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 시리즈 - 전 9권> / 김경호 지음 / 대장간 펴냄 / 13만 원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 시리즈 - 전 9권> / 김경호 지음 / 대장간 펴냄 / 13만 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66권을 성서신학과 민중신학 관점으로 풀어 썼다. 시리즈 이름으로 붙인 '생명'과 '평화'는 저자 김경호 목사가 생각하는 성서의 핵심 가치다. 성서에는 역사와 자연의 도전 앞에 선 인간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연과 인간의 최대 화두인 '생명'과 삶의 필수 조건인 '평화'라는 두 사회적 주제를 성서가 증거하는 핵심 가치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많은 사람이 성서와 기독교를 '죄에서 구원'이라는 단순 공식으로 이해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성서를 한 가지 사상만을 지니고 있고 단순화한 교리를 강요하는 평면적인 책으로 오해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성서는 긴 역사를 통해 일어난 삶의 치열하고 다양한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호소와 외침이 녹아 있는 책이다. 그 하나하나가 갖는 다양한 패러다임과 역동성은 오늘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문제를 예시하고 또 조명해 준다." [<오경 - 야훼 신앙의 맥>, '시작하는 말', 12쪽]

이 시리즈는 총 9권으로 구성돼 있다. △오경 - 야훼 신앙의 맥 △역사서 - 새 역사를 향한 순례 △왕국 시대 예언자 - 시대의 아픔을 넘어서 △포로기와 그 이후 예언자 - 위기에서 대안을 찾다 △지혜문학 - 새로운 신앙의 패러다임 △복음서(상) - 역사적 예수와 그의 운동 △복음서(하) - 몸의 부활, 산 자들의 부활 △바울서신 - 교회의 출발, 제국을 넘어서 △기타 서신 -박해 속에 피어나는 희망 코드.

저자는 성서 읽기가 개인의 안녕과 안정에 머물지 않고 교회와 사회를 갱신하는 동력과 근거를 제공한다고 봤다. 시리즈 모든 책에 성서 본문 해석과 더불어 '생각 나누기'라는 코너를 담았다. '생각 나누기'에는 역사·사회·정치·경제 등에 관한 짧은 글과 질문지를 넣어, 독자들이 각자 성서 본문의 의미를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성서의 지식을 익히는 동시에 오늘의 현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힘을 얻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김경호 목사는 이 시리즈가 향린교회·강남향린교회·들꽃향린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등에서 이어 온 자신의 30여 년 목회 활동과 성서 연구 세미나, 강연들을 정리한 작업물이라고 밝힌다. 사실 이 시리즈는 2007년 첫 번째 책 <오경 - 야훼 신앙의 맥>(평화나무)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저자와 출판사 사정으로 4권을 끝으로 출판이 중단됐다가, 도서출판 대장간의 지원으로 완간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재는 상당히 진보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강조점은 바로 우리가 확장해 가야 할 공동체성을 살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현실의 기독교가 모순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아무 대안도 없이 섣부르게 기독교 신앙과 교회를 폄하하는 독설을 퍼붓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건강한 신앙, 건강한 교회로 재건하여 나가도록 돕는 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개개인이 가진 좋은 의지들을 모아서 공동의 힘으로 함께 이루어 가는 공동체가 교회입니다." [<오경 - 야훼 신앙의 맥>, '시작하는 말', 15쪽]

"성서를 문자 그대로의 경전으로 대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경전이 기록된 시대 속을 거닐며 민중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은 어쩌면 낯설고 불편한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왜 굳이 그런 관점으로 성서를 읽어야 하느냐 묻는다면,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을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답하고자 한다. 이것이 본질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역사를 주관하시는 분이라 고백한다. 그렇다면 하나님과 그 역사의 수레바퀴를 함께 굴린 건 과연 누구인가. 그것은 한 명의 위대한 왕, 한 명의 빛나는 예언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온 이름 없는 하나님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이 모여 역사가 된다." [<역사서 - 새 역사를 향한 순례>, 13쪽]

"칼 바르트는 하나님의 말씀은 삼중적인 틀로 나타난다고 했다. 계시된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 기록된 말씀인 성서, 그리고 선포된 말씀인 설교는 동일한 권위를 갖는다고 했다. (중략) 설교가 이렇게 중요한 권위를 갖는 것은 당대성,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설교자는 성서에서 오늘이라는 시대적 상황, 청중이 처한 삶의 정황 속에서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성서 안에서 당대의 사람들을 구원하고 해방하는 말씀이 울려오도록, 오늘의 상황과 성서를 연결하는 것을 사명으로 해야 한다." [<왕국시대 예언자 - 시대의 아픔을 넘어서>, 1장 '한국교회에서 홀대받는 예언서', 24~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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