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곁에 있어야 하며 어느 시대에나 인권 옹호자로서 그 사명을 충실히 감당해 나가야 한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박승렬 소장)가 2019년 인권 선언문을 발표했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더 나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센터는 12월 5일 인권 선언문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웃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것은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교회가 앞장서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을 향해 혐오를 선동하고 폭언을 일삼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혐오와 배제에 앞장서는 극우 개신교를 비판하기도 했다. 인권센터는 "극우 개신교는 가짜 뉴스의 발원지로서 거짓 믿음을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한국교회를 차별과 혐오의 주범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욕되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인권 선언문 전문.

2019 한국교회 인권 선언문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마 25:40)."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사람이 존중받으며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스도께서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으로 현존하신다"(마 25:40)는 성서의 가르침은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이라는 신앙고백으로 이어지며,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신다'(마 16:18)고 하셨습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서 있을 곳이 어디인지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곁에 있어야 하며 어느 시대에나 인권 옹호자로서의 그 사명을 충실히 감당해 나가야 합니다.

2019년 현재, 한국교회는 신앙 공동체로서 책임감을 상실하고 복음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극우 개신교는 가짜 뉴스의 발원지로서 거짓 믿음을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하며, 한국교회를 차별과 혐오의 주범으로 각인시키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욕되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민주화 운동과 에큐메니컬 운동의 자랑스런 전통을 기억하고 한국 사회 모든 구성원의 존엄성과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뤄지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천명합니다.

1. 모든 사람의 존엄과 권리를 위해 기도합시다.

한국교회는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인권은 "누구나 인간이기에 존엄하다"는 보편성 위에 서 있습니다. 보편성은 "모두가 동일하다"는 획일성이 아니라 "나와 다름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다양성에 기초합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해소해 나가기 위해 한국교회는 이제 '더 나은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2. 사상과 양심의자유 보장과 양심수 석방을 위해 기도합시다.

사상과 양심의자유는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인간의 기본 권리입니다. 개인의 양심에 따른 신념이 다른 이유로 감옥에 가두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입니다. 인권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는 갇혀 있는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고 이들의 기본권을 회복시켜 주어야 합니다. 또한 시민들을 끊임없이 불법으로 감시하고 공작을 멈추지 않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개혁은 더욱 과감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오랫동안 반인권적 행태로 한반도 평화를 짓밟아 온 구시대의 악법, 국가보안법은 즉각 폐지되어야 합니다.

3.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기도합시다.

차별과 혐오는 사라져야 합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난민, 이주민, 아동, 노인 등 차별과 혐오의 대상은 점점 확대되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웃을 차별하거나 억압하는 것은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교회가 앞장서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며, 신앙인이기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특별히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을 향해 혐오를 선동하고 폭언을 일삼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차별과 혐오를 중단하고 소외된 이웃의 인권을 보호하며 회복하는 일에 깊은 책임감과 사명을 가지고, 충실히 일해 나갈 것을 촉구합니다. 모두를 위한 법,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4.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기도합시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보장을 위해 기도합시다.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이 시대의 핵심 과제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현재 1일 기준 2.47명이 산업재해로 죽임당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산업재해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생명이 위협당하는 나라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모든 노동자의 존엄과 인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장시간 노동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지위 또한 속히 회복되어야 하며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원 즉각 복직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님의 죽음을 기억합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차별받지 않도록 죽음의 외주화와 불법적 하청 관행은 지금 당장 사라져야 합니다.

5. 인권을 존중하는 정부가 되기를 기도합시다.

국가는 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은 모든 사람이 존중받으며 평등하게 살아가는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인권 현안 대처와 정책은 매우 미약하며 우려스러운 상황에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가 인권을 옹호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장애인, 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과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에 앞서 나설 것을 요청합니다. 이들은 매일 같이 혐오 세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가 새로운 길을 걷기를 바랍니다. 사회적 약자의 존엄과 인권 보장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일하는 정부가 되기를 기도합시다.

우리는 인간 존엄과 인권의 가치가 회복되는 사회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1.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은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합니다.

2. 모든 양심수는 석방되어야 하며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3. 최소한의 인권기본법,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야 합니다.

4.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5. 모든 교회와 신앙인들은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 억압당하며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 인권 옹호자로서 주어진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 실현을 위해 한길을 걸어 온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모든 생명의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존중하며 살아가기를 고백하는 한국교회 그리고 모든 신앙인들과 함께 계속해서 거룩한 기도의 행진을 이어 갈 것입니다.

2019년 12월 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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