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이 아깝지 않게(feat. 말은 많아도 착한 '아재')

교회 후원 요청 미팅을 마치고 나설 때 스치는 바람에서 봄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마침 후원 요청이 성사됐고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향기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문득 그가 떠올랐습니다. <뉴스앤조이>를 통해 인연을 맺은 분인데 언제 어떻게 친해졌는지 모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습니다(편의상 B라고 하겠습니다. 교회 열심히 다니는 집사님입니다).

B는 전형적인 '아재'입니다. 말이 많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습니다. 얼마 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가 지나가는 말로 공유 오피스를 언급했습니다. 그러자 B는 "내가 싼 데 안다", "위치는 어디를 고려하고 있느냐, 강북 쪽이면 100만 원대면 된다" 등 쉴 새 없이 말하더군요. 그냥 한 말인데, 숱한 말이 돌아왔습니다. 하필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진심으로 두 귀에서 피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양팔을 허공에 내저으며 "제발 그만 말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그제야 B는 "내가 너무 말이 많지?" 하고 웃으며 말을 멈추더군요. 참 감사했습니다. 보통 이런 말을 많이 들으면 기가 빨려서 정신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B에게서 기가 빨리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말은 많아도 기를 빨아들이지 않는 아재' B에게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산전수전 겪은 B는 요즘 IT 회사에서 영업직을 맡고 있는데요. 제가 후원·광고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하자 진심 어린 조언을 하더군요.

"영업은 설득이 아니라 발견이다."
"영업은 성실해야 한다. 고민할 시간에 전화를 걸고 발로 뛰어라."

"영업 거절당하면 기분이 좋다. 거절이 쌓이면 쌓일수록 영업이 성사될 때가 온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말을 직접 들으니 새롭더군요. '좋은 코멘트'라고 생각해 서둘러 핸드폰에 저장했습니다. 그러자 B는 "핸드폰 기종은 뭐냐", "요금제는 뭐 쓰냐", "아이폰 곧 나오니 그걸로 갈아타라"며 다시 이야기 수렁으로 끌고 가더군요. 사람 참 한결같습니다.

한때 부유한 삶을 살았던 B지만, 최근 몇 년간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빠듯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뉴스앤조이> 후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작년에는 자신의 한 달 용돈을 털어 기획 프로젝트를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염치없지만 올해도 B에게 후원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취재·보도만 하는 게 아니고, 영상과 특별 페이지, 출판, 행사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적잖은 비용이 들어갈 듯한데요. B처럼 <뉴스앤조이>를 응원해 주시는 후원자님들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후원금이 아깝지 않게 양질의 보도로 화답하겠습니다.

편집국 용필

친절한 브리핑

기독교 신앙이란 무엇인가

한국에는 '기독교판 메시아'가 왜 이리 많은 걸까요? 가톨릭이나 불교 인구도 많은데, 유독 개신교에서 파생한 사이비가 많은 것 같습니다. 3월 3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 신이 배반한 사람들'을 보며, 왠지 모를 신세 한탄(?)을 했습니다.

영상 자체도 충격적인 데다가 넷플릭스라는 세계 최대 OTT 플랫폼의 영향력 탓인지, 개신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명석', '이재록' 이름이 나옵니다. 엊그제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옆 테이블 사람들이 JMS 이야기를 하더군요.

'나는 신이다'가 준 경고: 이런 파장이 적어도 우리 개신교인들 사이에서는 가십으로 지나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이단·사이비를 경계해야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이 진정 무엇인지, 우리 안에도 맹종의 문화가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편집국 권효


밧세바 카와이 데스네? 일장기 내건 사람이 목사였다니

지난 삼일절, 뉴스를 뜨겁게 달군 세종시 일장기 사건. 다른 날도 아닌 삼일절에 보란 듯이 일장기를 게양해 온 국민의 '어그로'를 끈 이 사람의 정체는 목사였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독교가 또…' 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는데요. 그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그려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 같은 행동을 했으며, 신앙적인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다양한 입장을 포용하지 않느냐며 자신에게 화살을 날린 사람들을 비난했습니다.

· 대체 왜…?: 그의 설교를 들어 봤는데요. 일제도 공과가 있지 않겠느냐며, 왜 공은 부정하려 하느냐고 성토했습니다. 뜬금없이 다윗 왕 이야기를 꺼내더니, "밧세바 카와이 데스네" 해서 죄를 저지르지 않았느냐고도 하더라고요(…)

· 진정성 없는 모습: 논란 이후 그는 소녀상 철거 시위에도 참가하고, 자신의 사무실에도 일장기를 내거는 등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 자체는 맞지만, 그의 이후 언행을 보면 정말 '한일 관계'를 걱정하는 마음인지 그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붙기도 합니다.

한편 그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해외합동총회 관계자는 이 목사가 평소부터 논쟁을 즐기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논란을 일으켜 제명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이 목사는 교단이 자신을 제명한다면 소송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편집국 승현


목사 전별금 주려 '사채' 썼다는 장로

청주 ㄱ교회가 김 아무개 목사 은퇴와 맞물려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갈등은 후임자 청빙 문제와 맞물려 증폭됐는데, 그 과정에서 출석 교인 2000명에 연간 결산 20억 원대라는 이 교회가 얼마나 재정을 허술하게 사용해 왔는지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왜 사채를 썼나: 특히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김 목사 은퇴 전별금 6억 원이었는데요. 이제는 목회자가 거액의 전별금을 받는다는 게 흔한 뉴스이지만, 이 교회는 줄 돈이 없어 '사채'를 썼다고 합니다. 교회 규모도 있으니 천천히 나눠서 지급하든지, 은퇴 시점까지 적립해서 줬으면 되었을 텐데 '종교인 과세'를 피하겠다며 5년이나 앞당겨 주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사채를 사용했다는 겁니다….

· 증빙 자료도 없다: 기자를 황당하게 했던 건 교회 쪽의 대응이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개인에게 종이에 볼펜으로 쓴 문서가 증빙의 전부였습니다. 계좌로 이체한 내역도 없고, 현금으로 사인私人 간 거래를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교회 공식 결산 보고에는 '대출금 상환' 항목에 합산해 보고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교인들은 은행 대출금 상환액과 결산 보고액이 맞지 않는다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납득이 어려운 해명이 돌아오자 횡령죄를 묻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 목사와 재정장로의 반응은?: 김 목사는 기자에게 "전별금 받아서 십일조도 하고 헌금도 많이 했다"고 해명했고, 재정장로는 "그땐 종교인 과세 때문에 다들 그렇게 조기 지급했기에 불가피하게 사채를 썼다"고 했습니다.

세금은 안 내도 십일조는 하는 목사님, 그리고 수천 명 공동체의 재정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는 장로…. 한국교회 재정 윤리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례였습니다.

편집국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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