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잘 부탁드립니다. 이미지는 트렌드에 맞게 ChatGPT로 만들어 봤습니다.
올 한 해 잘 부탁드립니다. 이미지는 트렌드에 맞게 ChatGPT로 만들어 봤습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편집국장] 안녕하세요. 올해부터 편집국장을 맡게 된 최승현 기자입니다. 편집국장에서 물러나고 신임 대표가 되는 이용필 기자에 이어, 제가 1월부터 편집국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옮겨 달라"는 심정으로 편집국장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취재기자들이 국장을 맡고 싶지 않아 하는 건 <뉴스앤조이>의 유구한 전통(?)이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맡아 보지 않을 요량으로 며칠간 머리를 굴렸지만, 방도가 없었습니다. 

취재기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성역 없이 취재 현장을 누빌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저 역시 지난 9년간 재밌게, 즐겁게 현장을 다녔습니다. '부패 목사 쫓아다니는 목사 아들' 컨셉이 스스로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숫자와 지표가 한국교회에 전하는 메시지를 찾고자 데이터 저널리즘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 현장과 취재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여전했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이렇게 종횡무진 누빌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편집국장의 전폭적인 백업 때문이라는 것을 최근 깨달았습니다.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1~2주간 국장 역할을 해 보니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국장이 취재 못 하게 하고, 기사 써도 과하다고 못 내게 한다던데, 우리 편집국장은 쓰고 싶은 게 있으면 "시간은 얼마든지 줄 테니 잘 취재해 보라"는 식이었습니다. 요즘 "시간은 얼마든지"라는 말의 무게를 절절히(…) 체감하는데요. 기자를 신뢰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애써 쓴 기사에 대한 항의와 공격을 막는 것도 모두 편집국장의 몫이었습니다. 실제로 "기사 내려라", "지워라", "수정해라" 등등의 전화가 매일같이 옵니다. 취재기자 스트레스 받지 않게 국장이 뒤에서 생각보다 궂은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9년간 그런 배려를 받았습니다. 받고만 살 수 없는 노릇이죠. 저도 이제 다른 기자들이 마음껏 취재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대 국장들이 쓴 글을 읽으며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생각했습니다. 구권효 기자의 "편집국장을 하면서 내가 데스킹한 모든 글이 내 새끼 같았다"는 표현이 눈에 밟혔습니다. 11개월 차 아기 아빠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표현이 아닐 수 없지만(…) 그 마음으로 모든 글을 소중히 다루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늘 '겸손'을 강조하는 직전 편집국장 이용필 기자의 마음가짐을 저 역시 기본으로 삼겠다는 말씀도 덧붙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담아, 올 한 해도 가치 있는 보도들을 내놓아 보려 합니다. 2024년은 <뉴스앤조이>가 지난날 쌓아 온 '독립 언론'의 정체성 속에서 '탐사 보도'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구권효·나수진·엄태빈 기자와 다시 합류한 경소영 PD까지 한 팀이 되어, <뉴스앤조이>에서만 보실 수 있는 기사, <뉴스앤조이>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내놓기 위해 연초부터 머리를 맞대고 칼을 갈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뉴스앤조이> 편집국의 여정을 잘 지켜봐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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