원에서 기공협 정책을 받아들였다. 종교 때문에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나라 발전과 사회 통합에 이바지한 개신교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 예산을 종교 간에 공평하게 배분하고, 공직자의 종교는 헌법 정신에 따라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동성애·동성혼 법제화와 공공단체·국가고시 일요일 시험 폐지는 "(기공협이 제기한 문제점에) 깊이 공감하며 앞으로 국정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책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았다. 개신교 문화유산 지정과 근대기독교문화연구소 설립은 개신교가 먼저 범 교단 차원에서 합의하면 국정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종립 학교의 종교 교육권 보장도 종립 학교에서 교육받기를 원하는 지원자들 의사와 종교 교육 수강을 반대하는 학생 의사를 고려해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발표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줄곧 기공협이 제시한 정책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표회에 앞서 열린 예배에서 설교한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는 개신교 업적을 역사 서술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교회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근대화와 독립운동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교과서에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개신교 목회자들이 영적·윤리적 모습을 회복해야 하는 건 인정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가 개신교를 과도하게 비판하는 면도 있다는 것이다. 오 목사는 개신교에 관한 역사 서술을 수정하는 일을 '일본 역사의식 바로잡기'에 비유하며 "일본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면 우리가 나서듯이 개신교에 관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 기공협 소속 목회자들은 기독교 공공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정현 목사(왼쪽)는 객관적인 기독교 역사 서술을 강조했고, 김삼환 목사는 정책 합의를 통한 갈등 방지에 방점을 뒀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김삼환 기공협 총재는 정책 문제로 정치권과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 정책 제안을 추진했다고 발표회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참여정부 당시 사학법 문제로 한국교회와 정부가 갈등을 빚었던 일을 재연하지 말자는 것. 김 총재는 "대통령과 한국교회에 축복과 은혜가 되는 일을 우리가 먼저 제안해 약속받았다"며 "약속을 앞으로 잘 지켜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병금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은 "기공협이 제시한 10개 정책은 개신교를 높이려는 정책이 아니라 공정한 정책"이라고 평가하며 "이 정책을 정치권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신형 전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선거 때는 원래 다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자리(발표회)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자리고, 이 정책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약이니 정책을 실천하겠다고 고백해야 한다"며 후보들이 정책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황우여·이혜훈·손인춘(새누리당)·전병헌·이윤석(민주통합당) 국회의원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앉아 있는 자리였다.

김철영 기공협 사무총장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각 정책을 심도 있게 고민했고, 국가고시 일요일 실행 폐지나 동성애 법제화 반대 등 많은 정책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며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지 기공협이 제안한 정책이 국정 운영에 반영되리라고 내다봤다. 김 사무총장은 이번 정책 제안은 "절반의 성공"이라면서 "앞으로 정책이 실현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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