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강화, 성소수자 혐오 교육이 '성경적 성교육'?
|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의 인권 정책 개입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각종 인권 관련 조례를 폐지시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아동·청소년 성교육까지 걸고넘어집니다. '성평등'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동성애 조장'이라며 반대합니다. 이들의 반대는 단순한 의견 표명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①최근 반동성애 진영이 어떤 패턴으로 청소년성문화센터를 공격하는지 ②그들이 원하는 청소년 성교육은 무엇인지 ③청소년성문화센터의 역할과 구체적 활동,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④기독교교육 관점에서 성교육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짚어 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 기자 주 |
"프레디 머큐리 굉장히 유명한 가수거든. 그런데 저 사람이 결국 동성애를 하다가, 뭘 하다가? 동성애를 하다가 에이즈에 걸렸다. 그래서 44살에 저렇게 좀비처럼 됐는데 눈이 멀어 버렸거든. 나도 43살이 넘었어. 여러분 이렇게 건강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 아님 저렇게 좀비가 돼서 눈이 멀고 싶어? 그렇지. 생각해 봐. 동성애를 하면 저렇게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동성애 하면 돼, 안 돼?
토드라는 저 잘생긴 남성은 모델이었어요. 그런데 동성애를 하다가 에이즈에 걸려서 저렇게 24살에 죽어 버렸다. 여러분 24살에 죽고 싶은 친구 있으면 손 한 번 들어 봐. 없어. 그런데 만약에 여러분이 나중에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 어떤 친구가 와서 동성애를 하자고 막 유혹을 한단 말이야. 그때 그 친구 손을 꽉 잡고 '예수님 이름으로 악한 마귀는 떠나갈지어다. 동성애 마귀는 떠나갈지어다' 이렇게 해야 해. 걔 속에 있는 동성애 마귀를 쫓아 줘야 해. 그런데 만약 유혹할 때 '아 나도 한번 해 볼까?' 이러고 유혹에 넘어가면 여러분 모습은 24살에 이렇게 되는 거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표적인 반동성애 운동가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이 올해 8월,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 초빙을 받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교육한 내용 중 일부다. 염 원장은 동성애에 대해 왜곡되고 편향적인 정보와 함께 동성애 혐오 발언을 늘어놓았다. 반동성애 진영에서 활동해 온 사람이 하는 성교육은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각각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반동성애 운동가들은 이런 것이 '성경적 성교육'이라고 주장한다. 반동성애 운동의 연장선에서, 인권 단체가 가르치는 성교육이 아닌 성경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의 전면에 '젠더 이데올로기', '성 주류화' 반대를 내세우고, 생물학적 남녀는 다를 수밖에 없으며 각자 성별에 맞는 특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젠더' 교육이 나라와 가정, 교회를 삼키는 거대한 쓰나미가 될 것이라는 내용도 강연의 요지다.
이들은 교회 밖에서도 활동한다. 최근 국회 등 여러 공론장에서 성교육 관련 세미나가 수차례 열렸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후원하고 반동성애 활동에 앞장섰던 단체들, 혹은 그에 영향받아 새롭게 생겨난 '학부모' 단체들, 성경적 성교육을 주장하는 단체들이 공동 주최하는 모양새였다.

시대 역행한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 |
공적 영역의 성교육에 반동성애 진영 입김이 작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경이다. 교육부는 2015년 3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했다. 표준안에는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남성의 성욕은 여성에 비해 매우 강하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단정한 치마를 입은 모습을 여성의 바른 옷차림으로 제시되는 등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을 바꾸겠다며 2016년 7월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는 성교육 전문가 대신 반동성애 진영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이 토론자로 이름을 올렸다. 홈페이지에 "동성애를 포함한 세속화되고 왜곡된 성 인식 및 성 문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단체"라고 소개하고 있는 '한국성과학연구협회'(민성길 회장) 회원들이었다. 표준안을 바꾸겠다던 교육부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해를 넘겼다.
2017년 초, 학계와 여성·인권 단체들은 교육부가 국제 기준에 맞는 성교육 표준안을 새로 작성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회 인식 때문에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률이 높고, 학교에서도 성별을 기반으로 한 혐오 표현이 증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청소년이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동성애 진영은 역으로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을 지지했다. 이들은 2017년 10월, 세종특별시 교육부 앞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존 표준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전개해 결과를 교육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성교육 표준안을 둘러싸고 교계 반동성애 진영과 여성·인권 단체들이 맞서는 형국으로 전개됐다.
반동성애 단체 중 하나인 한국가족보건협회(김지연 대표) 정책팀은 2017년 6월, 아예 성교육 표준안 내용을 수정한 안까지 제시했다. 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이성 친구와의 관계' 부분 삭제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남성 간 성관계가 에이즈 주된 감염 경로임을 설명하는 내용 추가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반동성애 운동가들이 국회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한애국당 홍문종 의원과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은 10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학교 교육에 침투한 젠더 전체주의'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는 염안섭 원장과 김지연 대표, 한효관 대표(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등이 참석했다.
얼마 전에는 반동성애 운동가들과 자유한국당 여성 의원들이 올바른 여성 인권 운동을 재정립하겠다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김순례·송희경·전희경 의원과 몇몇 단체는 '바른인권여성연합' 창립 기념 포럼을 12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지연 대표, 성평등 성교육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최경화 소장(다음세대교육연구소) 등이 참석했다.

반동성애 운동가에게 교육받은 |
반동성애 진영은 청소년성문화센터 강사들 강의를 믿지 못하겠다며 직접 성교육 강사 양성에 나섰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는 2016년 2월 '성교육 강사를 위한 집중 강좌'를 개설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7시까지 하루 종일 진행된 강의에는, 대표적인 반동성애 운동가 민성길 교수(연세대 명예), 길원평 교수(부산대), 이태희 목사(그안에진리교회) 등이 강사로 나섰다.
한국가족보건협회도 올해 9월 △동성애가 위험한 이유 △청소년 과도한 피임 교육의 문제점 △이성 교제의 성경적 가이드라인 △혼전 순결과 건강한 가족 형성 등을 주제로 '성경적 성교육 강사 교육' 10주 과정을 개설했다. 이 강의는 주로 교회에서 개신교인들을 상대로 진행됐다. 10주 교육을 수료하면 협회에서 자격증을 발급한다. 협회 이름에 기독교 혹은 이를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강사 자격증만 보면 어떤 내용으로 교육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한국가족보건협회 김지연 대표는 주로 교회에서 성평등 성교육을 비판하는 강의를 해 왔다. 김 대표는 올해 5월에도 제자광성교회(박한수 목사)에서 '가정을 파괴하는 글로벌 성 혁명의 양상과 그리스도인의 자세'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그는 덴마크·벨기에·캐나다 등지에서는 성을 노골적으로 교육하는데, 이것이 청소년을 성애화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덴마크에서 나온 책을 보여 주며 아이들이 몰라도 되는 내용까지 사실적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보며 비슷한 것을 상상하게 되고 결국 성애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나라들이 동성 결혼까지 허락했다고 했다.
김지연 대표는 한국에서도 이런 성교육을 한다며 자녀들이 듣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동두천에서 이분법적 성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다양성을 교육하겠다고 해서 학부모들이 항의해 철회시킨 적 있다. 젠더 교육은 성소수자를 인정하자는 교육이다. '우리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섰던 이들이 주장해 온 내용들이 '성교육'이라는 이름을 달고 현장에 나온다. 이 아무개 씨는 올해 11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주최한 학부모 대상 성교육에 참석한 후기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와 <오마이뉴스>에 올렸다.
그는 "강사가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만 있는 거다', '남녀가 사랑으로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기에 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성애는 에이즈를 유발한다'는 말하기도 민망한 동성애 혐오 발언을 늘어놓았다. (중략) '자위는 더럽다'는 말까지 듣고는 머리가 멍해졌다. 100년 전 성교육 현장에 앉아 있는 건가 혼란스러웠다"며 "웬 뜬금없는 차별금지법 반대, 낙태죄 폐지 반대, 혼전 순결 강조인지 화가 날 지경이었다"고 썼다.
이 씨는 "스마트폰의 발달로 아주 어린 나이부터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 게임, 만화, 포르노 등 자극적인 콘텐츠의 접근이 쉬운 시대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숙한 영유아도 성인들의 성폭력을 모방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은 적절한 규제나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아이에게 건강한 성 인식을 심어 주는 것에 한계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 도움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썼다.
"성관계에만 집착하는 성교육, |
이처럼 반동성애 진영의 성교육은 성소수자 혐오를 선동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2018년 발간한 <섹슈얼리티 교육에 대한 국제 기술적 가이드>에서, 성관계 및 성적 지향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는 '포괄적 성교육'이 오히려 청소년의 첫 성 경험 연령을 지연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명시했다.
포괄적 성교육은 젠더 평등을 가르치고, 젠더에 기반한 폭력 현실을 일깨우며, 스스로 안전을 지킬 방법을 알려 준다. 아동·청소년이 성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임신과 피임에 대한 객관적 지식, HIV 감염 포함한 성병에 대해 이해하고 예방 및 치료할 방법 등을 설명한다. 지금 전국에 있는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하는 교육과 같다.
반동성애 진영의 성교육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국제적으로 합의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내용이다. 이들의 강연은 아동·청소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규제 없는 채팅 앱 때문에 언제든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 혐오 발언이 왜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쓰는 청소년, 성폭력·성매매·성관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청소년, 동성애는 질병이며 비정상적이라는 말을 듣고 삶의 문턱을 넘나드는 성소수자 청소년에게 이들의 강연은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도 이들의 성교육이 '성관계'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12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성관계에만 집착해 이야기하는 게 더 이상하다. 성교육이라는 건 섹스·젠더·섹슈얼리티는 물론 사람과 관계 등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큰 흐름을 가르치는 것이다. 본인들이 어렸을 때 성교육 하나도 받지 않고 자랐다고 해서, 지금 변화하는 사회에 사는 아이들마저도 아무것도 안 가르치고 이야기하지 못하게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