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법은 제단에 들어올 수 없다." 2016년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자격 논란이 불붙었을 때 한국교회법학회장 서헌제 교수(중앙대 명예)가 소개한 법언法諺이다. 헌법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고, 그것을 누구나 지켜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교회 재판을 거친 후에도 이에 불복해 사회 법정에서 '판결 무효 확인소송'을 거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매년 교단 재판국 판결에 불복하는 민사소송이 줄을 잇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9월 28일 열리는 106회 총회를 앞두고 공개한 총회 임원회 보고서를 보면, 지난 1년간 새로 접수된 총회 재판국 판결 무효 확인소송은 6건, 가처분 사건까지 포함하면 총 10건이다. 이 가운데 가처분 2건은 인용돼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총회 재판국 판결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정교분리 사회에서 왜 세상 법정이 교회 법정 판결을 뒤집고 그 효력을 정지하는 걸까. "주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와 직권"으로 내린 판결인데, 명절날 부침개 뒤집듯 뒤집어도 되는 걸까. 법원은 무슨 근거로 교회 재판에 개입하는 것일까. 이번 기사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목사 면직·출교한 예장통합
법원 "헌법·시행규정 다 어겨"

법원은 그동안 정교분리 원칙을 존중해 종교 단체 내부 갈등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상당수 사건이 "종교 단체 내부 다툼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된다. 종교 단체의 자정 능력이 의심되는 상황이니 법원이 좀 더 개입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법원이 교리를 해석하거나 이단을 판정해 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법원이 교회 재판 판결을 뒤집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대법원은 종교재판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특정인의 권리·법률관계에 변동을 준다거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에서 분규를 겪었던 두레교회(이문장 목사) 사건을 보면 한눈에 이해가 간다. 2019년 11월 대법원은 총회 재판국 판결 무효 확인 청구 등 소송에서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문장 목사의 손을 들어 줬다. 예장통합 평양노회 재판국과 총회 재판국은 이 목사가 설교에서 이단성을 드러냈다며 유죄판결했다. 평양노회 재판국은 정직 24개월을 선고했는데, 총회 재판국은 이를 파기하고 이 목사를 면직·출교했다. 이 판결이 사회 법에서 뒤집힌 것이다. 2016년 11월 1심 법원이 밝힌 무효 사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예장통합 헌법은 죄과를 범한 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는데, 재판국이 문제 삼은 이문장 목사의 강의는 2011년경이다. 고소 제기일은 2014년이므로 기소는 부적법하다.

② 예장통합 헌법 시행규정은 이단 행위에 대한 기소의 경우 총회 직영 신학대학 교수 5인에게 질의서를 보내 과반수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교단 재판에서는 이 같은 의견서를 전혀 첨부하지 않았다.

③ 예장통합 헌법은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상급심은 원심보다 중한 처벌을 내릴 수 없다)을 명시하고 있는데, 총회 재판국은 정직 24개월을 선고한 노회 재판국보다 중한 처분을 내렸을 뿐 아니라, 중한 처벌을 구한 당사자도 없었다.

④ 예장통합 헌법은 기소장에 기소 사실이 기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헌법 시행규정은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일시와 장소, 방법이 전혀 특정되지 않았다.

법원이 제시한 무효 사유를 보면, 이문장 목사가 이단성이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한 부분은 없다. 교단 구성원들이 스스로 만든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면직·출교라는 처분을 내린 점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상소했지만 모두 패했다.

이런 사례는 조금만 찾아보면 여러 건 있다. 2017년 예장통합에서는 기이한 일이 있었다. 총회 재판국이 면직·출교를 선고했고, 재심 재판국이 이를 뒤집어 무죄를 선고했는데, 재재심 재판국이 다시 이를 뒤집어 면직·출교를 선고한 ㅇ교회 남 아무개 목사 사건이다. 재재심에 반발한 남 목사는 민사소송을 냈고, 법원은 재재심 재판국 판결이 무효라고 선고했다.

예장통합 재재심 재판국이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을 어겼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1심 법원은 "재심 청구는 유죄 확정판결일 경우 그 선고를 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만 할 수 있을뿐, 무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은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원은 "총회 재판국 재재심 판결은 목사의 직무를 2년간 정지시키고, 목사로서의 신분을 박탈하며, 교인 명부에서 제명해 출석까지 금지시키는 것으로서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고, 비록 종교재판에서 내려진 판결이기는 하나 부득이 법원이 개입하여 그 무효를 선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고도 지적했다.

강북제일교회(황형택 목사)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2011년, 황형택 목사의 목사 자격을 박탈했다. 하지만 황 목사는 사회 법으로 '총회 재판국 판결 무효 확인소송'을 걸고 승소해 교단 재판 결과를 뒤집었다. 그러자 총회 재판국은 2015년 황 목사를 면직·출교했다. 황 목사는 다시 사회 법으로 소송을 걸었고, 총회 재판국 판결은 또 무효가 됐다. 총회의 행정재판과 권징 재판 모두 사회 법에서 뒤집혔다. 목사 자격 박탈은 황형택 목사의 권리·법률관계에 변동을 주는 사건이고, 총회 재판국이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소 이유 상세 자료도 안 알려 줘
헌법에 "2년 이내 범과" 명시했는데
15년 전 사건까지 끌고와 '면직'
장로를 출교 처분한 총회 재판위원회의 판결이 무효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문. 법원은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권징 재판이라 하더라도 무효라고 선언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장로를 출교 처분한 총회 재판위원회의 판결이 무효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문. 법원은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권징 재판이라 하더라도 무효라고 선언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인을 권징하려면 교단 헌법에 의거해야 한다. 헌법이 정해 놓은 징계 규정, 징계 사유가 있어야만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 기소위원회(심사위원회) 등 교단 내 검찰 역할을 하는 기구가 기소한 사실만으로 재판해야 하는데, 재판국이 기소되지 않은 내용까지 처벌 사유로 삼는 경우도 있다. 형사법 체계에서는 '불고불리의 원칙(묻지 않은 것은 다루지 않는다)' 등이 확립돼 있지만 교회 재판은 이런 원칙을 무시해 사회 법정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은 2019년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가 김 아무개 장로를 파직·출교한 처분이 무효라고 선고했다. 충남 한 교회 시무장로인 김 장로는, 담임목사가 자신을 추종하는 극소수 교인들과 건축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전횡을 일삼는다는 이유를 들어 목사를 지방회 재판위원회에 고소했다. 지방회 재판위원회에서는 목사에게 정직 1년 6개월을 내렸는데, 총회 재판위원회는 이를 파기하고 목사에게 근신 5개월, 고소인인 김 장로도 일부 무고를 했다며 근신 5개월을 내렸다. 김 장로가 이에 반발해 교단을 상대로 징계 무효 확인소송을 내자, 총회는 근신 중에 교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며 김 장로를 파직·출교했다.

그런데 법원 판결문을 보면, 기성 총회는 김 장로를 파직·출교하면서 기본적인 권징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 법원은 "재판위원회 운영 규정에 따른 고소장과 기소장이 작성·제출되었다는 자료가 없고, 피고(기성 총회)가 징계 과정에서 원고(김 장로)에게 고소장을 교부하는 등으로 징계 절차가 개시된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으며, 총회 재판위원회를 열면서 원고를 소환하거나 변명의 기회를 주지도 않았고, 판결문을 작성해 송달함으로써 그 결과를 통보하여 주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 사건 징계는 피고의 헌법, 징계법과 재판위원회 운영 규정에 정해진 징계 절차조차 전혀 밟지 않아, 과연 징계가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 절차상의 하자가 중대하다"고 판결했다.

2017년 성결대학교 이사장 김종현 목사가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총회와 서울지방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김 목사를 면직한 교단 재판이 무효라고 선고했다. 판결문을 보면, 교단 재판위원회는 권징 판결이 최종적으로 선고될 때까지 김 목사에게 징계 사유 5가지에 대한 자료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법원은 "1심 권징 판결문이 제공되기 전까지 혐의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행위는 원고의 소명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성 총회는 김종현 목사가 총회 인준을 받지 않은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고, 후임 총장을 미리 선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총회장 명령 불복'으로 김 목사를 면직했다. 그러나 법원은 예성 총회 헌장에 규정된 '목사직 면직' 조건에는 김 목사를 징계 사유로 삼은 5가지가 들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단 지시에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없는 징계 사유를 만들어 면직했다는 것이다.

2019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예장통합 부천노회가 이 아무개 목사를 면직·출교한 처분이 무효라고 선고했다. 이 목사는 2014년 부천노회 정기회 때 노회장 선출에 문제가 있다면서 법원에 노회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을 냈다는 이유로 노회 재판국에 기소됐다.

노회 기소위원회는 △교단법에 의한 확인이나 행정소송을 거치지 않고 가처분을 낸 점 △고소·고발 남발 및 목사의 자격에 적합하지 않는 행위를 한 점 등을 들어 노회에 처벌을 의뢰했다. 구체적으로 그가 과거 변호사법 위반 후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전과자인 점 등을 적시했다. 노회 재판국은 이 목사를 면직·출교했다.

그러나 노회 재판국은 기소위원회의 기소 사실 외에도 추가 범행 사실을 판결 이유로 명시했다. △여러 교회에서 시위를 한 사실 △노회원 앞에서 한 공식적인 약속을 세 번씩이나 지키지 않은 사실 등이 범죄 사유로 포함됐지만, 이는 기소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법원은 "기소 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로 심판한 것은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총회 헌법에는 공소시효를 2년으로 두고 있는데, 노회 재판국은 이 목사의 2004년 행위까지 징계 사유로 삼는 등 실체적 하자도 존재했다면서 재판국 판결은 무효라고 했다.

성경은 세상 법정에 송사하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교인들은 교회 재판에 실망감을 느끼고 법원으로 간다. 판사에게 교회 재판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성경은 세상 법정에 송사하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교인들은 교회 재판에 실망감을 느끼고 법원으로 간다. 판사에게 교회 재판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사회 법 소송 지면 '돈 문제' 따라와

교회 재판이 뒤집어지면 교단은 고액의 재판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예장통합은 두레교회와의 법적 싸움에서 패해, 돈 문제로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민사소송이 끝나면 승소한 측은 변호사 비용 등 소송에 쓴 비용 일부를 상대편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문장 목사 측은 이를 산정해 1462만 원을 청구했다. 피고는 예장통합이기 때문에 교단이 이 돈을 물어야 했다.

예장통합은 이 돈을 이문장 목사 반대 측인 차영근 목사 측에 떠넘겼다. 2020년 3월 총회 임원회는 "변호사를 선임해 (이문장 목사 측에) 법적 대응했던 두레교회(차영근 목사 측)가 전액을 부담하도록 요청하기로 한다"고 결의했다.

차영근 목사 측은 난색을 표했다. 2020년 5월 총회 임원회에는 차 목사 측이 보낸 탄원서가 올라왔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에서 총회 재판국 판결이 무효 됨에 따라 두레교회(예장통합 평양노회 소속) 전 교인이 실망과 허탈감으로 공동체가 심각한 혼란 상태이고, 무엇보다 총회 재판국 절차 위법으로 패소되었다는 것 때문에 총회에 대한 원망이 내재된 상태인데, 사회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라는 총회 통보는 더욱더 곤란한 지경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재고해 달라"고 했다. 사실상 못 내겠다는 뜻이었다.

소송비용이 입금되지 않자, 예장통합은 은행 계좌를 압류당하기도 했다. 이문장 목사 측이 예장통합 총회를 상대로 채권 압류 및 추심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총회 임원회는 "총회 거래 은행 계좌가 압류돼 재정 지출이 불가하므로 소송비용 청구 금액을 송금할 수밖에 없다"는 서기의 청원을 받아 이를 입금하기로 결의했다. 미숙한 재판 진행 때문에 교인들의 헌금을 허무하게 날린 것이다.

"법원, 앞으로 교회 분쟁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교회 재판이 권위를 세우지 못하고 조롱만 받는 상황에서, 앞으로 법원이 더 적극적으로 종교 단체 사건을 심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과거 사법부의 교회 분쟁 개입을 정당화한 판례(2015다19568 등)는 "종교 단체의 권징 재판이라고 하더라도 그 효력 유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고 또한 그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위 권징 재판의 당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판단의 내용이 종교 교리의 해석과 관련되지 않는 한 법원이 위 권징 재판의 당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2019년 두레교회 이문장 목사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 판례를 인용하며 "종교 단체 내부에서 확정된 권징 재판이라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종교 단체 헌법 등에서 정한 적법한 재판 기관에서 내려진 것이 아니라거나, 그 종교 단체 소정의 징계 절차를 밟지 아니하거나,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법원이 그 권징 재판을 무효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썼다. 한 교회법 전문 변호사는 2015년 '하고(and)'에서 2019년 '하거나(or)' 개념으로 바뀐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개입 여지가 좀 더 넓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 재판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지만, 사회 법정이 판결을 뒤집는다고 해서 꼭 '정의'가 실현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교회에서 전횡을 부리고 문제를 일으킨 목사를 내쫓으려고 하는데, 교회 재판위원회가 어리숙해서 기본적인 절차를 지키지 못했다면 그는 사회 법을 통해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그는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고, 교회와 교단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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