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월리스는 지난 11월 13일 일어난 파리 테러는 명백히 '파리 학살'이자 '악'이며 '죄'라고 규정했다. 또한 '죄는 죄를 낳는다'고 못 박았다. 끔찍한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시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는 '서구의 죄'를 애통해하지 않고서는 당당하게 IS에 대한 혐오를 쏟아낼 순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테러리즘이 증대하는 현실을 직면한다. 이를 극복한다고 하면서 우리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폭력을 유발하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짐 월리스는 <소저너스>에서, 서구가 석유 경제를 향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말 그대로 스스로 잘못된 나라들을 창조했고 잔인한 독재 정권을 지속적으로 지원한 점, 독재 정권들이 자신의 민주적인 비판자들을 밟아 뭉개도록 허용한 점을 지적했다. 그것이 바로 극단주의 근본주의자들이 부상한 원인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란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고 잔인한 샤(the Shah) 독재 권력을 심었으며, 이로 인해 서구가 현재 증오하는 이슬람 정권이 부상했다고 꼬집었다. 기름 때문에 미국이 전복시킨 이란 대통령이 바로 모하매드 모사데그(Mohammad Mosaddegh)다. 

짐 월리스, "서구의 위선은 끝이 없다"

모하매드 모사데그는 1950~51년까지 약 1년간 이란의 제60대 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민족주의 지도자로 석유 국유화와 근대화 등을 단행했다. 이어 국왕의 전제적 권한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으나, 미국 CIA는 영국 정보부의 도움으로 모사데그 타격대를 조직했다. 미국과 영국의 사주를 받은 파즐롤라 자헤디 장군의 친팔레비 쿠데타로 모사데그를 실각하고 체포했다. 이란은 모사데그 지지자와 친팔레비, 모세데그 반대파로 분열되었다. 위키백과 인물 검색에 나온 기록이다.

서구의 이러한 위선은 끝이 없다는 게 짐 월리스의 지적이다. 그는 서구 매체들이 IS가 머리를 자르는 뉴스를 내보내지만,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가 같은 날 배교와 마법이라는 죄목으로 '참수형'을 한 것은 외면한다고 폭로했다. 한편 걸프 국가들에 있는 미국의 오일 동맹 기부국들이 실제적으로 미국이 비난하는 테러에 자금을 대고 있는 점과 이주민의 나라인 미국의 언론은 정작 난민이 몰려올 것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힐 보도를 쏟아 내고 있는 점을 짚었다. 짐 월리스는 이 역시 죄이며 죄는 죄를 낳는다고 단언했다.

지난 12월 7일 미국의 공화당 대선 후보 중 1위인 도널드 트럼프는 "모든 난민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자"는 안을 제안했다. 이처럼 정치인들은 IS와 같은 집단을 어떻게 '파괴'하고 '제거'할 것인가에 대한 말을 연일 쏟아 낸다. 미국은 어떻게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미국이 중동 국가들을 얼마나 큰 규모로 공습해야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게 가능한지 모색한다. 짐 월리스는 젭 부시와 같은 이들이 목청 높여 단언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정말로 이기는 싸움을 하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대규모 공습은 대규모 점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중동을 향한 미군의 침공은 당장은 쉽게 승리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역사는 늘 이런 시도가 실패했음을 보였다고 짐 월리스는 우려했다.

군사적 접근으로는 IS 문제 해결 못 해 

미국의 철학자이자 평화운동가인 데이빗 코트라이트(David Cortright)는 "서구의 군사 공격은 정확히 전투적인 사람들이 원하는 것으로, 이는 총알받이를 제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달리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또 "우리가 다시 그 덫에 빠질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군사적 승리는 빨리 찾아오지만, 이념의 갈등은 결국 증폭될 것이고 결국 무력으로 제거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는 미국의 침공은 실제로 불안정과 분파적 갈등을 악화해 IS로의 유입을 오히려 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러를 위해 지역적으로, 국제적으로 더 많은 신병을 모집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월 2일 발생한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가 SNS에 IS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증거가 나오면서 IS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IS 테러에 동조하는 이들이 생겨날 거라는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잠정적인 군사적인 승리는 중동이나 서구에서 이어지는 테러리즘을 제거하지 못한다는 진단이다.

짐 월리스는 당장의 폭격보다 먼저 해야 할 대응을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취약한 상황에 놓인 수백만의 사람들과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가 당면해 있는 긴박한 관심사다. 또한 자금 지원책이 우리의 오일 동맹국과 우리가 거래하는 은행들에서 나와 이를 중단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IS가 사회적 매체를 통해 폭력을 광고‧확산하는 일에 성공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최우선한 과제다. (중략) 이러한 테러와 폭력을 막기 위해 세계적 연맹을 결성해야 하며, 포괄적인 경제 제재와 IS를 고립하기 위해 이들을 지원하는 나라나 기부자들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조치까지 나아가야 한다."

한편, 10개월 동안 IS의 인질로 사로잡혀 있었던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니콜라스 에냉은 그들을 매우 잘 알게 되었다며 <가디언지>에 기고했다.

"아마도 그들은 '우리가 이기고 있어'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 같다. 그들은 과민 반응, 분열, 두려움, 인종주의, 공포증을 나타내는 모든 표징으로 의기양양해질 것이다. 그들은 지역사회와 공동체들이 무슬림과 함께 살 수 없어 한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믿는 바를 지지해 줄 증거를 찾는 데 안테나가 조준되어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 이민자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볼 때, 그들은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그들은 화합이나 관용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이 저지르는 잔악함의 결과로 얻어 내야 할 게 많다. 바로 강한 마음과 회복력이고, 이것은 IS가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들은 서구의 폭격을 기대한다. 그들은 우리가 하나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짐 월리스는 IS의 폭력에 맞서 이기는 길은 폭력에 반대하는 이들이 도덕적 측면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나쁜 종교를 물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좋은 종교인 것처럼, 종교적 근본주의를 물리치는 가장 좋은 법은 밖으로부터 그것을 강타하기보다 오히려 자기 종교 안에서부터 선을 확보해 가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세계의 위협이 되는 폭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기독교‧무슬림‧유대인의 종교가 세계적인 협력과 연합을 통해 선한 종교로서의 증거와 권위를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이 IS의 폭력이 내세우는 이념에 맞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덧붙여 짐 월리스는 IS가 이슬람을 왜곡하고 동시에 신성모독을 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신성한 성경에 대한 우리의 용감하고 일치된 확신이 그들의 비종교적인 잔악성을 정죄하고, 그것이 IS에 대항하는 가장 영적인 무기가 된다는 말이다.

"시리아에서의 유례없는 난민 위기를 논의하는 것은 IS와의 우리의 싸움이 도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시금석)이 될 것이다. 국가가 힘없는 수백만 난민들에 대해 문을 걸어 잠글 것을 요구하거나, 도날드 트럼프가 제안한 대로 일부 모스크를 문 닫게 하는 대통령 후보들이나 공직자들이 하는 발언은 전적으로 부끄럽고 무책임한 것이다."

시리아에서 폭격의 잔해로부터 시민을 구출하는 그룹들을 지원하는 단체 퍼포즈(Purpose)의 팀 딕슨(Tim Dixon)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관용과 다양성에 대해 자유로운 주장들을 퍼트리기만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즉, 소외된 이들에게 동정심을 지녀야 한다. 그들이 바로 예수 안에 계시된 하나님의 인격을 가장 잘 포착해 내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것이 바로 마태복음 25장이 우리를 이르게 하는 곳이다. 지금 무슬림들 곁에 서서 그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명백히 해 주는 것이 가장 그리스도다운 행동이다. 또한 IS에 생기를 불어넣는 증오의 독소적인 폭력 이념에 가장 강력히 대응하는 길이다."

난민 거부하는 일, 성경적 가르침에 합당한가

2000여 년 전 동양의 사상가 맹자가 제시했던 지침은 폭력의 딜레마에 휩쓸려 들어가는 파괴의 현실 속에서 정치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선명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이 있다. 선왕들은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정치, 불인인지정(不忍人之政)을 했다.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정치를 실천한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쉬울 것이다."

짐 월리스의 주장도 다르지 않다. 그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연민을 지니는 것이 성경적 믿음의 핵심이라고 한다. 또한 '낯선 이'를 환영하는 일은 예수의 가르침을 올바로 따르는 일이다. 안전에 대해 염려하고 조사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며 실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난민들에 대한 동정심을 거부하는 행위는 이슬람 극단주의가 종교를 왜곡하는 현실에 대해 우리도 종교를 왜곡해 응답하는 결과가 된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의 종교를 왜곡해 구현하여 우리의 종교를 나쁘게 만드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짐 월리스는 그것이 진짜 비극이라고 개탄하며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9‧11 이후 미국의 외교 정책은 어려운 질문에 쉬운 답을 내 왔다. 이는 멈춰져야 한다. 우리는 매우 분명하게 실패하기 전에, 했던 대로 지속하는 것을 멈출 수 있다. 우리는 가장 잘 전진하는 방법에 대해 지금 더 깊고 지혜로운 분별이 필요하다. IS가 분명히 원하고 있는 이야기들, 즉 더 많은 폭탄을 떨어뜨리고, 더 많은 나라들을 침공하고, 더 많은 난민들을 거부하고, 그들의 증오에 우리의 증오를 돌려주는 것, 그리고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맹세하는 것처럼 '어떤 자비도 보이지 않는 것'. 바로 그러한 선택들을 서방세계가 취할 때, IS의 손에 직접적으로 놀아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낡은 이야기 대신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야 한다. 진정으로 IS를 물리칠 수 있는 길 말이다. 우리는 취약하므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대신 우리는 성경이 명하는 바를 영적 훈련과 몸의 각인을 통해 배워 가야 한다. 바로 두려워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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