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인들에게②…동성애자 낙인·배제·차별이 '이웃 사랑'에 합당한가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보수 개신교인의 반대에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인은 대부분 동성애가 개인의 후천적 '선택'으로 정해진다고 믿는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을 '죄'라고 규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핵심 동성애 이슈 중 '동성애의 원인'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국민과 보수 개신교인의 인식을 짚고, 과학은 무엇이라 말하는지 살핀 후, 과학적 사실이 왜곡되어 알려진 이유를 분석해 본다. - 필자 주

권위 있는 해외 과학자 단체에서는 명확하게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이야기하는데, 왜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는 소수만 '선천적'이라고 생각할까. 선천적이라 알고 있는 보수 개신교인이 거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로 보수 기독교 언론의 역할 때문이다. 이들은 반동성애 신념에 유리한 해외 연구 사례만 소개한다든지, 때로는 해외 연구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독자들에게 반동성애 신념을 강화하게 했다. 대표적 언론이 <국민일보>·<크리스천투데이>·<기독일보>이다.

<국민일보>에 실린 2019년 12월 20일 기사 '"동성애 치료 연구 결과 평균 79% 효과"…"선천적" 주장 뒤엎어'를 보자.1) 이들은 '버드와 니콜로시라는 학자의 2002년 연구에 따르면, 동성애 전환 치료를 받은 사람의 평균 79%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마치 전환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이는 전환 치료에 대한 여러 전문학회 입장과 분명히 다르다.

미국심리학회는 2009년 '성적 지향에 대한 적절한 치료적 반응'이라는 제목으로, 기존의 전환 치료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1960년부터 2007년까지 발표된 동성애 치료 관련 논문 중 분석 기준을 충족하는 논문 55개를 검토했다. 결론은 '전환 치료가 효과가 있다(성적지향이 바뀐다는)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과 오히려 '치료 참가자의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 등 정신 질환을 유발시킬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전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들은 대부분 연구의 질이 낮고 '연구 방법론적 문제들'이 관찰돼서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지적한다.2)

영국정신치료협회 '전환 치료에 대한 합의문 Conversion therapy - Consensus statement'도 전환 치료를 과학적으로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많은 사이비 치료라고 규정한다.3) 세계신경정신과학회·미국신경정신과학회·영국신경정신과학회 입장도 다르지 않다.

<크리스천투데이>는 2019년 9월 11일 '"'동성애 유전자 없다'는 과학적 사실 대중에 알려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4) 이 기사를 본 대부분의 보수 기독교인은 '동성애는 후천적'이라는 믿음을 강화할 것이다. 기사는 동성애 유전자와 관련해서 <사이언스>지에서 2019년 8월 30일 발간한 논문5)을 근거로 '동성애는 후천적'이라 주장한다. <크리스천투데이> 기사는 이 논문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연구는 '동성애를 유발하는 단일 또는 소수의 유전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논문 저자는 결론에서 "동성애는 단일 또는 소수의 유전자가 아니라 많은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Same-sex sexual behavior is influenced by not one or a few genes but many)고 말한다. 소수의 동성애 유전자는 찾지 못했지만, 동성애가 수많은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두 번째로 반동성애 활동을 펼치는 보수 개신교인 학자들의 영향력 때문이다. 이들은 반동성애 이념에 유리한 자료를 적극 생산한다. 자신들 주장을 옹호하는 논문이나 과학적 결과만 대중에게 알리고, 학계 정설과 다른 내용을 전파하면서 전문가 권위를 이용해 보수 개신교인들을 설득해 왔다.

보수 개신교의 반동성애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2014년에는 '한국성과학연구협회'6)가 만들어졌고, 이 협회는 반동성애 활동을 위한 과학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 단체 회장은 민성길 전 연세의대 교수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한국 신경정신의학계 대표 인사 중 한 분이다.

이 단체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발간한 책이 <동성애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 - 동성애 유발 요인에 대한 과학적 탐구>(라온누리)다. 저자는 길원평 교수(부산대 물리학과)와 의사 두 명을 포함한 과학자 몇 명이다. 이들은 동성애가 타고나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지하는 논문들을 설명하면서, 동성애 성향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반동성애 성향 과학자들은 학자적 권위를 이용해 학계 정설을 왜곡해 왔다. 대부분의 보수 개신교인은 이들의 주장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면서 동성애 성향은 후천적이고 당사자가 선택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국내 학술 단체의 역할 부재도 중요한 원인이다. 권위 있는 해외 학회 여러 곳에서는 사회에 존재하는 동성애자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입장문을 발표하지만, 한국에서는 단 한 곳도 발표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했다. 한국에 있는 수많은 의학회 중 한 곳도 성적 지향 원인을 포함해 동성애·동성애자와 관련한 선언문을 발표한 적이 없다. 한국의 여러 심리학회도 마찬가지다.

해외 학회가 입장문을 발표하는 이유는 동성애자들의 정신·심리 상태와 관련 있다. 동성애자의 정신 질환 유병률은 이성애자보다 2배 이상 높고,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률은 4배 정도 높다. 기본적 인권이 보장될 때 이들의 정신 건강 상태가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학회들도 학술 단체로서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선천적' 동성애자 돕는 게
진정한 '이웃 사랑'

동성애는 개인이 '선택'하는 게 아니고,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된다는 점을 현대과학이 입증하고 있다. 동성애를 바꾸는 전환 치료는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많은 사이비 치료라고 규정한다.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처럼, 지구 나이가 6000년이 아니라 수십억 년이라는 것처럼 과학이 입증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시행돼도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로 바뀌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과학이 말하고 있다. 성적 지향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고.

양식 있는 기독교인이라면 한번 고민해 봐야 한다. 과연 자기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하신 하나님이 만드신 동성애자를 '죄인'으로 정죄하는 게 옳은지를. 의지와 관계없이 '결정된' 동성애자가 사회적 낙인·배제·차별 가운데 받는 고통을 방치하는 게 '이웃 사랑'을 최고 계명을 알고 있는 기독교인에게 합당한 일인지를.

동성애자에게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 질환이 많고, 그들의 인권이 보호되면 정신 질환이 감소한다는 점은 과학적 사실이다.7) 기독교인들이 이제라도 '세리와 죄인의 친구'가 되셨던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 땅에서 고통당하는 동성애자들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없을까. 차별금지법 찬성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배상필 / 캐나다의 Vancouver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MATS)을 공부한 가정의학과 의사로 언덕교회 집사입니다.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하는 데 관심이 있어 '교회의 재구성'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3886
2) https://www.apa.org/pi/lgbt/resources/therapeutic-response.pdf
3) https://www.psychotherapy.org.uk/wp-content/uploads/2016/08/ukcp-conversion-therapy.pdf
4)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25265 이 논문과 관련한 제대로 된 기사는 <동아사이언스>에 실렸다(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0857). 
5)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65/6456/eaat7693
6) http://sstudy.org
7)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03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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