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자신의 불륜 의혹을 제기한 외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의혹을 제기한 정 아무개 씨는 재판에 참석해 "(의혹은) 허위로 생각한다"면서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자신의 불륜 의혹을 제기한 외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의혹을 제기한 정 아무개 씨는 재판에 참석해 "(의혹은) 허위로 생각한다"면서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최근 2년간 큰 사건들을 겪었다. 설립자 조용기 목사가 2020년 7월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이듬해 9월 별세했다. 이에 앞서 조 목사의 아내 김성혜 전 한세대학교 총장도 2021년 2월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개척한 조 목사 부부가 같은 해 세상을 떠나면서 교회 분위기는 한동안 침체되고 뒤숭숭했다. 하지만 이 시기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내부적으로 더 큰 문제에 시달렸다. 이영훈 목사가 교회 내 여성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대형 교회 목사들을 둘러싼 각종 루머는 종종 있었지만, 이영훈 목사의 불륜 의혹은 매우 구체적이면서 외설적이었다. 소문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이 목사와 불륜을 저지른 A라는 여성이 남자아이를 낳았는데 현재 7~8살이고, 여성이 두 차례 유산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목사가 A의 모친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켜 숨지게 하고, A를 입막음하는 대가로 1억 5000만 원을 줬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영훈 목사의 불륜 의혹은 순복음총회신학교에 다니다가 퇴학 처분을 받은 전 신학생 정 아무개 씨가 제기했다. 정 씨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2020년 11월 말, 여의도순복음교회 부목사 3명에게 전달했다. 그는 순복음강남교회 김 아무개 장로에게 이영훈 목사에 관한 영상과 자료를 받았다면서, 이 내용이 조만간 방송과 신문에 전면 보도될 예정이라고 했다. 정 씨는 2021년 1~4월 교회 홍보국 관계자에게, 이 목사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불륜을 인정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뉴스앤조이>에도 2020년 말 이 같은 내용의 제보가 들어왔다. 기자는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취재를 진행했으나, 사실을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정 씨와도 연락이 닿았는데, 그는 기자에게 "자료를 가지고 있다", "A를 만나게 해 주겠다"라고 했지만, 결국 자료도 주지 않았고 A와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았다. 소문은 그렇게 사그라드는 듯했다.

하지만 이영훈 목사의 불륜 의혹은 올해 4월 16일 유튜브에 한 육성 파일이 공개되면서 극에 달했다. 지금은 삭제된 18분 분량의 파일에는, 이 목사의 불륜 대상으로 지목된 A가 누군가와 통화한 음성이 담겨 있다. 여기서 A는 △7년간 이 목사와 불륜 관계였고 △이 목사가 관계를 끝내자고 해서 사임을 요구했고 △이 목사가 사임을 못 할 경우 10억 원을 받기로 했는데, 1억 5000만 원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육성 파일은 지난 2년간 논란이 되어 온 불륜 의혹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A "최명우 목사와 통화하며 거짓말한 것
해고 문제로 이 목사에게 악의적 마음 품어"

소문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뉴스앤조이>는 사실 확인을 위해 취재를 계속한 끝에 A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6월 8일 기자를 만난 A는 영상 속 음성은 자신이 맞다고 했다. 통화는 2020년 5월 20일 당시 순복음강남교회 최명우 목사와 한 것인데, 최 목사가 몰래 녹음해 유출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A는 통화에서 한 말은 전부 거짓이고 자신이 지어낸 말이라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악기팀장을 지내다가 어느 날 아무 이유 없이 잘렸고, 자기 밑에 있던 유급 팀원들조차 해고돼 이 목사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쌓였다고 했다. 또 성가국에 있던 지인이 자신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잘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악의를 품었다고 했다. A는 "마침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 열풍이 불었고, 망신 한번 줘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영훈 목사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A는 함께 살던 여성 지인 B를 통해 만난 최명우 목사에게 지어낸 말을 전했다고 했다. 하지만 최 목사는 믿지 않았다고 한다. A는 "2020년 5월 25일 순복음강남교회 당회장실에서 최 목사와 만나 이야기했다. 최 목사가 '헛소리하지 말라', '내 친구 영훈이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입 닫고 조용히 기도나 하라'며 믿지 않았다. 연결해 준 B도 믿지 않고, 최 목사도 믿지 않으니까 괜히 거짓말을 했다 싶었다. 그래서 가만히 숨죽여 지내 왔는데, 이번에 통화 음성이 유출됐다"고 말했다.

통화 음성 유출과 관련해 A는 최명우 목사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그는 "내가 거짓말을 전달한 사람이 최명우 목사밖에 없다. (4월 16일 자) 영상에 최명우 목사 목소리도 잠깐 나오기도 해서, 업무상비밀누설죄로 최 목사를 고소한 상태다. 분명 거짓말은 최 목사한테만 했는데, 그해 말부터 어떻게 알았는지 정○○·김○○이 나에게 연락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최명우 목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A는 인터뷰 내내 없던 일을 만들어 낸 걸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평소 이영훈 목사 부부와 친분이 있는 B를 통해 사죄의 뜻을 전달했다고도 했다. 그는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당해도 할 말이 없다. 이 목사님이 B와의 관계도 있다 보니 나를 고소하지는 않은 것 같다. 대신 '아무리 교회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해도 해야 할 말과 안 해야 할 말이 있다. 거짓말을 한 것은 유감이지만, 지금이라도 솔직히 이야기하고 사죄해서 감사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A는 가뜩이나 이번 일로 두 번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할 만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데,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전혀 관계없는 정 씨와 김 장로가 개입하면서 날이 갈수록 문제가 커졌다고 말했다. A는 "특히 정 씨는 나에게 7살 아이가 있고, 두 번이나 유산을 했다는 등 악질적인 내용을 퍼뜨려 왔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정 씨가 연락해 와 한두 번 응했는데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서 차단했다"고 말했다.

정 씨와 김 장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재판 출석한 A "정 씨, 엄벌에 처해 달라"

이영훈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초기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교회 안팎에서 이 목사의 불륜 의혹이 파다하게 퍼지자, 결국 정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 씨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6월 17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정 씨의 결심공판이 열렸다. 정 씨는 심문에서, 순복음강남교회 김 장로에게 관련 정보를 듣고 부목사들과 교회 측에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뿐 비방의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그걸 (교회에) 알려 준 이유는, 2018~2019년 조용기 원로목사님이 (뉴스타파) 방송에 나오면서 저희가 굉장히 많은 피해를 봤다. 이런 일을 겪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교회가) 또 방송에 나가면 굉장히 타격을 받을 게 뻔해서 알려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로가 정말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방송에 낼 거라고 해서 이를 빨리 막기 위해 목사님들한테 연락한 거다. 밖에서 떠도는 풍문과는 내용이 다르고 굉장히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허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사는 이 문제로 이영훈 목사와 불륜 상대로 지목된 A가 피해를 입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한다든지 미안한 생각을 가진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 씨는 "이 대표(이영훈 목사)를 비방하고 욕한 게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검사가 재차 "본인의 행동으로 피해 본 사람들한테 최소한의 미안한 마음이 있느냐고 물어본 건데, 없다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정 씨는 답하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는 A도 참석했다. 공판이 끝날 무렵 재판장은 A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방청석에 있던 A는 일어나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정○○는 공익을 위해 그랬다고 말하는데,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며 "저 사람 때문에 교회는 타격을 입었고, 내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다. 나는 직장도 잃고 억울해서 극단적인 시도까지 했다.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면 내 마음이 가벼워졌을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이리도 양심의 가책이 없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A는 정 씨가 공범인 김 장로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가려 한다고 했다. "나는 (미혼인데) 이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아이의 엄마가 됐고 불륜녀가 됐다. 교회 지인들은 나와 대화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정 씨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 변호인도 "피고인은 공익적 목적으로 교회에 제보했다고 하는데, 현재 북부지검에서 탄원서 위조 혐의로도 수사받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들의 명의를 위조해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출했다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기 때문이다. 만일 공익적 목적으로 제보했다면 목사들이 직접 탄원서를 작성해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사는 정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장은 정 씨가 교회에 보낸 자료를 꼼꼼히 따져 본 다음, 7월 20일 선고하겠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 뒤 기자는 정 씨에게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과 <뉴스앤조이>에 말한 내용이 180도 다르다. '이영훈 목사가 불륜을 저질렀다', '자료가 있다'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기자에게 "당신과 통화하고 문자 나눈 거 경찰서에 가져다 냈다. 경찰서에 가서 물어보라"며 동문서답했다. 왜 입장이 바뀐 것인지 묻자, 그는 "나는 김○○ 장로한테 받은 거 (교회에) 전달만 했다. 나한테 뒤집어씌우면 안 된다. 나는 <국민일보> 이○○ 기자와 통화를 많이 했다"면서 대화를 거부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최근 2년간 이영훈 목사와 관련한 소문에 시달려 왔다. A는 교회 행정 조치에 불만을 품어 거짓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최근 2년간 이영훈 목사와 관련한 소문에 시달려 왔다. A는 교회 행정 조치에 불만을 품어 거짓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편, 정 씨가 언급한 순복음강남교회 김 장로도 이영훈 목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장로는 오히려 정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장로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정○○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다만 이영훈 목사의 불륜 소문은 몇 년 전부터 있었다. 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안 꾸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정○○가 하는 말은 다 거짓이다. 개인적으로 (정 씨에게) 5건의 고소를 당했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5월 11일 유튜브에 이영훈 목사의 불륜 의혹을 제기하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4월 16일 공개된 출처 미상의 영상과 거의 유사했다. 김 장로는 이 목사뿐만 아니라 A의 실명을 적시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이영훈 목사는 '게시물 삭제 및 게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6월 14일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채권자의 명예, 신용 내지 사회적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그 표현 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진실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해당 영상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또 이 목사가 불륜 관계를 맺어 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할 경우 1회당 벌금 2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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