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대 구성원들은 김성혜 총장과 아들 조승제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세대 구성원들은 김성혜 총장과 아들 조승제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이영훈 대표총회장)가 세운 한세대학교(김성혜 총장) 내부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한세대 직원노조와 교수노조 등은 19년간 장기 집권해 온 김성혜 총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모자 세습'이 이뤄지지 않게 김 총장 아들 조승제 이사도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반면, 조 이사 측은 세습 의혹을 부인하면서 총회를 비롯한 외부 세력이 학교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분규가 계속되자 한세대 이사장을 지낸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까지 나서 학교 정상화를 약속했다. 조 목사는 7월 17일 입장문에서 "한세대는 본인이 당회장으로 재직할 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수십 년간 500억 원 이상 후원해 발전시킨 기독교 명문 대학이다. 한세대 정상화를 위해 김성혜 총장을 명예총장으로 추대하고, 류OO 장로를 이사장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또 "류 장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협력하여 이사회를 구성, 운영하고 총장을 선출할 것"이라고 했다.

조 목사 입장문이 나오자 한세대 구성원은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교수노조·직원노조·총학생회·총동문회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학교 모든 구성원은 전 한세대 이사장이자 여의도순복음교회 창립자 조용기 원로목사님의 입장문에 동감한다. 학교 정상화를 위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조용기 목사까지 나섰지만, 갈등은 잦아들지 않았다. 조 목사 삼남인 조승제 이사가 이사회를 주도하며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 9명 중 6명이 조 이사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조 이사 측은 기하성 총회 중재도 거부하고 있다. 총회는 7월 17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이사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 모임에는 조용기 목사와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도 참석했다. 하지만 한세대 측에서는 백화기 이사장을 포함해 2명만 참석했다. 조 이사 측은 전원 불참했다.

오히려 조 이사 측은 백 이사장 없이 별도로 23일 이사회를 열었다. 현 법인 사무국장을 면직하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기로 결의했다. 교수노조 관계자는 8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체한 사람은 조승제 이사 친구다. 이사장도 없이 단독으로 이사회를 열고 직원을 임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법 이사회다"고 주장했다. 백화기 이사장도 "23일 회의는 저쪽 사람들끼리 모여서 한 것"이라며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한세대 이사회가 일방적 행보를 보이자 이영훈 목사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목사는 7월 28일 한세대 직원노조·교수노조 등을 만난 자리에서 "조용기 목사님은 이미 4개월 전 가족회의를 열어 한세대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맡아서 운영하도록 결정했다. 삼남 조승제 이사와 몇몇 이사가 결정에 따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하성 정동균 총회장도 조용기 목사가 일가의 학교 사유화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총회장은 8월 3일 기자를 만나 "7월 초 원로목사님을 직접 만났다. 원로는 '절대로 가족들이 (학교를) 안 가져간다'고 했다. 승제가 '아버지는 빠지세요'라고 말했고, 원로가 '내가 왜 빠지느냐'고 반박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원로의 뜻은 확고하다"고 했다.

조승제 이사 측은 학교 세습 의혹을 부인했다. 조 이사 어머니 김성혜 총장은 휴직 중이다. 한세대 홈페이지 갈무리
조승제 이사 측은 학교 세습 의혹을 부인했다. 조 이사 어머니 김성혜 총장은 휴직 중이다. 한세대 홈페이지 갈무리

한세대 직원노조와 교수노조는 조승제 이사가 김성혜 총장 뒤를 이어 학교를 소유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일가의 학교 사유화를 막기 위해 올해 5월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해 왔다. 이들은 8월 3일부터 2주간 이사들 집 앞에서 사퇴 촉구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조승제 이사 측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 아무개 이사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들 과반이 모여서 회의한 게 뭐가 문제인가. (백화기 이사장이) 나한테 이사회 사회를 보라고 위임도 해 줬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 (백 이사장이) 학교를 굉장히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학교 세습 의혹에 대해서는 "허무맹랑한 소리다"고 일축했다.

조용기 목사가 낸 입장문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정 이사는 "이사회와 사전에 어떠한 이야기도 없었다. 원로목사님이 일방적으로 하신 말씀이다"면서 "(입장문일 뿐) 우리는 원로목사님께 직접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조승제 이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마자 조 이사는 전화를 끊었다. 조 이사 어머니 김성혜 총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7월부터 휴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