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인들에게①…선천성·후천성은 믿음의 문제 아닌 과학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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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보수 개신교인의 반대에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인은 대부분 동성애가 개인의 후천적 '선택'으로 정해진다고 믿는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을 '죄'라고 규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핵심 동성애 이슈 중 '동성애의 원인'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국민과 보수 개신교인의 인식을 짚고, 과학은 무엇이라 말하는지 살핀 후, 과학적 사실이 왜곡되어 알려진 이유를 분석해 본다. - 필자 주

정의당은 6월 29일, 약속대로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6월 30일 평등법 시안을 제시하면서 누구도 차별 없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국회에 입법을 촉구했다. 이에 보수 개신교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사불란하게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개신교 반동성애 활동가들은 주축이 되어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전용태 상임대표)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복음법률가회(조배숙 상임대표)를 만들어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개신교 대형 교단도 연합해서 반대하고 있으며, 교단 못지않게 한국교회에 큰 영향력 있는 대형 교회인 분당우리교회와 온누리교회 등도 반대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개신교 내에서 비교적 건전한 대형 교회로 알려진 분당우리교회온누리교회가 참여할 정도면, 거의 모든 보수 개신교회가 대동단결해서 반차별금지법 전선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보수 개신교 반대 이유
- 동성애 확산

왜 보수 개신교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일부 반동성애 활동가들과 교단의 기득권 세력들은 현 정권을 불신한다. 좌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현 정부가 공산주의 국가처럼 기독교를 말살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 정권이 하는 모든 일을 반대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하지만 다수 개신교인은 그렇지 않다.

핵심은 동성애 문제이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성경을 삶의 표준으로 생각하고, 가장 큰 가치로 본다. 이들은 성경에서 '동성애 = 죄'로 규정한다고 들어왔고, 그 점을 알고 있기에 동성애를 인정할 수 없고, 동성애 확산을 용납할 수 없다. 이들은 또한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 때문에 멸망했다고 알고 있기에 유럽도 동성애 때문에 교회가 쇠락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도 동성애가 확산하면 교회가 무너질 뿐만 아니라, 가정이 파괴되고 나라도 위태로워질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동성애, 후천적이라 '믿는다'?

보수 개신교인과 토론하면서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은 '동성애 = 죄'라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성애의 성적 지향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들 중에는 '선하신 하나님이 동성애자들을 평생 죄 가운데 살아가도록 만들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다. 동성애자들이 성경대로 '죄인'이 되려면, 자기 의지로 죄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여러 개혁적 행보를 보여 많은 존경을 받는 대형 교회 목사 중 한 명인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는 설교 시간에 동성애와 관련해 이렇게 발언했다.

"저는 동성애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이게 제 신앙고백입니다."1)

이찬수 목사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동성애가 만약 타고나는 것이라면, 성경에 '동성애 = 죄'라고 나와 있더라도 그 사람을 정죄하는 행위가 옳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동성애 원인' 인식 차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성애 원인을 무엇이라 생각할까.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2019년 5월 동성애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시행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5%, 양육과 사회적 환경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47%였다.2)

2018년 KBS '심야토론'에 패널로 나온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과 조영길 변호사가 "동성애 원인이 선천적이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주장할 정도다.3) 그렇다면 다수 국민이 그렇게 믿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실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구분하는 것보다,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알아보는 일이 더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서구에서는 학술적으로도, 설문 조사에서도 이런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본인의 선택은 적어도 성에 대해 눈뜨는 사춘기 이후 동성애 성향이 정해질 때 가능하지만, 그 원인이 유전이든, 태아로 있을 때 엄마에게 받은 호르몬 영향이든, 생애 초기에 정해진다고 하면 개인의 의지적 선택이라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2013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41%는 동성애로 태어난다고 응답했고, 42%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응답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응답자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동성애로 태어난다는 응답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대학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응답자의 58%가 '선택'이 아니라 자기 뜻과 무관하게 동성애로 '결정'된다고 응답했다.4)

과학은 무엇이라 하는가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는 동성애가 타고나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고 말했지만, 이것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고 '과학'의 영역이다. 동성애와 관련한 수많은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과학계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알려면 관련 학회 공식 입장을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미국심리학회가 2011년에 작성한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이라는 문서에는 "성적 지향이 자발적으로 바꿀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다.5) 영국 왕립정신의학회는 2014년 '성적 지향에 관한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대부분 사람이 인생의 어느 시기에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로 '결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6)

미국소아과학회가 2004년에 발표한 '성적 지향과 청소년에 관한 선언문'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문헌과 관련 분야에 있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개인의 성적 지향은 선택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적 지향의 발달에 대해서 불확실한 것이 많지만, 비정상적인 양육, 성폭행이나 인생에서의 부정적인 사건이 성적 지향에 영향을 주었다는 근거는 없다. 현재까지의 지식은 성적 지향이 주로 초기 아동기에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7)

초기 아동기는 2~7세 시기를 말한다. 성적 지향이 주로 이 시기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된다고 선언한다.

2016년에는 세계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젠더 정체성과 동성애 성적 지향, 매력과 행동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한다. 여기에서 성적 지향은 선천적(innate)이라고 단언한다. 길지 않은 선언문에 선천적(innate)이라는 용어를 두 번이나 언급하면서, 선천적인 성적 지향이 바뀔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8)(계속)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배상필 / 캐나다의 Vancouver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MATS)을 공부한 가정의학과 의사로 언덕교회 집사입니다.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하는 데 관심이 있어 '교회의 재구성'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 https://www.youtube.com/watch?v=oZj0SJZtB1Y
2)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017
3) https://www.youtube.com/watch?v=M-vHqANa3GA
4) https://www.pewresearch.org/fact-tank/2015/03/06/americans-are-still-divided-on-why-people-are-gay/
5) https://www.apa.org/topics/sexual-orientation
6) https://www.rcpsych.ac.uk/pdf/PS02_2014.pdf
7) https://pediatrics.aappublications.org/content/113/6/1827.short
8)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03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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