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지혜의 언어들>(복있는사람)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그는 행복이 쉬워 보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추운 겨울 따뜻한 커피를 마셔도, 키 큰 나무들이 단정히 줄을 이룬 숲을 걸을 때도 작은 입에서는 어김없이 "행복하다"는 말이 따라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 맛은 사라지고 향기는 흩어진다. 걷고 있는 이 길도 곧 끝에 다다른다. 명멸하다 지워지는 감각이 무슨 소용일까, 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니지 않나 생각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의 행복에 동조하려고 노력했다.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것을 누리는 건 아니다. 행복을 정의하는 건 쉽겠지만, 무엇이 행복인지 말하는 건 어렵다. <지혜의 언어들>(복있는사람)을 쓴 김기석 목사는 마치 신기루처럼 근접했다 멀어졌다 하는 행복을 좇느라 사람들이 '지금 여기서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책에서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b)고 말한 전도자의 글을 가지고 역설적으로 참 행복에 이르는 길을 모색한다.
김기석 목사는 서울 용산구 청파교회에서 43년간 목회하다가 지난해 은퇴했다. CBS 성서학당, 잘 믿고 잘사는 법(잘잘법) 등에서 많은 기독교인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설교와 강연은 풀리지 않는 인생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 교회 안과 밖에서 서성이는 이들, 시대의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의 막힌 숨을 틔워 주었다고 평가받는다.
<지혜의 언어들>은 김기석 목사가 CBS 성서학당에서 전도서를 강해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1~12장 본문 전체를 물음·지혜·향유·성찰·섭리·역설·기억·본분 등 24개 주제로 분류해 설명한다. 전도서는 염세적이고 우울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김 목사는 오히려 유쾌하다고 말한다. 다독가로 알려진 것처럼 그는 성서 배경이나 해석에 관한 깊은 지식과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에 대중을 상대로 펼치는 부드러운 화법을 더해, '헛되다'라는 말 속에 감춰진 삶의 지혜를 한 자락씩 풀어 준다.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으니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리라"(전 1:18). 마치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잠언은 지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잠언은 후대 사람들에게 관습적인 지혜를 가르칩니다. 코헬렛은 지혜와 지식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고 말입니다. 전복적인 진술입니다. 이것을 공부를 멀리해야 모든 근심을 물리칠 수 있다는 말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코헬렛은 세상을 다 이해하려 하고, 세상의 모든 비합리적인 것도 다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자부심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자기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짜 지혜임을 코헬렛은 가르칩니다. (2장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다', 4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