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국민일보>는 7월 8일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 만만찮았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내용은 반동성애 운동 단체 한국기독문화연구소(김승규 소장)가 6월 25일 여론조사공정에,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바성연·길원평 대표)이 7월 1일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설문 조사 결과였다.

두 기관 조사에서는 차별금지법 찬성 비율이 30%대(여론조사공정 32.3%, 디오피니언 38.8%), 반대 비율이 40%대(여론조사공정 46%, 디오피니언 40.8%)로 나타났다. 차별 금지 항목에 '성적 지향'을 포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각각 55.2%, 52.2%가 반대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국민 10명 중 9명 가까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난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다.

반동성애 단체들의 여론조사 질문지를 보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질문1. 최근 정의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에는 동성 간 성행위를 비판 또는 반대할 경우, 이를 동성애자 차별로 보고, 이에 대한 시정 명령 등 구제 조치를 방해할 때 이행강제금이나 징역형, 벌금형과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문2. 차별금지법에서 차별 금지 항목에 동성 간 성행위를 포함하는 성적 지향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문지에는 반동성애 단체들의 허위·왜곡 정보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유독 '동성 간 성행위'를 부각하는 것은 동성애를 동성 간 성관계로 치환하는 왜곡 정보에 기반한다. 가장 큰 문제는 질문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차별금지법안을 보면, 단순히 동성애를 비판·반대하는 경우를 차별로 규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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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공정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으나 문이 닫혀 있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여론조사 기관이 이런 질문지로 설문을 돌려도 될까. <뉴스앤조이>는 여론조사공정과 디오피니언도 취재해 봤다. 먼저 한국기독문화연구소가 설문을 의뢰한 여론조사공정은, 작년 4월 MBC '당신이믿었던페이크'에스더기도운동본부(이용희 대표)와의 밀접한 연관성, 여론조사를 빙자한 사실관계 왜곡 등을 지적하며 공정성 의혹을 제기했던 기관이다. <뉴스앤조이>는 여론조사공정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사무실도 찾아가 봤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바성연이 의뢰한 디오피니언은 1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고객사가 보내 준 질문지를 그대로 사용해 조사한 후 통계 결과만 제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질문지 원문을 요청하자 "제공해 줄 수 없다. 자세한 사항은 고객사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디오피니언은 고객사가 바성연이 아닌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길원평 운영위원장)이라고 말했다.

동반연은 디오피니언에 조사를 의뢰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동반연 이경희 사무국장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는 동반연이 아니라 바성연이 의뢰한 게 맞다. 바성연 담당자가 여론조사 기관 전화번호를 몰라서 내가 대신 전화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바성연 대표와 동반연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길원평 교수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는 동반연이 아니라 바성연 차원에서 의뢰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질문지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편향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자신들이 차별금지법 실체를 알린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차별금지법의 핵심인 처벌 조항을 언급하지 않고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우리는 실체를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상의를 거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질문지 제작 과정을 묻자, 길 교수는 "질문지는 1차 조사한 한국기독문화연구소에서 만든 것을 우리도 거의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뉴스앤조이>는 한국기독문화연구소 김승규 소장에게도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길원평 교수(바성연 대표, 동반연 운영위원장)은 바성연이 여론조사를 통해 차별금지법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CTS 유튜브 갈무리
길원평 교수(바성연 대표, 동반연 운영위원장)은 바성연이 여론조사를 통해 차별금지법 실체를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CTS기독교TV 유튜브 갈무리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질문지를 만든 단체나 그 질문지로 조사를 진행한 기관 모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기관 A 대표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질문 자체가 차별금지법 반대를 부추기기 위한 목적이다. 사안에 대한 명확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질문에 따라 응답이 쉽게 바뀐다. 그래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질문 앞에 설명을 다는 것에 예민하다. 설명을 다는 순간 유도성 질문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성을 갖춘 조사 기관에서 질문지까지 다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의뢰자가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정하지 않고 유도성이 다분하면 조사 기관은 반드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 유기다. 전문성이 결여돼 질문의 불공정성·유도성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의뢰자가 분명한 목적과 의도를 갖고 조사 기관의 수정 요구를 거부했을 수도 있다. 우리 회사 같으면 이런 질문지로 조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 B 처장도 "조사 기관이 결과를 유도한 것 같다. 질문 목적이 애초에 '동성애를 차별금지법에 포함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면, 여기에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 조사 결과를 보도한 언론사들을 향해서도 "차별금지법에 동성애를 포함하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닌, 포괄적 차별금지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보도한 기사들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디오피니언은 위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바성연에 메일을 보내 질문지 편파성을 지적한 사실이 있다고 알려왔다.

디오피니언은 7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질문지를 받고 바성연에 '보내 주신 설문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유도성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조사 결과가 반대 의견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달했다. 이에 바성연은 '유도성 질문이라고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인권위나 정의당에서 제시한 차별금지법에는 처벌 조항이 들어있어 이 부분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이런 문항을 택했다. 그대로 진행해 달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디오피니언은 "처음부터 의뢰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뢰를 받았다. 이미 면접원 섭외까지 끝난 상황에서 질문지를 받았고, 질문 내용의 편파성을 지적했으나 바성연이 조사 진행을 원했다. 조사를 취소할 경우 패널티를 감당해야 해서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20년 7월 22일 오후 12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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