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기 위한 개신교인들의 조직적인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역성시화운동협의회(채영남 대표회장) 주관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반대 기자회견 및 집회'가 7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다. 교인 수백 명이 부산·창원·포항·광주·전주 등 전국에서 전세 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집결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 인종, 장애, 성적 지향 등 개인 환경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막자는 취지이지만, 개신교인들은 '성적 지향'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결사반대를 외쳐 왔다. 이날 집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자가 증가해 인구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교회에서 설교하다 처벌받을 수 있다는 허위·왜곡 주장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기독교인들이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 비판도 하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동성애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기독교인들이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 비판도 하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동성애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집회에는 "동성애 반대 설교하면 처벌받는다"고 주장해 온 교계 반동성애 활동가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그동안 "교회에서 동성애 설교하면 잡혀간다"는 식으로 주장하다가, 여러 언론사의 팩트 체크가 이어지자 "민사 손해배상과 이행 강제금을 물 수 있다"며 '민사 처벌'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최근에는 차별금지법 조항에 적힌 '광고'가 설교로, '시설'이 교회로도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애스)는 "동성애 반대 설교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 주장을 믿으면 안 된다. 교회가 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설 이용자가 고통을 호소하면 차별에 걸릴 수 있다. 국가조찬기도회나 교회 내 설교에서 동성애 반대 설교하면 처벌하게 돼 있다. (설교가)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거짓 주장에 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영길 변호사는 참석자들과 함께 "저주받을지어다 차별금지법"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길원평 교수(부산대)는 이 법이 동성애자를 양산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에서 공교육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만들겠다고 하니 얼마나 답답한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법을 통해 다음 세대를 동성애자 만들겠다고 하니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집회를 주관한 한국지역성시화운동협의회 대표회장 채영남 목사는 차별금지법을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번 집회를 주관한 한국지역성시화운동협의회 대표회장 채영남 목사는 차별금지법을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좁은 도로에 수백 명이 몰렸다. 집회 장소 국회대로66길은 편도 1차선 폭 10m 도로였다. 1줄에 6~7명씩 다닥다닥 붙어 앉은 행렬이 100m가량 이어져 거리 두기가 원활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날이 덥고 습한 탓에 마스크를 벗어 두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밥을 나눠 먹는 이들도 보였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한국지역성시화운동협의회 대표회장 채영남 목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애를 많이 쓰고 있고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도 애를 많이 쓰고 있다. 모임 갖는 것 자체가 부담됐다. 그럼에도 이 모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차별금지법에 어마어마한 음모와 마귀의 계략이 담겨 있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목숨 담아서 막아 내야 한다"며 "주 여호와의 말씀에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니 나는 악인의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 길에서 돌이켜 떠나서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 이스라엘 족속아 돌이키고 돌이키라 너희 악한 길에서 떠나라 어찌 죽고자 하느냐 하셨다 하라"는 에스겔서 33장 11절을 낭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전 총회장 이종승 목사도 연단에 올라섰다. 창원에서 올라왔다는 이 목사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인구 문제가 발생한다며 "반대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가정이 망하고 후손이 망하고 인류가 망한다. 가정과 국가, 인류를 살리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들은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에게 "입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회개하라", "양심의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치고 통성기도 후 집회를 마쳤다.

좁은 도로에 수많은 인원이 몰려 큰 소리로 찬양과 기도를 반복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답답한지 얼굴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채영남 목사는
좁은 도로에 수많은 인원이 몰려 큰 소리로 찬양과 기도를 반복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답답한지 얼굴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채영남 목사는 "모임이 부담됐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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