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리가 마주한 이 차가운 바람, 꽃이 피는 걸 시샘해서 오는 꽃샘추위가 좋아요. 곧 꽃이 피고 미세 먼지를 싹 없애 주니까요. 오늘도 하늘을 보니 별도, 달도 보이더라요. 봄이 주는 신비, 생명을 싹 트게 하고 꽃을 피우는 이 신비로움은 익숙해지지 않고 언제나 경이롭습니다. (꽃에) 생명이 있기 때문에 '나도 생명이라'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내는 거겠죠? 저는 우리가 찾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도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만나면 싹이 나고 꽃이 피듯이, 어딘가에서 적절한 환경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최순화 씨. 뉴스앤조이 엄태빈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최순화 씨.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때늦은 꽃샘추위에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 공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최순화 씨가 말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자신은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언젠가 싹을 틔우리라 믿는다고. 3월 21일 기억 공간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그리스도인 월례 기도회'에 모인 그리스도인 30여 명은, 창현 어머니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지난 두 달간 전국 시민 행진을 하며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들을 만난 최순화 씨는 "많은 시민이 세월호를 잊지 않고,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이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우리가 그동안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는데, 그는 "4월에만 집중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5월, 6월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약속했던 안전한 사회,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 나가야 한다. 시민들이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힘을 모으고 함께 기도하자는 취지로 열리는 '월례 기도회'는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그간 많은 교계 단체와 교회가 돌아가며 기도회를 열고,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스도인 30여 명이 기도회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유가족과 연대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그리스도인 30여 명이 기도회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유가족과 연대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향린교회 김지목 목사는 영하의 날씨에도 차가운 길바닥에 털썩 앉아 장구를 연주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향린교회 김지목 목사는 영하의 날씨에도 차가운 길바닥에 털썩 앉아 장구를 연주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청수교회 한수현 목사는 "우리 육신의 생명의 날 동안에 죽은 자의 억울함이 풀어지고 남은 자의 눈물이 위로받고 그들의 눈물 위에 더 안전한 생명의 울타리가 세워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청수교회 한수현 목사는 "우리 육신의 생명의 날 동안에 죽은 자의 억울함이 풀어지고 남은 자의 눈물이 위로받고 그들의 눈물 위에 더 안전한 생명의 울타리가 세워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특별히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열린 이번 목요 기도회는 '저항과 예배'라는 주제로 신학&세월호, 한국민중신학회, 기독여민회가 주관했다. 신학자이자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에 함께하고 있는 정경일 원장(심도학사)은 10주기를 맞아, 참사 초기부터 예배팀을 만들고 참여해 온 유가족들과의 대화 모임을 올해 1월부터 진행해 왔다. 그는 이를 정리해 신학자들과 나누고, 3월 11일부터 <뉴스앤조이>에 '4·16 가족의 신학: 가슴이 부서진 이들의 예배'라는 주제로 연재하고 있다. 이날 기도회에서 신학자 3명은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점을 나눴다.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는 "예배는 무엇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그 자체가 목적도 아니다. 다만 진실과 정의를 향한 믿음의 순례를 지켜 주는 자리다. 대화 모임에서 한 분이 '우리가 정부와 또 세상을 상대로 싸우기도 하지만, 기독인으로서는 하나님과의 싸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수난의 시간에 자신을 바친 이들의 예배는, 그 예배가 가장 큰 저항이었음을 알린다"며 "이 믿음으로 지난 10년 예배를 이어 온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온 세계가 당신들에게 빚을 졌다"고 말했다.

기독여민회 정혜진 연구실장은 "가톨릭 해방신학자인 돔 헬더 카마라 주교는 '사람들은 내가 가난한 자에게 빵을 주면 성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들이 왜 가난한가 따져 물으면 빨갱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세월호 가족들을 보며 자녀를 잃은 고통이 어떨까 짐작해 보는 일은 어렵지만 가능하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느끼시는 것처럼, 진짜 어려운 일은 왜 그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함께 묻고 진상이 드러날 때 까지 함께하는 연대이다. 한국 사회의 작은 악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인 만큼,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최순양 교수는 "'교회 안에 있을 때보다 세월호 싸움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고 그분들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오래도록 남는다. 예수는 억압받는 사람을 돕고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고 하셨는데 '한국교회 목사님들은 억압하는 자들과 함께한다'고 고백하는 부모님도 있었다. 우리가 애써 찾고 만나고자 하는 하나님은 복과 안녕만을 빌고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곳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 뉴스앤조이 엄태빈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 뉴스앤조이 엄태빈
기독여민회 정혜민 연구실장. 뉴스앤조이 엄태빈
기독여민회 정혜민 연구실장. 뉴스앤조이 엄태빈
이화여대 최순양 교수. 뉴스앤조이 엄태빈
이화여대 최순양 교수. 뉴스앤조이 엄태빈

정경일 원장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후 5시에 안산 생명안전공원에서 열리는 '유가족과 함께하는 예배'와 셋째 주 목요일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 공간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기도회'에 많은 참석을 부탁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억하며 곳곳에서 예배가 열린다. 3월 31일 부활절에는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와 대구경북기독인연대가 주관하는 부활절 연합 예배가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예배'를 주제로 대구 서구 커다란숲교회 포레스트홀에서 열릴 예정이고, 4월 7일 오후 6시 안산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예배가 열린다. 

정경일 원장은 세월호 10주기 기억 예배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정경일 원장은 세월호 10주기 기억 예배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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