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안산성광교회가 담임 현종남 목사의 설교 표절성추행 의혹으로 교회 분쟁을 겪는 배경에는 '세습'이 있다. 전임 정판수 원로목사가 은퇴할 당시 안산성광교회 부목사였던 아들 정현진 목사를 현종남 목사가 담임으로 있던 오산 ㅈ교회로 보내고, 현 목사를 안산성광교회로 데려오는 '교차 세습'을 했기 때문이다. 

현종남 목사는 부임 직후부터 설교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재적 교인 1500명이었던 교회 담임목사가 버젓이 설교를 표절하다 적발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 때문에 대형 교회 담임목사를 아무런 검증 없이 데려왔다는 점에서, 교회 분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인들도 그때 교차 세습 시도를 막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안산성광교회 정판수 목사는 2015년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하며 현종남 목사와 아들 목사의 사역지를 맞바꾸는 '교차 세습'을 감행했다. 대부중앙교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안산성광교회 정판수 목사는 2015년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하며 현종남 목사와 아들 목사의 사역지를 맞바꾸는 '교차 세습'을 감행했다. 대부중앙교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2015년, 안산성광교회에는 정년을 앞둔 정판수 목사가 후임으로 현종남 목사를 낙점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현 목사를 후임자로 데려오는 대신, 아들 정현진 목사를 현 목사가 담임하던 오산 ㅈ교회로 보낸다는 것이었다. 

이 소문은 머지않아 사실로 드러났다. 정판수 목사는 교인들에게 현종남 목사를 후임으로 정했다고 공표했다. 당시 장로들은 정판수 목사가 교차 세습을 하려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30년 넘게 교회를 담임하고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감독까지 역임한 정 목사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이전에도 일부 장로가 후임 목사를 데려오기 위해 청빙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판수 목사는 거부한 바 있었다. 당시 청빙 과정에 참여했던 D 장로는 3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정판수 목사 은퇴를 앞둔 시점에 열린 당회(교인 총회)에서, 청빙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목사를 모셔 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 목사는 '청빙위원회라는 건 장로교에만 있지 감리교회에는 없다'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결국 2015년 11월, 현종남 목사는 정판수 목사 후임으로 안산성광교회에 부임했고, 안산성광교회에 부목사로 있던 정 목사의 아들 정현진 목사는 오산으로 갔다. 

2022년 말 현종남 목사의 설교 표절 및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과거 교차 세습을 막지 못해 교회 분쟁이 벌어졌다고 한탄하고 있다. D 장로는 "당시 정판수 목사가 현종남 목사를 후임으로 앉히기 위해 청빙 절차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 현종남 목사에게 문제가 없는지 공적으로 따지고 검증했어야 했는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정판수 목사가 오랫동안 목회하면서 교회를 부흥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 운영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하기보다 자기를 따르는 중직자들과 함께 개인적인 사심을 채우려 했다. 그래서 교회가 망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A 장로도 "정판수 목사의 욕심 때문에 교회에 이 사달이 났다. 정 목사가 깔끔하게 은퇴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자기 아들을 교차 세습하기 위해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후회했다.

정판수 목사 "현 목사, 지금이라도 물러나야"
교인들 "아들 목사 세습하려는 것 아니냐"

정판수 원로목사는 3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차 세습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양쪽 교회) 교세가 다르기 때문에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사실 나는 우리 아들이 (안산성광교회에서 목회를) 처음 시작해서 계속하게 하려 했는데, (세습을 금지한 감리회) 법에 안 맞지 않나. 현종남 목사는 같은 선교회에 있었고, (나를) 잘 따라서 후임으로 데려온 것이다. 아들은 (다른 교회로) 가긴 가야 하는데 현종남 목사가 오면 자리가 비지 않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기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판수 목사는 교회 분쟁의 장본인인 현종남 목사가 지금이라도 사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정 목사에게 교차 세습 때문에 교회 분쟁이 생긴 데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다. 목사면 다 설교를 잘할 줄 알았지, 남의 설교를 표절할지 어떻게 알겠느냐"며 "현 목사의 전적인 잘못이다. 지금이라도 물러나야 한다. 성추행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판수 목사가 공개적으로 현종남 목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대해, 교인들은 정 목사에게 다른 속내가 있는 것 같다고 의심한다. 현 목사가 물러나거나 은퇴하면 후임자로 정 목사의 아들을 데려오려 한다는 것이다. 현행 감리회 세습금지법에 따르면, 전임자가 물러난 지 10년이 지나면 직계가족이라도 후임이 될 수 있다.

D 장로는 "2022년 9월 무렵 정판수 원로목사와 현종남 목사가 담임목사실에서 만나 후임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이야기가 지방회에 파다하다. 2026년에 정판수 목사가 은퇴한 지 10년이 되는데, 아들 목사를 교회로 다시 불러들이고 현종남 목사는 조기 은퇴해 5년간 교회에서 사례비를 지원해 주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판수 목사는 소문을 부인했다. 그는 "후임을 정하는 건 내가 하는 게 아니라 교인들이 결정할 일이다. 아들이 하면 더 좋긴 좋지만, 교인들이 그렇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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