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반동성애 개신교인의 특징 중 하나는 정보 '왜곡'이다. 아무 상관관계가 없는 사실을 서로 엮거나, 전체 정보 중 일부를 가져다가 확대재생산하는 식이다. 차별금지법 반대에 열심인 이들은 심지어 이미 거짓으로 판명이 난 사안조차 왜곡해 퍼뜨리기도 한다.

최근 일부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정인이 사건'과 아동 성범죄를 엮은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이 등장했다. 네이버 '대전세종맘스베이비'에 올라온 "정말 무서운 것이 다가오고 있다는 거 알았으면 좋겠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보자.

이 글은 한 유튜버의 영상을 캡처한 사진들로 시작한다. 전 세계에서 아동 성 착취, 인신매매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매년 800만 명의 아동이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글쓴이는 유튜브 영상을 놓고 "실제 아동 인신매매, 소아 성매매 등의 아동 범죄 소탕을 위해 국제 구호 활동을 하는 단체의 영상"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소아 성애자들이 아동 인신매매의 주범인데 이들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도 포함된다고 나온다. 다양한 '성적 지향'을 지닌 이들의 약자인 LGBTQ(PAI 등)에서 'P'가 소아 성애를 뜻하는 'pedosexual'이라는 것이다.

글쓴이는 영상 내용에 더해 소아 성애와 차별금지법을 엮었다. 한국에서 거론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전과'가 차별 금지 사유로 들어 있다면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손정우·조두순 같은 아동 성범죄자들이 더 활개를 치고 다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각성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 글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뒷모습을 잘 설명해 주셔서 감사하다. 제정돼서는 안 되는 법이다", "정말 잘 올려 주셨다. 차별금지법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 법을 반대해야 한다", "딸 키우는 엄마는 벌벌 떤다", "차별금지법 절대 통과되면 안 되겠다. 이러다 역차별당하는 때가 오겠다", "차별금지법이란 악법을 만드는 자들은 더 무서운 사람들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동성애 운동에 열심인 개신교인들은 소아 성애와 차별금지법을 엮은 이 글이 마치 사실인 것마냥 퍼 나르고 있다. 사실상 '혐오 선동'에 해당하는 이 글의 주장을 팩트체크해 본다.

페이스북은 소아성애가 성소수자 커뮤니티(LGBT)에 포함된다는 주장에 '거짓 정보'라는 딱지를 붙였다.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은 소아 성애가 성소수자 커뮤니티(LGBT)에 포함된다는 주장에 '거짓 정보'라는 딱지를 붙였다. 페이스북 갈무리
1.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 이는 아동 범죄 소탕을 위해 구호 활동하는 단체가 아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영상은 'PSGodspeed'라는 유튜브 채널이 제작한 것이다. 이 유튜버는 미국의 음모론 집단 '큐애넌'(QAnon)과 뜻을 같이한다. 큐애넌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후, 한 극우 성향 웹 사이트에서 음모론을 퍼뜨린 'Q'와 그의 추종자를 뜻한다.

큐애넌은 미국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동 성매매·인신매매를 일삼는 소아 성애자, 사탄 숭배자라고 믿는다. 미국은 비밀 관료 집단 '딥스테이트'가 운영하며 트럼프만이 이들에 저항할 대통령이라고 믿는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백신 무용론'을 주장했고,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미국 의회를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를 선동했다.

지난해 7월 24일, 이 채널에 게시된 '딥 웹 안에 참극과 충격적인 소아 성애'라는 영상 역시 이런 맥락에서 소아 성애와 아동 인신매매, 아동 성 착취 등을 비판적으로 언급할 뿐, 구호 활동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이 영상 외 다른 영상들 역시 큐애넌의 음모론을 되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유튜브 영상과 연결된 트위터 계정 또한 큐애넌 관련 정보를 트윗했다는 이유로 '정지된'(suspended) 계정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위터는 큐애넌과 관련한 음모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계정을 적극적으로 정지·삭제해 왔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2.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소아 성애'를 성적 지향의 하나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

영상에는 성소수자를 뜻하는 LGBTP가 언급된다. 여기서 'P'가 소아 성애를 의미한다는 포스터도 같이 보여 준다. 소아 성애는 동성애처럼 성적으로 '취향'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반복적으로 팩트체크가 끝난 사안이다. 팩트체크 사이트 'snopes.com'은 2017년 12월 7일 '가짜 정보'라고 판단했다. 스놉스는 이 주장은 반동성애 진영이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흠집을 내기 위한 전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반동성애'(anti-gay) 운동을 하는 이들은 과학적 증거 부족에도 소아 성애와 동성애가 어떻게든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허위·왜곡' 정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팩트체크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퍼져 나간다는 점이다. 2020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이 같은 주장이 소셜미디어에서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큐애넌은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이 아동 성매매를 일삼는 소아 성애자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범죄를 합법화하기 위해 2015년 선제적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는 식의 음모론을 퍼뜨렸다.

<로이터>는 2020년 5월 30일, "LGBT 커뮤니티는 P를 알파벳 약자로 넣지 않았다"는 제목으로 이 뉴스를 팩트체크했다. <로이터>가 인터뷰한 성소수자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의 대변인은 "LGBTQ 운동은 사람들 사이의 합의되지 않은 관계들과 연결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소아 성애도 포함한다는 주장을 허위·왜곡 정보로 판단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LGBTQP의 P가 '소아 성애'를 뜻한다는 사진을 게시하면 '거짓 정보'라는 딱지가 붙는다. "동일한 정보가 독립적인 팩트체크 기관에 의해 다른 게시물에서 확인됐다"는 설명과 함께.

맘카페에 올라온 차별금지법 관련 허위·왜곡 정보. '혐오 선동'에 가까운 이런 주장은 일반인에게 공포심을 심어 준다.  네이버  대전세종맘스베이비 갈무리
맘카페에 올라온 차별금지법 관련 허위·왜곡 정보. '혐오 선동'에 가까운 이런 주장은 일반인에게 공포심을 심어 준다. 네이버 대전세종맘스베이비 갈무리
결론: 한국의 차별금지법 제정과 소아 성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한국의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동성애를 받아들이면 소아 성애 등 비정상적 성행위까지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왜곡하고 있는데, 이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차별금지법과 소아 성애는 전혀 관계가 없다.

소아 성애는 한국에서 이미 중범죄다.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행위를 했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2월에는 성관계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성 착취를 목적으로 대화를 지속하는 '온라인 그루밍' 또한 처벌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게다가 아동·청소년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아동을 접할 수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아동·청소년을 성범죄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미 수많은 기관·단체·의원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관련 법을 다듬어 왔고, 지금도 또 다른 법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번 맘카페 사례는 '거짓 선동에 기반한 허위·왜곡 정보'가 선량한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 준다. 거듭 말하지만, 한국의 차별금지법 제정과 소아 성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차별과 혐오를 유도·조장하는 세력의 거짓 정보에 속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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