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연세요양병원 염안섭 원장이 "총신대 안에 게이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신대원생 A를 동성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법원은 염 원장 주장이 A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영상 일부를 삭제하라고 결정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수동연세요양병원 염안섭 원장이 "총신대 안에 게이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신대원생 A를 동성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법원은 염 원장 주장이 A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영상 일부를 삭제하라고 결정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 안에 '게이 전도사'가 있으며 그가 동성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해 온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이 법원의 제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1부는 5월 7일, 염 원장이 반동성애 유튜브 채널 '레인보우리턴즈'에서 방송한 콘텐츠 중 7개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삭제하라고 명했다.

염안섭 원장은 2월 18일 '[레인보우 긴급 공지] 내 자식 동성애자 만드는 총신 게이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염 원장은 여기서 총신대 신대원에 재학 중인 A 전도사를 동성애자로 지목했다. 그가 중학생이었던 교회 제자 B에게 동성 구애를 했다고도 말했다. 염 원장은 A의 이름과 사진, 소속 교회를 전부 실명으로 공개했다.

염 원장이 A와 B에게 직접 사실을 확인한 것도 아니었다. 그가 '증거'로 삼은 것은 A가 B에게 보냈다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었다. A가 B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A를 동성애자로 몰았다. 염 원장은 B가 A에게 성추행도 당했으며, 아직 학생인 B가 A 때문에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고, 동성애 및 성적 대상화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도 했다.

첫 영상이 게재된 후 A를 아는 학교·교회 관계자들이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항의했지만, 염 원장은 계속해서 관련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오히려 점점 수위를 높였다. A가 소아성애 기질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총신대 재학생 중 A와 파트너 관계인 또 다른 게이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염 원장은 자신을 "동성애 최고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런 주장이 합리적 추론이라고 말했다.

염안섭 원장은 A 이야기를, 강의 중 성희롱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이상원 교수와 엮었다. 이 교수가 징계받은 이유가 총신대 내 동성애자들 때문이라는 음모론을 내세웠다. 염 원장은 첫 영상에서 "사건 처음부터 직관적으로 동성애자들, 특별히 총신 게이들이 벌인 나쁜 조작극이라는 의구심이 충만했다. 이 단서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총신에 동성애 전도사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총신은 부정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오늘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자식 교회 보냈다가 총신 게이 전도사에게 잘못 걸려서 동성애자 되는 걸 막아야겠다는 목적의식과, 총신대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게이 신학생들의 악한 궤계에 하나님의 종이자 선지자 목소리를 내는 이상원이라는 의인이 희생당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영상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상원 교수를 지원사격하고자 A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그가 게이이고 제자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이다.

A 전도사, 염안섭 민·형사 고소
피해 입었다는 B도 염안섭 고소
"A에게 피해 입은 적 없어
사적 목적 달성 위해 이용 말라"
염안섭 원장은 '내 자식 동성애자 만드는 총신 게이들'이라는 영상을 시리즈로 올렸다. 염 원장은 이상원 교수가 강의 중 성희롱 사건에 휘말린 것이 '총신 게이들' 소행이라고 추측했다. 유튜브 갈무리
염안섭 원장은 '내 자식 동성애자 만드는 총신 게이들'이라는 영상을 시리즈로 올렸다. 염 원장은 이상원 교수가 강의 중 성희롱 사건에 휘말린 것이 '총신 게이들' 소행이라고 추측했다. 유튜브 갈무리

염안섭 원장 주장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면서 A는 큰 피해를 봤다. 사실이 아니라고 항의해도 염 원장이 영상을 내리지 않자, A는 2월 28일 영상 중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신상을 유포하지 말라는 취지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정보 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장도 제출했다.

<뉴스앤조이>는 A 전도사 법률 대리인들과 만나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염안섭 원장 주장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A가 B를 제자로서 아낀 것은 사실이지만 동성애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한 것이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채팅 내용 전체를 봤을 때 성폭력은 더더욱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염 원장이 이런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지 않은 채 일부 메시지만 보고 '동성애 구애' 또는 '동성 성폭력'이라고 단정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이렇다. A는 인천 ㄱ교회에서 지난해까지 사역한 후 올해 초 서울 ㄴ교회로 사역지를 옮겼다. ㄱ교회에는 A 후임으로 C 강도사가 부임했다. <펜앤드마이크>에 따르면, C는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동반연)이 주관한 'NAP·차별금지법 반대 혈서 투쟁'에 참가한 48명 중 한 사람으로 반동성애 운동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그는 B와 상담하는 도중 A와 B의 채팅 내용을 알게 됐고, 이를 염안섭 원장에게 넘겼다. B는 대화자들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염 원장은 B만 모자이크 처리하고 A의 실명을 공개했다.

염안섭 원장은 마치 B에게 직접 들은 것처럼 그를 피해자로 단정했는데, 실제로는 영상을 올리기 전 그와 연락해 보지도 않았다. B와 그의 부모는 영상을 본 후 염 원장에게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B와 그의 부모는 염 원장에게 "(B는) A로부터 성범죄 등 성적 측면에 있어서 어떠한 피해도 당한 사실이 없고 성 정체성을 고민한 적도 단 한 번도 없으니,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일체의 허위 사실 유포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는 취지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B가 피해를 호소했다는 염 원장의 주장과는 정반대다.

B와 그의 부모는 염 원장이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계속 유포하고 있다고 봤다. 이들은 염 원장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귀하의 지인인 총신대 이상원 교수 징계를 막는다는 정치적 목적 또는 귀하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을 통한 광고 및 후원금 수익 등의 경제적 목적 등 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B를 동성 간 성 추문 당사자로 지목해 미성년자인 B에게 심대한 정신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만일 허위 사실을 계속 유포하는 등 가해행위를 지속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결국 B는 염 원장과 C 강도사, 반동성애 유튜버 D를 허위 사실 유포,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C는 염 원장과 긴밀하게 연락하는 한편, 유튜버 D의 채널에 출연해 이 사건에 대해 적극 진술했다. 또 자기 입장에서 기록한 사건 일지를 '사실 확인서' 형식으로 작성해 염 원장 가처분 사건 재판부에 제출했다. B는 C에 대해 목회 면담 중 취득한 타인의 비밀을 무단으로 공개했다며 업무상 비밀 누설 혐의도 추가했다.

법원 "A 인격권 침해하는 행위"
염안섭 "내 주장 문제없어
일부 내용 삭제하고 다시 올릴 것"
재판부는 염 원장 영상 내용 일부가 A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삭제를 명했다. 또한 염 원장은 피해자라는 B를 직접 만나 본 적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관해 염 원장은 <뉴스앤조이>에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어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전문가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재판부는 염 원장 영상 내용 일부가 A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삭제를 명했다. 또한 염 원장은 피해자라는 B를 직접 만나 본 적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관해 염 원장은 <뉴스앤조이>에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어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전문가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법원은 이런 사실을 종합해 A가 염안섭 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염 원장 주장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염 원장 행위가 A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콘텐츠 일부를 삭제하고, A가 재학 중인 총신대와 그가 사역했던 교회들에 그의 신상을 유포하거나 그가 동성애자 혹은 '총신 게이'와 관련 있으며 미성년자를 상대로 소아성애 또는 그루밍 성폭력을 범했다는 내용 등을 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현재 염안섭 원장은 영상 일부를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하지만 염 원장은 5월 2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A가 동성애자이며 제자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B가 내용증명까지 보내 자신은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염 원장은 B가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식으로 답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문제가 없다면서, 법원에서 삭제를 명한 부분을 반영해 동영상을 다시 업로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법적으로 오래갈 것을 각오하고 있다. 3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회 내 동성 성폭력이 추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속되는 염안섭 원장의 의혹 제기로 A와 B뿐 아니라 총신대학교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김종준 총회장), 그리고 A가 시무한 교회들도 극렬 반동성애 세력의 항의 폭탄에 시달렸다. 다음 기사에서는 염 원장이 재판 과정에서 보여 준 납득할 수 없는 행태와, 염 원장 주장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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