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신무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니 한반도와 세계가 요동합니다.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북한은 10월 21일 "합법적인 주권 행사"라고 밝혔지만, 국제사회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만 해도 남북 통신선이 복원되며 긴장이 완화하는 듯했는데 이게 무슨 반전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반도 분위기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는 모습도 익숙합니다. 2000년대 초 대학 선배들이 개성·평양을 여행하고, 2018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서 기념 촬영한 일이 아득한 추억처럼 다가오는 건 기분 탓일까요. 한쪽만을 탓하기야 어렵겠지만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습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진작 정리했을 관계를 한 작은 시민단체가 10년째 끈질기게 붙잡고 있습니다. 대북 인도 지원 단체 (사)하나누리(방인성 대표)입니다. 

하나누리는 매년 9월 남과 북을 연결하는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뜬 목도리를 모아 북한 나진·선봉과 중국 접경지대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활동입니다. 올해도 9월 27일 제10회 '목도리, 남북을 잇다'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하나누리가 이렇게 오랜 기간 북한과 교류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무국 직원 3인 미만인 작은 기독 단체가 어떻게 매년 북쪽 국경 너머로 목도리 수천 개를 전달할 수 있었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캠페인을 담당하는 하나누리 전이슬 간사를 10월 6일 서울 중구 카페바인에서 만났습니다. 

하나누리 전이슬 간사가 목도리 샘플을 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하나누리 전이슬 간사가 목도리 샘플을 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0년간, 목도리 2만 3000여 개 전달
간접경험해 보는 통일의 가치

지난 10년간 많은 개인과 교회, 단체가 목도리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지금까지 개인 9292명, 단체가 186곳(1만 4279명)이 참가하고, 목도리 2만 3574개를 북쪽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전이슬 간사는 캠페인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장기간 할 수 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누리가 처음 캠페인을 기획할 때 남북 관계는 경색했습니다. 두 정부가 함께 추진한 교류 사업이 모두 중단되고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았습니다. 목도리 만들기는 민간이라도 계속 교류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일종의 자구책이었죠.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효과를 거뒀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남녀노소가 직접 목도리를 만들면서 남북 교류를 미시적으로 경험했던 것 같아요. 자신이 직접 만든 목도리가 북한 어린이에게 전달된다고 하니까 신기하고 흥미로워했고요."

전이슬 간사의 말처럼 참가자들은 통일을 간접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맥없이 흐트러지는 털실들을 한 올씩 모아 두툼한 목도리를 완성하고 나면 어느새 '하나 됨'의 가치를 깨달았고요. 이 목도리를 받을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체제와 이념 뒤에 가려진 북쪽 시민들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아득했던 통일이 선명해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매번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남북 관계가 파도를 타면 관심과 참여도 그만큼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전 간사는 "지난해에는 참가자 수가 많이 줄었어요. 남북 관계가 안 좋았고 특히 북한이 보인 태도가 후원회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후원회원은 사무실에 전화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후원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원하는 색을 골라 목도리를 만들 수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참가자들은 원하는 색을 골라 목도리를 만들 수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0대 중·고등학생에게 인기
봉사 활동 6시간 인정하는 실내 활동

목도리 뜨기는 아이들도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합니다. '니팅룸'과 '코바늘'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전자는 초급자, 후자는 중급자 버전입니다. 한 번도 목도리를 떠 본 적 없는 사람도 하나누리가 만든 교육 영상을 보면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만들어 본 결과, 오후 반나절이면 목도리 하나를 충분히 뜰 수 있었습니다.

10대 중·고등학생 참가자 비중이 높습니다. 전 간사는 "봉사 활동 시간을 필수로 채워야 하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에요.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목도리 뜨기만큼 알맞는 활동이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목도리 1개에 봉사 활동 6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목도리는 배를 타고 중국으로 건너가 육로로 북한 나진·선봉 어린이들에게 전달됩니다. 목도리뿐 아니라 장갑·모자 같은 방한용품도 함께 동봉합니다. 북측에서도 매번 목도리를 잘 받았다고 응답해 온다고 하는데요. 

아쉽게도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국경이 막혀 목도리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전 간사는 "국경이 막혀 중국과 한국 물류 창고에 보관한 상태예요. 국경이 곧 열린다는 소식이 돌고 있어서 언제든 바로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참가비를 내야 합니다. 재료 유형에 따라 2만 6000원 ~ 3만 원입니다. 털실과 바늘 비용이 이렇게 높은 건 유통비 때문입니다. 전 간사는 "여러 경유지를 지나야 하고, 국제 정세에 따라 창고 비용도 추가되니까 아무래도 경비가 많이 드는 편이에요. 간혹 후원금만 보내 주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건 따로 모아 방한용품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회원들은 손수 짠 목도리에 마음을 꾹 눌러 담은 편지를 함께 보낸다. 사진 제공 하나누리
일부 회원들은 손수 짠 목도리에 마음을 꾹 눌러 담은 편지를 함께 보낸다. 사진 제공 하나누리

하나누리는 상시 근로자가 3명도 안 되는 작은 기독 단체입니다. 재정도 넉넉하지 않고 후원회원이 많은 편도 아닙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10년간 이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건 모두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그리스도인들 덕분이라고 전 간사는 말했습니다. 그는 "참가자 분들은 봉사 활동의 일환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목도리를 만듭니다. 몇몇 분은 함께 전달해 달라며 크레파스·스케치북·노트, 예쁜 시 구절을 적은 엽서를 보내기도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이는 신청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개인·단체로 구분해서 참여할 수 있습니다(청소년은 단체 참여만 가능). 10주년 기념으로 목도리 제작 꾸러미 10개 이상을 신청한 분에게는 꾸러미를 하나 더 보내 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문의: 하나누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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