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에는 공인된 '성교육 교과서'가 없다. 대신 교육부가 각 교육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성교육 표준안'이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 2015년 발표한 성교육 표준안은, 성별 이분법에 따른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등 시대를 역행하는 내용이 다수 수록돼 인권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공인된 성교육 교과서도 없고 교육부 표준안도 마땅치 않으니 일선에서는 국제 기준을 참고하기도 한다. 유네스코(UNESCO)가 제시하는 성교육 가이드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 Education)이다. 포괄적 성교육은 성에 대한 솔직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힘을 기르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가족보건협회(김지연 대표), 카도쉬아카데미(공동대표 이재욱·최경화) 등 반동성애 성향 단체들이 포괄적 성교육을 문제 삼고 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성교육을 시작해 아이들이 일찍부터 성에 눈을 떠 오히려 집착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청소년에게 피임법을 가르치는 것도 성관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순결과 금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성교육이다.

이들은 대안으로 일명 '성경적 성교육'을 내세우며 교회를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는 중이다. 성교육 강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 역할도 한다. 한국가족보건협회는 성교육 전문 강사 양성 과정 '에이랩'(ALAF·Awesome Life Awesome Family)을 운영하며 전국에서 이미 수많은 강사를 배출했다. 카도쉬아카데미 역시 교인을 대상으로 성교육 전문 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성교육은 대형 교회들로부터 전폭적으로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한국가족보건협회 김지연 대표는 얼마 전 성경적 성교육 전문 서적 <너는 내 것이라>(두란노)를 펴냈다. 책에는 오정현(사랑의교회)·오정호(새로남교회)·이찬수(분당우리교회)·박성규(부전교회)·권성수(대구동신교회)·박한수(제자광성교회) 등 대형 교회 목사들이 쓴 추천사가 줄줄이 실렸다. 현재 각 서점 종교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명성만큼 내용이 알차지는 않다. '성경적 성교육'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구시대적 행위 통제식 성교육과 크게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이다. 음란물을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컴퓨터는 가족이 함께 쓰고, '성경적인 옷차림'이라며 남자와 여자의 옷차림을 구분하는 식이다.

심에스더(왼쪽) 씨는 성교육 강사로, 박소현 씨는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심에스더(왼쪽) 씨는 성교육 강사로, 박소현 씨는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는 현재 아이를 키우며 사회생활하는 '기독교인 엄마'들과 함께 이 '성경적 성교육'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성교육 방향을 놓고 이야기 나눴다. 인터뷰에 응한 심에스더 씨는 성교육 안내서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오마이북) 공저자로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운다. 프리랜서 편집자 박소현 씨는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아토포스) 공저자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다.

두 사람은 기독교인이자 엄마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성경적 성교육'이 다시 교계에 퍼져 나가는 현상을 보며 과거 자신들이 받던 성교육과 다를 게 없다고 한탄했다. 좌담은 5월 27일 서울시 중구 희년평화빌딩에서 진행했다.

인권 때문에 세상 망한다?
공포심 조장하는 마케팅
맥락 없는 성경 인용은 그만!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운동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성경적 성 가치관을 엎어 버리고, 기독교적 구조와 질서, 윤리를 무너뜨리며 신권을 짓밟은 허황된 인권 만능주의의 절벽을 향해 돌격하고 있다. 동성애, 성별 교체, 간통, 성매매는 죄가 아니며 오로지 개인의 성적 결정권이라고 항변한다. 또 이러한 반성경적 악행을 누구나 거리낌 없이 얼마든지 할 수 있도록 보장받기 위해 법과 제도까지 뜯어고치는 위험한 행위를 하고 있다." (<너는 내 것이라>, 43쪽)

김지연 대표는 '엎어 버리다', '무너뜨리다', '짓밟은', '절벽', '돌격' 같은 단어를 쓰며 마치 곧 세상이 망할 것처럼 전제하고 주장을 펼친다. 세상은 타락해서 마지막 때를 향해 달려가는데, 이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 성경적 가치로 무장한 성교육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전제 자체가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박소현 / 이런 워딩을 보면 이분들이 사람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용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영적으로 기독교가 공격받고 있다는 다급한 상황을 극적으로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황당하고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해서 청중이 놀라게 만드는 어휘·표현을 선택했다. 사람의 공포심과 불안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성공한다. 이 부분이 핵심인 것 같다. '당신의 아이가 위험하다.' 듣는 사람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프레임이다. 성경적 성교육을 주장하는 이들은 모두 사람의 두려움을 증폭한다.

심에스더 / 공포심을 조장하는 방식은 이런 성교육이 사용하는 주요 방법론인 것 같다. 나는 성교육할 때 내 말 한마디의 영향력을 고려해 최대한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듣는 사람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려 애쓰는데, 이들은 그렇지 않다. 확신과 공포를 유발하며 필요한 경우 맥락 없이 성경 구절만 따 와서 사람들을 윽박지른다.

박소현 / 성경을 인용하는 방식도 폭력적이다. 어떤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고 한 구절만 증거 본문으로 사용한다.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성경 말씀을 인용하면 어떤 교인이 거부할 수 있겠나.

심에스더 / '성경적 성교육' 강사들은 포괄적 성교육이 인본주의적 가치관에 근거한 것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 우리 의지로 살아가면서 서로 사랑하고 하나님과도 인격적 관계를 맺기 원하신다. 아이를 키워 보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아이가 행동하는 것보다, 때로는 정해 놓은 기준을 깬다고 하더라도 '엄마 이거 하면 안 돼요?'라고 물을 때 더 기쁘더라. 나를 두려워만 하는 게 아니라 소통이 가능한 존재로 여기고 새로운 걸 시도한다는 뜻이니까.

하나님도 우리에게 그런 관계를 원하신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인권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신권을 말하는데, 그들이 강조하는 신권은 우리를 앵무새 같은 존재로 만든다. 성에 대해 부끄럽지 않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교육이 아닌, 성 이야기만 나오면 아무 말 못 하고, 쉬쉬하게 하는 교육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성교육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옷차림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 '죄와 죄인은 구분해야 한다'는 등 필요한 이야기도 있다. 문제는 이런 당연한 주장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주장을 교묘하게 섞는다는 점이다. 옳은 말과 비약적인 말이 섞여 있으면 듣는 이들은 그 모든 말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심에스더 씨는 '성경적 성교육' 강사들이 주장하는 신권이 오히려 사람을 더 앵무새 같은 존재로 만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심에스더 씨는 '성경적 성교육' 강사들이 주장하는 신권이 오히려 사람을 더 앵무새 같은 존재로 만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생물학적 진리를
성애화한 시각으로 설명
"알몸을 부끄러워하는 게
이미 어른의 생각이 반영된 것"

"2차 성징에 대해서 보여 주면서 몸을 다 벗겨 놓고 저렇게 그림을 그려 놨죠. (옷을 다 입은 그림을 보여 주며) 이렇게만 해도 아이들이 다 알아볼 수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표현해도 아이들이 충분히 2차 성징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음에도 저와 같은 일러스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초등학교 YBM 교과서인데요. 이런 그림(남성 성기와 여성 성기가 결합한 모습의 단면)을 아이들에게 공개하고요. (중략) 특히 이런 교육들이 교육 현장에도 많이 침투했다는 것입니다." (카도쉬아카데미 성경적 성교육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성경적 성교육'을 주장하는 이들은 현행 교과서를 타깃으로 삼는다. 기독교인 학부모들이 주로 참여하는 생명인권학부모연합은 지난해 1월, 가정·윤리·보건·기술·도덕 교과서 81종을 분석해 성적 자기 결정권, 피임법 등을 교육하는 내용을 개정·삭제하는 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생식기 모양을 자세히 가르쳐 줄 필요가 없는데도 이를 가르쳐 아이들을 성에 매몰되게 만든다고 했다. 중학생에게 피임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일 또한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소현 / 벗은 몸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류 모두가 생물학적·과학적 진리로 같은 과정을 겪어 태어났다. 모든 인류는 성관계를 통해 임신하고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이 나중에 또 성관계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이라면 겪는 당연한 과정인데, 이를 쉬쉬하는 모습 자체가 성을 음지에 두고 쾌락적인 것만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시각이 오히려 아이들을 성애화한다. 생물학적 진리 전달과 성은 야하고 자극적이라는 개념이 혼재돼 있다. 이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이 진리를 어떤 방식으로 알려 주어야 성경적일까. 아이는 자라면서 반드시 이것과 관련한 질문을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주제만 쏙 빼고 '나중에 어른 되면 알게 될 것'이라 넘어가는 건 무책임하다. 사회는 이미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상품화한다. 사회가 만든 성별 편견에 덜 노출됐을 때 알려 줘야 오히려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성경적 성교육 진영은 반낙태 운동에도 앞장선다. 이들은 청소년에게 피임법을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경적 성교육 진영은 반낙태 운동에도 앞장선다. 이들은 청소년에게 피임법을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심에스더 / 어린아이일수록 편견에서 자유롭다. 알몸을 보여 주는 게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어른이 성애화라는 필터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신이 교과서에 나오는 알몸을 성애화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가르쳐 줘서 조기 성애화하는 게 아니라, 쉬쉬하고 알려 주지 않기 때문에 조기 성애화하는 것이다.

2차 성징 때 몸이 변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 교과서에 나오는 알몸을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보면 아이들도 똑같이 대한다. 성인이 그렇게 대할 자신이 없으니까 '보여 주지 말라', '가르치지 말라'고 한다. 이는 게으른 것이다.

이미 사회에는 왜곡된 성이 차고 넘친다. 성을 쉬쉬하니 너무 많은 부작용이 생겼다. 상상하지 못했던 범죄가 터지고 있지 않나. 그러니 쉬쉬하지 말고 건강하게 받아들여 이 상황을 해결해 보자는 말이다. 포괄적 성교육 강사가 청소년들에게 문란하게 살아도 된다고 교육하는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성을 건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정직하게 논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성경적 성교육'이라며 다시 쉬쉬하자고 한다.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다.

박소현 / 역사적으로 이렇게 양지에서, 건강한 방법으로 성에 대한 논의를 자연스럽게 시도한 적이 없다. 언제나 수면 아래서 이야기됐고, 성교육도 최대한 가려 가며 했다. 성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해 본 적 없으니 지금이 혼란하고 도전적인 시대인 건 맞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이런 성교육은 없었으니까. 성은 잘 몰라도 되는 것, 나중에 결혼식 전날 알게 되는 것이었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학부모는, 지금 학교에서 진행되는 성교육이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성을 경제·정치·과학 배우는 것처럼 교육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어릴 때 밤에 아이를 재우면서 신체 각 부분 명칭을 알려 주면서 동시에 칭찬을 해 주는 놀이를 했다. 머리부터 시작해 발끝까지 가는 거다. "우리 OO,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손도 예쁘다"고 하다가 배꼽 부위에서 '고추'를 언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0.01초 멈칫한다. 근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성인의 편견이다. 자연스럽게 "배꼽도 예쁘고, 고추도 예쁘고, 무릎도 예쁘고" 하면서 넘어가면 아이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성기는 뭔가 조용히, 눈치 보면서 말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몸의 다양한 기관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다른 모든 분야는 미리 아는 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왜 성만 모르는 게 약인 것처럼 대하는지 모르겠다. 좋은 경제 교육을 시키는 것과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건 다르다. 둘을 분리해야 한다. 성도 마찬가지다. 성을 제대로 알려 주고 건전하게 교육하자는 것이지, 아이에게 무작정 성적인 콘텐츠를 보여 주자는 말이 아니다. 마치 돈을 너무 밝히게 될까 봐 경제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너는 내 것이라> '성경적인 옷차림을 하라' 부분에 실린 가이드라인. 여성의 '하의 실종 패션'에 대해 남성에게 물어보는 내용이 실려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너는 내 것이라> '성경적인 옷차림을 하라' 부분에 실린 가이드라인. 여성의 '하의 실종 패션'에 대해 남성에게 물어보는 내용이 실려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경적' 주장하며 '본질' 외치지만
강사 편견과 고정관념 반영한 성교육

"미성년자인 자녀가 부모의 허락 없이 인터넷 유료 사이트에 가입하지 않도록 하라. 가족이 컴퓨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거실 같은 곳에 설치하라. 밤늦은 시간에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하라. 모르는 사람과는 온라인에서도 대화하지 않도록 지도하라." (<너는 내 것이라> 188쪽)

결국, 이들이 말하는 '성경적 성교육'은 절제와 금욕으로 귀결된다. 초등학생이 숙제하다가 잘못된 내용을 검색할 수 있으니 오프라인 검색을 권장하고, 게임할 때 선정적 광고가 나오기 때문에 게임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식이다. 또 청소년기에는 충동적으로 성을 받아들일 수 있기에 아예 이성 교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상에 대한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 행동을 제약하는 방식이다.

심에스더 / 나는 보통 성교육 강의를 할 때 성의 부정적인 모습을 부각해 금욕·절제를 말하기보다, 성의 일상성과 평범성을 기초로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이를 이해한 아이들이 더 인격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책임감 있게 생활하면서 관계를 맺어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한다.

지난해 한 기독교 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교육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그 단체 회원이 아닌 사람이 공격적인 태도로 내게 질문했다. 왜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고 아이들에게 금욕과 절제를 가르치지 않느냐고. 내가 인상 깊었던 건 회원들 반응이었다. '우리도 기독교인인데 절대 저 사람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 성교육이 아이들에게 와닿기는커녕 실질적이지도 않고, 하나님과 더 멀어지게 하는 것 같아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강사님 강의가 아이들을 왜곡된 성에서 자유로워지게 하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이미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기독교인이 많다. '성경적 성교육'을 주장하는 이들은 성교육 앞에 '성경적'이라는 단어를 붙여 자신들의 주장만이 기독교 진리, 성경의 본질적 가치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들이 '이것이 성경의 본질적 가치를 담은 성교육'이라고 할 때, 우리는 '무엇이 성경의 본질적 가치이며 진리인가' 다시 물어야 한다. 본질·가치·진리라는 단어가 지닌 힘을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덮어씌워 아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박소현 / 명확하게 무엇과 무엇을 금하라는 태도는 근본주의 시각을 지닌 사람들의 단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여지를 남겨 두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풍성하고 다양한 생태계 자체를 아예 없애 버려서 단조롭게 엄숙한 분위기만 남게 한다.

'성경적'이라는 주장이 갖는 한계도 명확하다. 성경에서는 순결을 강조하는데, 그러면 성폭행 피해자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보면 피해자는 순결을 잃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성경적 성교육' 강사라는 분들은 성폭행 피해자를 그렇게 정의하나. '성경적'이라는 단어에 갇힐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꼼꼼하게 진단하고 한계를 인정하면서 그런 용어를 쓰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타자를 환대하고 배척하지 않는 게 성경의 정신인데, '거룩'이라는 이름으로 자꾸 선을 긋고 배척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박소현 씨는 정해진 답만 옳다고 하는 성교육이 아니라 생각할 여지를 주는 성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박소현 씨는 정해진 답만 옳다고 하는 성교육이 아니라 생각할 여지를 주는 성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심에스더 / 그동안 사회에서 성을 금기하고 쉬쉬하면서 많은 부작용이 생겼다. 이 방법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수많은 성범죄를 양산하기도 했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양육자가 자녀의 고민과 필요가 무엇인지 알려면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귀담아들어야 한다. 질문에 너무 쉽게 답하거나 답을 단정하려 하지 말고, 충분히 생각한 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향으로 성교육하면 좋겠다.

박소현 / '성경적 성교육'이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전제가 명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미 위기가 닥쳐 왔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불안감을 증폭할 수 있는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막연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은 오히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의문을 제기할 여지를 없애는 교육은 위험한 교육이다.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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