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에 열심을 내는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이 또 다른 법안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이번에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다. 이 법은 2003년 제정된 것으로, 다양한 가족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사회제도 보완과 체계적인 가족 정책 추진을 위한 기본법이다.

남인순 의원은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족'의 정의를 규정하는 3조 1항 삭제 △'건강 가정'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가족 지원' 또는 '가족 정책' 같은 중립적 용어로 대체 △가족 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 금지 조항 신설 등이 주된 내용이다.

개정안이 발의되자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을 비롯한 반동성애 진영이 적극 반대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라 이를 삭제할 경우 이외 관계도 가족으로 인정하고, 결국 일부다처제나 동성혼도 허용될 것이라는 논리다.

국회 입법 예고 시스템에는 반대 댓글이 1만 개 이상 쏟아졌다. 국회 홈페이지 갈무리
국회 입법 예고 시스템에는 반대 댓글이 1만 개 이상 쏟아졌다. 국회 홈페이지 갈무리

반동성애 진영은 그동안 각종 조례, 개정안 등을 무력화한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맹공을 쏟고 있다. 진평연은 매주 토요일 진행하고 실시간 시청자가 6000명을 웃도는 '차별금지법 바로 알기 아카데미'에서 법안 반대 글을 남기고 항의 전화를 해 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진평연 집행위원장 길원평 교수(부산대)는 직접 국회에 '건강한 가정을 해체하고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려는 건강가정기본법 일부 개정안 반대에 관한 청원'을 올려 서명도 받고 있다.

반동성애 진영의 반대는 이번에도 억측과 확대해석을 기반으로 한다. 길원평 교수가 국민 동의 청원을 올리면서 첨부한 자료에는 "개정안에서 동성혼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은 없음"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개정안의 몇 규정들은 몇 단계의 논리적 조작 또는 연결에 의하여 동성 결혼을 사실상 허용할 것을 주장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번 개정안은 동성 커플을 염두에 두고 만든 법이 아니다. 이 법안은 여성 단체 및 여성가족부가 오랫동안 개정을 준비해 온 것으로, 현행법대로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들을 지원할 수 없어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가족 범위에 '사실혼'을 넣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개정 논의가 올해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니다. 법안이 시행된 2005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개정을 논의해 왔다. 2007년에는 법안을 접수한 법제사법위원회가 공청회까지 열었다. 당시에도 '건강한 가정'이 무엇인지 논쟁은 있었지만, 반동성애 진영 주장처럼 '일부다처제', '동성혼'을 언급하는 내용은 없었다.

여성가족부는 2019년 업무 계획에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넣기도 했다. 40만 가구 내외로 추정되는 국내 동거 가구를 보호할 수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가족 형태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조항도 한부모·조부모·재혼 가정 등 다양한 가정 형태를 염두에 둔 것이지, 현실적으로 동성 커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반동성애 진영은 여전히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두하고 있다. 현행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면 향후 국회 논의를 통해 조율해 가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 각종 인권조례 제정·개정을 무산시킨 일처럼 이번에도 무차별적 반대로 공론 장 자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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