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가네히라 케노스케가 쓴 수필집 중에 만담가인 우쓰미 케이코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쓰미는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여러 번 결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항상 우울한 표정으로 살던 어린 우쓰미에게 그의 세 번?아버지는 그가 평생 잊을 수 없었던 한마디를 합니다. "우쓰미야, 네가 웃으면 거울이 웃는단다." 아버지는 이 말을 어린 우쓰미의 마음에 새겨줬습니다. 우쓰미는 이 말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만담가가 되었습니다. 가네히라는 우쓰미를 기억하며 자신의 책 제목을 만들었습니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라고 말입니다. 그는 그 책에서 언제 어디서나 먼저 웃음을 보이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다짐합니다. 그 웃음이 전해져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다시 자신이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대학에 들어간 수연(가명)이는 자신에게 우울증이 있다고 합니다. 자기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해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자괴감이 생기고, 그래서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고민하다 보니 우울증에 빠진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과연 우울증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겠지만, 저는 먼저 수연이에게 우쓰미의 인생의 방향을 바꿔 놓은 한 마디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네가 웃으면 거울이 웃는다."

대부분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를 좋은 사람, 유능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이 기대가 무너지면 우리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 사람 속에 있는 나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판단할 때 그 사람과 자신에 대해 분노하거나 절망합니다. 수연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서 오는 것이요, 우리가 함께 고민하는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서 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외면한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왜곡된 시선의 희생양이 되어 눈물과 한숨 속에서 고통 받는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고 준엄하게 자신을 바라보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글의 제목으로 빌려온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는 책의 제목을 읽고 저는 한참 동안 생각을 멈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무릎을 쳤습니다. 참으로 깊은 통찰력이 숨어 있는 말입니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습니다. 내가 웃을 때 비로소 나에게 웃음을 되돌려 줍니다. 나는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확인합니다.

지금 내가 만나는 그 얼굴들을 천천히 떠올려 봅시다. 그 얼굴들이 하나님이 주신 거울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누가 먼저 웃어야겠습니까? 누가 먼저 사랑을 전해야겠습니까? 아니면 누가 먼저 굳은 얼굴로 화를 내고 있습니까? 누가 먼저 우울한 얼굴로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까? 거울은 결코 먼저 웃지 않습니다. 내가 먼저 사랑과 화평의 웃음을 전할 때 그 웃음이 내게 돌아오고 다른 사람에게 번집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나는 그저 다른 사람의 얼굴에 웃음을 불러오는 것만이 아닌 그 사람의 영혼 깊은 곳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하나님의 형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있는 상처와 아픔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심어두신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시겠습니까? 인상을 한번 써 보시지요. 그리고 한번 웃어보시겠습니까? 그 사람은 여러분의 거울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게 웃음을 잃었다면 먼저 내가 웃음을 잃은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를 정죄했다면 내가 먼저 그를 정죄한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분노하고 있다면 무엇인가 내가 그에게 분노한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에게 미소 짓고 있다면 내게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에게 내 사랑이 전해진 것입니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습니다. 거울은 우리의 따뜻한 웃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웃음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시작하여 우리의 삶과 거울로 전해져서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올 것입니다. 늘 다시 돌아오는 아름다운 웃음을 만나는 당신의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응도 /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목사·가정상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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