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성대 신학생들이 박명래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학교에서 시위를 벌였다. 폭력과 폭언을 행사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협성대 신학생들이 박명래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학교에서 시위를 벌였다. 폭력과 폭언을 행사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협성대학교 박명래 총장이 직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가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협성대 신학생들이 박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박명래 총장은 지난 6월 신학대학 건물인 웨슬리관에서 직원 A에게 모욕적인 언행과 욕설을 가한 후, 인근 공터로 끌고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소식을 다루는 <당당뉴스>·<KMC뉴스>·<웨슬리안타임즈> 등 교계 매체뿐 아니라 뉴스타파·KBS·<한겨레> 등 일반 언론 매체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박명래 총장이 직원 A에게 공개적으로 폭언을 내뱉고 모욕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다른 녹음 파일에서는 박 총장이 직원을 폭행하는 듯한 정황도 발견된다.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박명래 총장이 직원 A에게 공개적으로 폭언을 내뱉고 모욕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다른 녹음 파일에서는 박 총장이 직원을 폭행하는 듯한 정황도 발견된다.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뉴스타파가 9월 27일 공개한 CCTV 영상에서는 정황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박 총장은 장교 출신인 직원 A에게 비아냥거리듯 "야 이 새끼야, 너 군대 쫄따구 나왔냐?", "네가 여기서 노조 천국을 만들었잖아" 등 폭언을 내뱉고, "병X" 같은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박 총장은 욕설을 해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직원을 사각지대로 데려가 계속 폭언을 했는데, 영상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녹음 파일에서는 폭행 정황도 드러났다. 박 총장은 감리회 한 교회 장로이며, 피해 직원 A는 감리회 소속 목사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박 총장을 모욕, 공동 폭행 혐의와 관련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 총장을 도와 직원 A 무릎을 꿇리는 등 폭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이 아무개 비서실장, 이 아무개 교목실장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협성대학교 신학과·신학대학원 학생 20여 명은 10월 21일 학교 정문에서 박명래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들은 박 총장이 거취를 스스로 결단하고, 학교법인도 공정한 결과를 내놓아 학생들에게 그 과정을 투명히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차원에서 이번 시위를 열었다고 했다. 이들은 "정의가 죽은 학교에서 대체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학교를 자랑스러워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짓밟힌 협성", "교수님! 저희를 부끄럽게 하지 마십시오", "교훈 변경: 믿음 사랑 봉사 → 갑질 폭언 폭행"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쳤다.

학생들은 "이것이 예수님이 가르친 모습인가. 박 총장의 모습이 리더의 모습인가. 갑질과 폭행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더러 이 학교에 다니며 갑질을 배우라는 건가. 더 이상 학교가 부끄럽지 않도록 죄를 인정하고 사퇴하라"고 말하며, 항의의 뜻으로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 앞에 국화를 올려놓기도 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윤수빈 원우회장(협성대 신학대학원)은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뉴스타파의 CCTV 영상 보도를 보고서야 전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학교에서 아무런 증거나 자료를 보여 주지 않아 뉴스타파 보도를 보고 영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만 했다. 우리 학교에서 사건이 터졌는데도 알 수 있는 창구가 언론밖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학교법인이 만든 조사위원회에 학생들도 50% 이상 참여해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성대 신학생들이 학교 광장에 세워진 비석에 국화를 올리며 항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협성대 신학생들이 학교 광장에 세워진 비석에 국화를 올리며 항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학교법인 조사위원회는 22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박명래 총장에 대한 조사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김규세 조사위원장(협성대 감사·전 충청연회 감독)은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보고서 내용을 당장 공개할 수는 없지만, 박 총장에 대해 조사위원 5명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같이했다. 당시 현장에 함께한 직원 2명에 대한 언급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총장 해임은 이사 정수 15명의 의결정족수(⅔, 10표)가 필요한데 현재 이사가 10명이다. 박명래 총장도 이사여서 9명으로는 해임이 안 된다. 일반 의결(과반수, 8표)에 관한 사항도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말을 아꼈다. 현재 협성대 이사 중 5명이 박 총장과 같은 교회 소속이다.

<뉴스앤조이>는 입장과 거취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박 총장과 이 비서실장, 이 교목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비서실장은 "폭행한 적 없고 언론에 사실관계가 많이 왜곡돼 있다. 검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교목실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명래 총장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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