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 통합 공동체로 모범적 행보를 보여 온 하나비전교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교인들에게 배포했다. 하나비전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공동체로 모범적 행보를 보여 온 하나비전교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교인들에게 배포했다. 하나비전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교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 교회를 지향하며 장애인 사역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 온 기독교대한감리회 하나비전교회(김종복 목사)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하나비전교회는 7월 26일 '사람들은 왜 차별금지법에 반대할까?'라는 제목의 인쇄물을 교인들에게 배포하고 법안 반대 온라인 서명을 독려했다.

하나비전교회는 교인 4000명에 이르는 인천 지역 대형 교회다. 교인 중 400여 명이 장애인이고, 1000여 명이 장애인 가족이라고 알려질 만큼 장애 사역에 앞장서고 있다. 무장애(barrier free) 시설,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예배, 장애인 자립을 위한 교육‧복지 등 장애인 사역의 모범적 모델로 여러 매체에서 자주 소개됐다. 차별금지법에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누구보다 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을 교회가 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걸까.

하나비전교회 "신앙적 가치관에 어긋나
동성애가 핵심인 법안 받아들일 수 없어
시청서 동물·소아 성애 축제 벌어질 것"

하나비전교회는 인쇄물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대다수 시민에 대한 역차별이며 사회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크게 △신천지 비판 불가 △전과자 비판 불가 △소아성애·수간 합법화 △성별 정체성 혼란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반동성애 진영에서 퍼뜨리는 전형적인 허위‧왜곡 정보들이다.

하나비전교회는 "신천지는 이단 종교를 떠나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종교라는 탈을 쓴 범죄 집단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런 범죄 집단을 종교라는 이유로 잘못되었다고 틀리다고 말할 수 없고 싫어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실효失效된 전과(형기를 마친 죄수 등)도 비판할 수 없다며, 아동 성 착취물 웹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와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을 예로 들었다. "인권이 있는 범죄자들은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고 회개한 이들"이라고 했다.

일부 반동성애 활동가가 끊임없이 언급해 온 "소아성애·수간 합법화" 주장도 그대로 가져다 썼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성적 지향을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하략)"으로 정의하고 있기에, 해석에 따라 '등'에 소아성애, 동물 성애, 가학성애, 근친, 다자 연애 등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시청에서 퀴어 축제뿐만 아니라 동물 성애 축제, 소아성애 축제 등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별 정체성을 생물학적 성과 다르게 기재하고 살아가면, 사회 혼란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인쇄물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이들은 제한된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라고 말하지만 법안 1장 1조에 보면 '모든 영역'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우리 사회에 혼란은 불 보듯 뻔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 서명을 유도했다.

반동성애 진영발 허위·왜곡 정보 여전
교회 "장애인 차별 문제 개별법으로 충분"
인권 활동가 "성소수자 장애인은 어떡하나"

하나비전교회 입장을 듣기 위해 김종복 담임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목사는 7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애인 차별과 동성애 차별은 다르다.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담당 부교역자가 만든 인쇄물을 사전에 확인했고 내용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자세한 내용은 제작자에게 문의하라고 했다.

인쇄물을 제작한 김 아무개 부목사는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담긴 내용이 신앙적 가치관에 반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분명히 반대한다. 하지만 개별적 차별금지법안들만 잘 지켜도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이 법(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기존 법안들이 있음에도 성별에 대한 내용을 추가한 특별한 법안이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핵심이다. 이 부분은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질서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인쇄물이 주장하는 내용의 근거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소아성애‧수간이 정말 합법화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흔히 오해하는 '설교권과 보육권을 제한한다'는 등의 정보는 가짜 뉴스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 외에 다른 사례들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여러 기사를 참고했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사례들을 넣었다. 법안이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인쇄물 주장처럼)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박온슬 활동가는 개별적 차별금지법만 잘 지켜도 충분하다는 하나비전교회 주장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별금지법의 본질을 몰라서 나오는 얘기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안들만으로는 복합 차별을 보호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장애인이면서 동시에 여성이자 이주민인 어떤 사람이 차별을 당하면 그는 어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이런 경우의 빈틈을 보완하려는 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고 했다.

그는 인권은 나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이 가능하다면 장애인도 차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만약 그 교회에 성소수자 장애인이 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장애인인 만큼만 권리를 보장받고 성소수자인 만큼은 보장받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소아성애·수간 합법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교회 측 주장에 대해서도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는 것은 서로 간 합의를 전제로 한다. 소아성애와 수간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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