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오늘을 위한 레위기> 저자 김근주와 <오늘을 위한 히브리서> 저자 권연경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구약과 신약이 서로 부딪힌다는 뿌리 깊은 오해가 있다. 구약의 '율법'과 신약의 '은혜'. 두 문서가 각각 대표하는 개념이 상충해, 하나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다른 하나를 비교적 덜 중요하게 여기거나 소외시킨다는 이야기다. 거칠게 표현해 신약이 구약을 "대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람들이 구약과 신약에 갖고 있는 간극을 좁혀 보고자 출판사 IVP가 흥미로운 자리를 마련했다. 구약의 '율법'과 신약의 '은혜'가 비교적 잘 서술된 레위기와 히브리서의 가상 대결이다. <오늘을 위한 레위기>(IVP) 저자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와 <오늘을 위한 히브리서>(IVP) 저자 권연경 교수(숭실대)를 초대해 논쟁을 붙였다. 심판은 기독연구원느헤미야에서 신약을 가르치는 김성희 교수가 맡았다. 

대담은 5월 18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에 있는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강의실에서 진행됐다. 기원전 유대인들의 제사법과 율례가 적힌 문서와 기원후 초대교회 공동체에 쓰인 편지의 가상 대결을 보기 위해, 비가 오는 주말에도 약 30명이 자리를 채웠다. 온라인에서도 100여 명이 중계 영상을 시청했다. 

아쉽게도(?) 불꽃 튀는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 기존 체제를 뒤엎을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고, 전대와 후세에 쓰인 각각의 문서가 서로 다른 배경과 독자, 주제, 형식을 갖고 있긴 하지만, 구약과 신약이 종국에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같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두 교수의 대담을 정리했다. 이들의 대담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율법은 약속을, 약속은 소망을, 소망은 순종을 낳는다.

사람들이 구약을 오해하는 이유

김근주 교수는 대담이 시작하자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히브리서에 등장하는 몇몇 표현을 지적했다. "전에 있던 계명"(히 7:18), "첫 언약"(히 8:7)이라는 말이 마치 구약의 제사가 불완전하고 부족한 인상을 준다고 했다. "계명은 연약하고 무익하므로 폐하고"(히 7:18), "율법은 아무 것도 온전하게 못할지라"(히 7:19) 같이 일부 본문에는 율법을 부정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했다.

김 교수는 히브리서 기자가 언약을 옛것과 새것으로 비교한 건, 예수의 십자가 은혜를 강조하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히브리서 기자가 예수의 구원이 얼마나 온전한지 드러내기 위해 대조 형식을 취했고, 이는 당시 히브리서 공동체 상황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약에서 율법은 구원의 조건으로 나오지 않는다. 하나님은 어려운 상황에서 이스라엘을 건져내 주시고, 언약을 제시했다. 언약에 수반되는 계명과 율례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로 한 다음에 주어지는 것들이다. 따라서 율법은 하나님이 기뻐하는 온전하고 풍성한 삶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히브리서가 하고 싶었던 말

히브리서에 등장하는 몇몇 묘사가 불편하다는 건 권연경 교수도 수긍했다. 그는 이러한 묘사가 무엇이 낫거나 부족한지 따지려는 게 아니라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따르게 된 공동체가 기존 관습 체계를 회고하는 관점에서 이런 표현을 쓴 것 같다고 했다.

히브리서 기자는 십자가를 향한 엄청난 신념을 보인다. 구약의 제사나 제사장은 잘못되지 않았다. 제사장 중에는 제대로 된 종교인이 있었고, 이스라엘은 제사를 통해 속죄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첫 언약에 흠이 있다거나 무익하다는 표현이 본문에 등장하는 건, 구약의 제사도 건들지 못하는 부분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제사가 변화시킨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권 교수는 말했다. 바로 인간의 양심이다.

권 교수는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님의 십자가 제사가 첫 언약의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우리의 양심을 바꾸고, 우리가 새로운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기도록 변화시킨다는 굉장히 도발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레위기·히브리서를 오늘 어떻게 읽을까

대담 주제는 텍스트에서 컨텍스트로 바뀌었다. 레위기·히브리서를 각각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김근주 교수는 레위기, 넓게는 모세오경이 꿈꾼 세상에 관하여 말했다. 

모세오경에는 왕이 없다. 물론 신명기에는 왕이 갖춰야 할 조건이 나온다. 김 교수는 여기서 묘사된 인물은 세속 군주보다 율법 학자에 가깝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 선 언약 공동체였다. 그들 가운데 차별도 차등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거나 갖지 않은 사람들이 누구나 동등하게 인간다운 오늘을 누리는 것, 이것이 레위기를 비롯한 모세오경이 2000년 전부터 꿈꿔 온 세상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오래전에 쓰인 문서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버거운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 국가나 법이 지켜 내지 못하는 벼랑에 선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일까. 레위기를 읽으며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레위기에서 말하는 거룩이란, 우리 사회에 그 누구라도 동등하게 안전을 누리고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두 교수는 결국 오늘을 잘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두 교수는 결국 오늘을 잘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히브리서에는 오늘에 관한 언급이 없다. 권연경 교수는 당대 공동체가 로마의 거대한 헬레니즘 문화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문제가 시급했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사회에 관한 설명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히브리서는 오늘보다 미래에 더 무게를 둔다. 미래는 오늘을 임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바꿔 주기 때문이다. 미래를 기다리며 현재를 더 책임 있게 살거나,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끝으로 여기지 않고 견디게 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이라는 미래를 가슴에 품고 수십 년을 광야에서 버틸 수 있었듯이, 히브리서가 말하는 현재는 미래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순례자로서의 오늘이라고 권 교수는 말했다. '믿음 장'이라고 불리는 히브리서 11장 등장인물 대부분도 미래를 바라보고 살았던 이들이었다.

미래를 바라보고 오늘을 순종하며 살았던 선구자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었지만 우리와 똑같은 자리에 왔다. 인간과 동일한 고통과 시험을 겪으며 순종을 배웠다. 권 교수는 "그리스도는 순종하도록 설계된 존재가 아니다. 여러 사건을 거치며 순종을 배웠다. 그렇기에 우리의 아픔과 갈등을 공감하고, 다시 일어나서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 주신다"고 말했다.

레위기의 '오늘'이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성격을 띤다면, 히브리서의 '오늘'은 권 교수의 표현처럼 "아직 해명되지 않는 회색 지대" 같은 소극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두 책이 말하는 '오늘'은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동일한 마음을 갖게 한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나라를 소망하며 현재를 의미 있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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