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단이 헌법에서 담임목사 재신임투표를 금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개교회가 정관으로 이를 규정했다면 교회 정관을 따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월 8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배광식 총회장) 관서노회 소속 ㅅ교회 교인들이 주 아무개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담임목사 지위 등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주 목사가 ㅅ교회 담임목사·위임목사·당회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3년 전 주 목사가 ㅅ교회에 부임할 당시, 부임 조건으로 3년 후 재신임투표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교인들은 재신임투표 규정을 정관에 삽입했고, 주 목사 부임 3년 차인 2020년 10월 정관대로 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에서 주 목사의 재신임은 부결됐다.

그러나 주 목사는 예장합동 헌법을 근거로 들며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ㅅ교회가 소속된 예장합동은 총회 헌법 정치 4조 1항에서 "한 지교회의 청빙으로 노회의 위임을 받은 목사니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 담임한 교회를 만 70세까지 시무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총회 결의로 목사 재신임투표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주 목사는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총회 헌법과 결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ㅅ교회는 2020년 10월 교회 정관에 따라 담임목사 재신임투표를 시행했다. 주 목사 재신임 안건은 부결됐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주 목사는 나가지 않고 있고 교회는 분규 중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ㅅ교회는 2020년 10월 교회 정관에 따라 담임목사 재신임투표를 시행했다. 주 목사 재신임 안건은 부결됐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주 목사는 나가지 않고 있고 교회는 분규 중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ㅅ교회 정관 51조에는 '정관이 총회 헌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52조에서는 '교회 정관에 규정되지 않는 사항은 총회 헌법과 노회 규칙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교회 정관과 총회 헌법이 배치되는 경우, 교회 정관이 정한 바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원이 총회 헌법보다 교회 정관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판단한 이유는, ㅅ교회가 정관에 담임목사 재신임에 대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ㅅ교회는 정관 30조 1항에 주 목사의 임기 시작으로부터 3년 후 신임투표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51조에서는 교회 운영과 행정 효력에 관해 '정관 → 상위법(노회·총회) → 당회 결의 → 공동의회' 순으로 처리한다고 했고, 정관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총회 헌법, 노회 규칙, 당회 결의 및 통상 관례를 따른다고 규정했다.

법원은 "예장합동이 만든 총회 헌법을 최우선으로 적용할지 여부 역시 교회가 정관을 통해 스스로 정할 수 있다. 교단은 그 정관이 자신들의 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정관 개정을 요구해 교회가 스스로 개정하게 하거나 교단에서 배제할 수 있을 뿐, 곧바로 교회 정관을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원은 주 목사가 올해 2월 장로 4명을 면직·제명·출교 처분한 결의 역시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장로들은 신임투표 부결 이후에도 주 목사가 교회를 떠나지 않자, 노회에 해임 청원을 올리는 한편 법원에 담임목사 지위 부존재 확인소송을 청구하는 등 대응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주 목사의 처형이자 ㅅ교회 전도사인 오 아무개 씨가 장로 4명을 당회에 고소했고, 주 목사는 이를 받아 장로 4명을 징계했다. 당회원은 주 목사를 포함해 총 7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4명을 쫓아낸 것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 "당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개회를 위해서는 4명이 출석해야 한다. 그러나 이 당회에는 2명만 출석하였으므로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처럼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당회 결의는 정의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수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하자"라고 판단했다.

주 목사(왼쪽)는 9월 초 가처분 인용으로 담임목사 직무가 정지됐다. 그러나 106회 총회에 참석해 보고하는 등 대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 생중계 갈무리
주 목사(왼쪽)는 9월 초 가처분 인용으로 담임목사 직무가 정지됐다. 그러나 106회 총회에 참석해 보고하는 등 대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 생중계 갈무리

주 목사는 이미 9월 초 법원 결정으로 담임목사 직무가 정지됐지만, 아직 교회를 떠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9월 13일 울산에서 열린 예장합동 106회 총회에도 참석했다. 주 목사는 예장합동 한 상설위원회 서기를 맡아 보고자로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ㅅ교회 교인들은 지난 1년간 교회 분규로 쑥대밭이 됐다며, 지금이라도 주 목사가 항소를 포기하고 교회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 한 교인은 1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주 목사는 지금까지도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과가 아니라 유감 표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교인들이 선고 직전까지도 주 목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퇴임 조건을 맞춰 주는 대가로 항소를 포기한다거나 할 생각은 하지 말라. 소송을 계속하는 건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분규로 교회 재정도 바닥났고, 주 목사에게 뭔가를 더 해 줄 여력도 남아 있지 않다. 교인들은 시간과 돈을 들여 교회를 회복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 초석은 주 목사가 신임투표 결과대로 교회를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법원 판결에 대한 주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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