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거짓의 아비는 사탄(요 8:44)이라고 배웠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사탄의 자식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거친 구절이다. 성경은 그만큼 거짓을 경계한다. 하나님의 속성은 진실이며 하나님의 백성은 진실해야 한다. 교회에서는 그렇게 가르친다.

요 몇 주간 강단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메시지를 전한 목사들은 이 구절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들이 한 말들은 대부분 거짓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죄라고만 말해도 잡혀간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예수 그리스도만 믿어야 한다'는 설교도 위법하게 된다", "이거 해결 안 하면 우리는 김정은 지배받고 살아야 한다"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한국에서 이때까지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 표현을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이 사실은 그간 언론과 시민단체, 발의자까지 나서 이야기했던 내용이다. 올해 2월에는 <한겨레>와 몇몇 반동성애 진영 활동가 사이 소송에서,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미 수차례 썼지만, 그래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판결문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원고: 백상현 / 피고: <한겨레>

유튜브 채널 KHTV에 올라온 '동성애, 국가인권위원회와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원고는 발표 자료와 강연을 통해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 반대 발언은 금지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동성애 반대론자의 발언은 차별금지법에 따라 처벌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당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단순히 동성애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원고: 염안섭 / 피고: <한겨레>

원고는 차별금지법에 대하여 "차별금지법은 말이 좋아 차별금지법이지, 그 속성을 들여다보면 동성애에 대해 건전한 비판을 처벌하는 법",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동성애 독재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동성애 전체주의와 파시즘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으나, 당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단순히 동성애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원고: 길원평 / 피고: <한겨레>

원고는 KHTV 등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강의 중 발표 자료와 발언을 통해 "동성애를 비윤리적이라고 표현하면 처벌받음", "동성애를 정상이라고 인식할 때까지 처벌하여 그 생각을 뜯어고치겠다는 무서운 법"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으나, 당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단순히 동성애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원고: 한효관 / 피고: <한겨레>

또한 원고는 차별금지법에 관련한 강의를 하면서 발표 자료와 발언을 통해 "차별금지법은 처벌을 위한 법이고 차별금지법에 괴로움의 금지가 들어가서 감정에 의한 처벌이다", "특정 개인에 대한 혐오 발언은 현행 모욕죄,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한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개인이 아닌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의 경우에도 개인의 감정에 의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당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단순히 동성애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의 원고들은 대부분 '진평연'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단체에 소속돼 있다. 자신들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됐는데도 이들은 교계에 퍼져 있는 이 거짓말을 고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대형 교회 목사들이 수천수만 신도 앞에서 이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는데 누구 하나 나서는 이 없다. 거짓을 방관하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거짓의 아비는 사탄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사탄은 광명의 천사로 가장한다(고후 11:14)고 배웠다. 깔끔한 옷을 입고 번지르르한 강단에서 설교한다 해도, 거짓은 거짓이다. 그들이 믿든 안 믿든,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했을 때 감옥 간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극우 반동성애 진영과 그들에게 휘둘리는 몇몇 대형 교회 목사를 그저 지켜보는 더 많은 한국교회 구성원에게 호소하고 싶다. 교계가 지금 '반동성애 독재' 시대라 마녀사냥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가만있으면 이 거짓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더 많은 교인이 거짓말을 믿게 될 것이며 그것이 한국교회 이미지가 될 것이다.

가짜 뉴스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맞서 싸우는 것'이다. 더 많은 교인과 오피니언 리더가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해야 한다. 미국 철학자 리 매킨타이어는 저서 <포스트트루스>(두리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것이 <뉴스앤조이>가 거짓말쟁이들과 맞서 싸우는 이유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거짓말에는 언제나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주장이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할지라도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말을 믿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충분한 상식을 갖추고 있어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더 이상 그러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 탈진실 시대에는 당파적인 힘이 개입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정보의 출처가 파편화되어 있어서 누구든 의도적 합리화에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짓말에 맞서야 하는 이유는 거짓말쟁이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차피 거짓말쟁이는 이미 자신의 검은 속내에 너무나 깊이 빠져서 갱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 그보다 우리는 모든 거짓말에 관객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거짓말과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가 거짓말에 맞서지 않는다면, 단지 무지한 상태에 있던 사람들이 의도적 인식 회피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부인주의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어떠한 사실이나 증거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가 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거짓말을 마주하면 거짓말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실 문제를 모호하게 만들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의문을 제기해야 하며 어떠한 거짓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206~207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