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위더링턴 3세·제이슨 A. 마이어 <아라비아로 간 바울>(북오븐)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경험하고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을 받는다. 그는 갈라디아 선교 이후에야 편지를 쓰기 시작하는데,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시작한 지 14년 후의 일이다. 공백 기간 동안 바울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이 시간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아라비아로 간 바울>(북오븐)은 이 질문에 관한 답이다. 저자는 바울의 초기 편지, 즉 갈라디아서와 고린도전후서에 나타난 몇 가지 실마리를 바탕으로 바울의 감춰진 시간을 역사소설 형태로 재현한다.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벤 위더링턴 3세는 애즈베리신학교 신약학 교수로, 역사적·문화적 분석을 통해 성경에 생기를 불어넣기로 유명하다. 전 세계를 돌면서 성경 세미나를 진행하고, 이탈리아·그리스·튀르키예·이스라엘·요르단·이집트 등에서 유적지 답사 여행을 이끌었다. 제이슨 A. 마이어스는 고든칼리지 신약학 교수로, 벤 위더링턴 3세와 함께 <바울이라는 세계>(이레서원)를 집필했다.
책은 이야기 부분과 '자세히 들여다보기'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벤 위더링턴 3세가 이야기꾼이 되어 소설을 썼다. 그는 바울의 예루살렘·안디옥 여정, 노동, 결혼(!?), 사도들과의 만남 등 여러 사건들을 특유의 통찰력과 상상력으로 그려 낸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부분을 작성한 제이슨 A. 마이어스는 직접 촬영한 현지 사진들과 사료로 당대 문화와 제도를 소개해 소설에 현실감을 더해 준다.
오랜 공백기가 바울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현대 그리스도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엄청난 체험을 하지만, 이 경험이 대단한 성취와 영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사도로서의 그의 지위와 평판은 하루아침에 얻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긴 시간 두려움과 공포, 개인적 비극, 다른 그리스도인들의 의심과 비판 등을 견뎌야 했다. 이러한 시간을 통과하며 바울이 얻은 깨달음이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그것은 아래와 같이 고린도후서에도 잘 나와 있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 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집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일시적인 가벼운 고난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원하고 크나큰 영광을 우리에게 이루어 줍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봅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고후 4:16-18)
"사울은 자신이 과거에 지은 죄를 보상하거나 속죄할 수는 없었지만,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들이고 예수께서 친히 모범을 보이신 비폭력적 삶의 방식을 계속 실천해 나갈 수는 있었다. 그것이 바로 사울이 결단한 일이다.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에 대한 이해가 없는 열심은 단순히 방향을 잘못 잡은 열심이 아니라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요, 인간 타락의 명확한 징후다." (8. 시온 신자들의 고난, 99쪽)
"하나님께서 오론테스강의 안디옥에서 큰일을 이루고 계셔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곳에서 많은 이방인이 주님께 나왔고, 나는 당신이 임무를 받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지요. 안디옥 시민들은 우리 분파의 성장을 주목했고, 우리에게 '크리스티아노이'(christianoi)라는 이름도 붙여 주었어요. 그리스도의 열렬한 지지자(partisan)라고 말이지요. 난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29. 회당 설교, 25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