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이 7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번 차별금지법·평등법 입법을 촉구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특정 교단이나 단체가 주도하는 조직은 아니다. 다양한 현장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여 자발적으로 성명서를 작성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운동을 시작했다. 연서명 단체 80개로 시작한 운동이 7월 20~22일 이틀 만에 개인·단체·교회 1384개로 불어났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3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지, 차별금지법 제정이 왜 필요한지 등을 설명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이 7월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이 7월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보수 교계를 향해 자신이 직접 만난 성소수자들이 당한 차별 사례를 이야기했다. "일부 성소수자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일을 아예 구하지 못하거나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를 느끼며 불안감에 시달린다. 실제 해고당하는 사례도 많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선생님 때문에 학교를 떠나야만 했던 청소년들 목소리를 들어 본 적 있는가"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인과 교회를 처단하자는 법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 사회에 존재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성소수자도 남다르지 않은 시민이자 국민이기에 존재 자체가 부정되거나 차별받는 상황을 방지하자는 법"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한국여성신학회 김혜령 총무는 성소수자에게 각종 혐오 발언을 일삼으면서도 '사랑해서 반대한다'고 말하는 보수 개신교인들을 향해 발언했다. 김 총무는 "'이웃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로 약자와 소수자를 죽음에 내모는 차별을 자행하면서도 일말의 부끄러움이 없다. 심지어 그런 악행을 하나님의 명령이고 뜻이라고 왜곡한다. 한국교회가 도덕적 오만함으로 저주받은 이스라엘이 되지 않기를 강력하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이자 성문밖교회를 담임하는 김희룡 목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성과 신앙에 근거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쳐 주신 정신이 아니다. 성경에 쓰인 문자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신앙의 이름으로 신앙을 부정하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것의 이름으로 가장 추악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도중 한 여성(회색 옷 입은 사람)이 "동성애자는 다 돌로 쳐 죽이라고 했다"고 외치며 진행을 방해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자회견 도중 한 여성(회색 옷 입은 사람)이 "동성애자는 다 돌로 쳐 죽이라고 했다"고 외치며 진행을 방해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날 기자회견은 한 개신교인의 방해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는 "성경에 동성애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했다. 너희들이 하는 건 다 거짓이다. 동성애자들은 에이즈 감염시키고 대한민국을 더럽힌다"고 외치며 현수막을 빼앗으려 했다. 경찰 제지를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소리치며 방해하던 그는 결국 강제로 기자회견 장소에서 쫓겨났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이틀간 모은 서명과 성명서를 박병석국회의장실에 전달했다. 기독교인이라고 모두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차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간담회·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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