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부산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인 수영로교회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본격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정필도 원로목사와 이규현 담임목사, 부교역자들이 설교, 기도회, 광고 시간 등을 이용해 온 교인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주요 반대 근거는 "동성애 반대 설교하면 감옥 간다" 등 이미 허위 정보로 드러난 사실에 기반했다.

정필도 원로목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지 못하면 김정은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영로교회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정필도 원로목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지 못하면 김정은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영로교회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정필도 원로목사는 7월 12일 1부 예배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내가 오늘 설교하면서 동성연애 반대하면 붙잡아 감옥에 넣든지 벌금을 어마어마하게 물릴 것이다. 남자 둘이 와서 나보고 결혼 주례해 달라고 하면 내가 하겠나. 안 해 주면 그 즉시 고발해서 잡아간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통과되면 동성애를 죄라고만 말해도 감옥 간다'는 말은 내용은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대표적 허위·왜곡 정보다.

정 목사는 이 법이 공산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음모론까지 폈다. 그는 "유럽 교회들이 그래서 다 없어진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기독교를 파괴하고 교회를 완전히 없애려는 작전이다. 한국교회 1200만이 다 나와서 외쳐야 한다"며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거 해결 안 하면 우리는 김정은 지배받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 상황을 전쟁과 기근에 비유하며 "기독교까지 없애 버리면 이제는 구원의 길까지 막아 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목사는 "나는 이제 특별 기도를 하려고 한다. 하루에 한 끼라도 금식하며 기도하자. 에스더가 온 백성에게 금식 기도를 시키고 하나님 앞에 통곡하며 부르짖었던 것을 지금 우리 교회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영로교회가 안 하면 다른 교회는 희망이 없다. 수영로교회 같은 모범적인 교회가 기도도 안 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 정말 나라 사랑하고 민족 사랑하는 교회 중의 교회다. 여러분들은 사명인 줄 알고 나라도 살리고 한국교회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현 담임목사는 차별금지법이 성경 말씀을 온전히 선포하지 못하게 만드는 아주 위험한 법이라고 했다. 수영로교회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이규현 담임목사는 차별금지법이 성경 말씀을 온전히 선포하지 못하게 만드는 아주 위험한 법이라고 했다. 수영로교회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같은 날 3부 예배 때는 이규현 담임목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 역시도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일어난다"고 거듭 말했다. 이 목사는 "남성과 여성 이외에 다른 성을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인정하고 동성애자들이 와서 결혼 주례를 부탁하면 해 줘야 한다. 화장실 사용하는 문제도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서명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반드시 참여해 달라. 주변에도 많이 알려서 통과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해 달라"고 당부했다. 근거는 역시 허위·왜곡 정보였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전도에도 문제가 생긴다. 많은 교회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나도 감옥에 갈지 모른다. 나 감옥 가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두 목사 설교에 앞서 7월 10일 금요 철야 기도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목회 행정을 담당하는 장재찬 부목사는 기도회를 인도하며 "법안에 성별이라는 말이 59회나 등장한다. 실제로 장애인이나 연약한 사람에 대한 측면은 없고 대부분 성별 차별에 대한 얘기다. 동성애를 완전히 합법화하는 법안이라는 것을 여러분이 눈으로 읽어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세상에 유일무이하더라도 대한민국만큼은 지켜 달라.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창조 질서를 무너뜨리는 저 불법한 악법이 무너지고 하나님의 법만이 다스리는 나라가 되게 해 달라. 이 나라를 살려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지는 설교에서 이규현 담임목사는 느헤미야 2장 1-10절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다. 그는 "예루살렘 성벽이 무너져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많이 무너져 있다.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 남성과 여성 말고도 제3의 성이 있다면서 성경 말씀을 온전히 선포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한다. 아주 위험하다. 여러분들이 나서서 반대 서명에 참여하라"고 말했다.

수영로교회는 12일 주보와 <수영로신문> 2020-28호에 나란히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반대 서명운동 내용을 게재했다. 주보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대다수 한국교회가 반대하고 있으며, 수영로교회 또한 이 법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이에 온 교회가 함께 차별금지법 입법을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하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수영로신문>은 한술 더 떠 반대 청원 작성 예시문까지 기재했다.

제목: 차별금지법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내용: 동성애와 제3의 성을 허용하는 차별금지법은 개인과 가정, 사회, 국가를 파괴하는 악법입니다. 동성 결혼 합법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합니다.

7월 12일자 <수영로신문>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반대 작성 예시문까지 실렸다. 수영로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7월 12일자 <수영로신문>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반대 작성 예시문까지 실렸다. 수영로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수영로교회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서도 성도들에게 반대 서명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인은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수영로교회가 최근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예배당 입장 시 신분 확인을 위한 QR코드 배분을 명목으로 교인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일괄적으로 조사했다. 그런데 그 번호로 국회 입법 예고 의견 등록 사이트 링크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종용 메시지가 날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방역 명목으로 수집한 휴대폰 번호를 성도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정치 서명 선동에 활용하고 있다. 나는 이런 정치 선동에 내 번호를 이용해도 된다고 동의한 적 없다. 더군다나 수영로교회 채널은 채팅도 불가능해 개별 의견 개진도 어렵다"고 불만을 표했다.

수영로교회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정부 방역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교적을 최신화하는 과정에서 교인 전화번호를 전수조사한 것은 맞다. 카카오톡 채널은 기존에도 광고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해당 광고는 당회가 결정한 사항이고 교회 안내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나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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