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안섭 원장은 A에게 '사과문'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총신대 성소수자 동아리 '깡총깡총' 명단을 파악해 자신에게 제출하라고 했다. A 법률 대리인들은 염 원장 요구가 터무니없다며 일축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염안섭 원장은 A에게 '사과문'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총신대 성소수자 동아리 '깡총깡총' 명단을 파악해 자신에게 제출하라고 했다. A 법률 대리인들은 염 원장 요구가 터무니없다며 일축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동성애자가 교회 제자에게 동성 성폭력을 가했다는 영상을 올려 일명 '총신 게이' 사건을 불러일으킨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 염 원장은 총신대 내 게이들의 조작극으로 이상원 교수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며 음모론을 퍼뜨렸다. 그는 A가 소속한 총신대와 교회들이 동조하지 않자, 학교와 교회가 동성애자를 비호한다며 싸잡아 비난했다.

안팍법률사무소(AHNPARK&PARTNERS) 안주영·박민규 대표변호사는 A의 법률 대리인을 맡아 염 원장 주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염 원장이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동성애 반대'라는 목적보다는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월 27일 서울 서초동 안팍법률사무소 사무실에서 만난 두 변호사는 "염안섭이 A에게 보낸 요구 사항을 보고 이 사람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변호사에 따르면, A가 민·형사 소송을 시작하자 염안섭 원장은 돌연 연락을 취해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비상식적인 조건을 제시해 왔다. 염 원장은 A측에 1차로 보낸 내용증명에서 △하나님 앞에 철저히 회개하라 △한국교회를 향한 진심 어린 사과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내라 △총신대 동성애 동아리 '깡총깡총' 구성원 명단과 연락처,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 만일 명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깡총깡총과 접촉한 후 대화를 녹음해 제출하라고 했다.

특히 세 번째 요구와 관련해 염안섭 원장은 "나는 총신대 동아리 구성원을 파악해 이들을 기독교 안에서 근절하기 위한 구상 중"이라며, 지금 시점에 A가 깡총깡총에 연락하면 만나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주영·박민규 변호사는 "위 내용증명은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퍼뜨린 것은 염안섭 원장 본인인데, 그는 사과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외려 A가 사과 영상을 보내오면 이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일주일 게시한 후 이전에 올렸던 영상은 지우겠다고 했다. 염 원장 요구가 어처구니없다고 판단한 A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염 원장은 2차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는 "A의 행위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형사처벌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민·형사상의 모든 소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공의를 실현하기 위해 위 사항에 대해 A를 형사 고발하겠으며, 향후 A에 의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공익적 활동을 그치지 않을 것임을 통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잘못 인정은커녕 '사과' 요구
"사실 아닌데 뭘 사과하라는 건가
자기 돈벌이에 무고한 사람 이용
형사처벌, 위자료 청구 등 민·형사 병행"
A의 법률 대리인 안주영(왼쪽)·박민규(오른쪽) 변호사는 염 원장이 사익을 위해 A를 동성애 성폭력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A의 법률 대리인 안주영(왼쪽)·박민규(오른쪽) 변호사는 염 원장이 사익을 위해 A를 동성애 성폭력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안주영·박민규 변호사는 염안섭 원장의 비상식적인 요구들이 A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면서, 이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선 A가 동성애자라는 염 원장의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민규 변호사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고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염안섭이 대화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다. 대화 전체 맥락을 보면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A의 행위는 동성애나 그루밍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주영 변호사는 "3월 18일 가처분 심문이 열린 이후 염안섭 측에서 연락이 왔다. 영상을 내릴 테니 민·형사 소송을 모두 취하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사과하고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한다'고 했으나 사과는 없었다. 염 원장은 유튜브 시청자 앞에서는 성전聖戰을 치르는 것처럼 감옥에도 가겠고 순교도 각오하고 있다는 등의 방송을 찍으면서 뒤에서는 이율배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변호사는 "이 사건이 불거진 후 3만여 명에 불과하던 '레인보우리턴즈'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지금까지 약 6만 명으로 증가했다. 염 원장이 월 회비 1000원 이상 납입할 사람은 가입하라고 독려한 레인보우리턴즈 다음 카페 회원도 3500명이다. 그는 이에 더해 소송비용 명목으로 추가 금전까지 모집하는 등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며 "염안섭은 무고한 사람을 동성애자, 동성 성폭력자로 몰아가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명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염안섭도 본인 주장이 허위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을 스스로 삭제했고, 영상을 내릴 테니 민·형사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도 연락했기 때문이다. 염 원장은 자신을 동성애 전문가로 포장해, 이 문제로 관심을 끌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한 이익을 얻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 같은 행위는 절대 자력으로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규 변호사는 "염안섭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데 비해, A는 다니던 교회를 사임해야 하는 등 목회자의 길을 걷는 데 지장이 생겼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법기관이 염 원장을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울러 염안섭이 가처분 결정 이후 다른 언론·유튜브와 인터뷰하면서 우회적으로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행태도 전부 수집 중이다. 이를 토대로 위자료를 산정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재 안팍법률사무소는 이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반동성애 유튜브 운영자 D도 형사 고소했다. 이외 염 원장 주장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사용한 유튜브 채널과 언론 매체, 개인 소셜미디어 등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회와 학교에 무차별 항의 전화
총신대도 염안섭 고소
"매우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한 언행"
염안섭 "순교할 각오로 계속할 것"

피해를 본 것은 A뿐만이 아니다. A가 사역했던 인천 ㄱ교회와 서울 ㄴ교회도 반동성애 진영의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 특히 염안섭 원장은 서울 대형 교회인 ㄴ교회 담임목사와 수석부목사 이름과 사진까지 그대로 공개하며 이들을 비난했다.

염안섭 원장은 ㄴ교회를 가리켜 "굳이 ㄴ교회에 항의 전화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아쉬움이 있다. ㄴ교회는 대형 교회 중 하나인데 그간 동성애 반대 운동에서 사실상 한 게 없다. 대형 교회가 일어나서 외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 ㄴ교회가 어쩌다 이 이슈에 휘말렸지만, 이것을 하나님 음성으로 들을 필요가 있다. '이제 하나님이 우리 교회를 깨우시는구나', '우리가 일어나야겠구나'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ㄱ교회·ㄴ교회 관계자들은 염 원장을 비롯한 반동성애 세력에게 시달려 학을 뗐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반동성애 진영 교인은 이들 교회 담임목사나 관련자들까지 동성애자 아니냐는 댓글을 다는 등 싸잡아 공격했다. 교회 관계자들은 논란이 확산하고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까 우려돼 언론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총신대는 강의 중 성희롱 사건을 법과 원칙에 맞게 처리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염안섭 원장 등 일부 반동성애 진영은 '이상원 죽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배후에 '총신 내 동성애자'들이 있다고 학교 지도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결국 총신대는 염 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대는 강의 중 성희롱 사건을 법과 원칙에 맞게 처리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염안섭 원장 등 일부 반동성애 진영은 '이상원 죽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배후에 '총신 내 동성애자'들이 있다고 학교 지도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결국 총신대는 염 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염안섭 원장은 총신대도 겨냥했다. 그는 영상에서 "이상원 교수는 총신대의 유일한 의인이다. 총신대가 언제까지 정신 못 차리고 이런 전도사들은 잘라 내지 않고 품고 가면서, 반동성애 목소리 내는 이상원 교수라는 의인을 찍어 내고 그분의 살을 갈기갈기 발라내려 할 건가. 제발 이런 일을 멈춰야 한다. 총신에 수많은 동성애자가 분명히 있다. 우리가 여기에 대해 알려야 한다. 이상원 교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영상을 최대한 널리 알리는 것이다. 총신대학교에서도 이 영상을 알 수 있도록 전화를 통해서 알려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총신대 앞에서는 지금까지 집회·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음모론 제기에 항의 전화까지 쇄도하자, 결국 총신대는 4월 29일 염안섭 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사회를 비롯해 신대원·학부 총동창회, 총학생회, 신대원 원우회, 일반대학원 원우회 등 총신대 구성원이 전부 소송에 참여했다.

이들은 "본교에 재학 중인 한 신대원생이 제자와 주고받은 문자들만을 가지고 그 문자의 배경도 확인하지 않고 두 사람의 동의도 없이 심지어 그 신대원생의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하며 그를 동성애자라고 몰아갔고, 학생들의 성희롱 제보로 시작된 대책위와 징계위의 진행을 두고 마치 총신대가 무고한 사람을 징계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등, 매우 비이성적이고 적절하지 않은 언행으로 본교와 본교 학생들의 고귀한 명예를 크게 손상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또 일반 교회와 교인들을 혼란시켜 총신대 후원을 끊게 만들고, 항의 전화를 계속해 학교 행정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총신대 관계자는 5월 2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상원 교수를 살리기 위해 이렇게 한 신학생과 학교를 공격해도 되는 것인가. 염 원장은 이 교수가 무너지면 총신이 무너진다는 논리를 펴는데, 이 교수 발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나. 강의 중 꼭 성기 얘기를 거론해야만 반동성애 교육이 아니다. 그 얘기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교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당국뿐 아니라 재단이사회와 동창회, 학부·신대원까지 고소에 동참했다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해 합일된 입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총신대 학부 총학생회도 22일 "염안섭 원장이 총신대 신대원 원우를 '게이 전도사'로 낙인찍어 한 사람 인생을 몰락시켰다. 현재 수많은 외부 세력이 개입해 총신대를 '동성애 소굴'로 몰아가고 있다. 수많은 학생에게 상처를 준 성희롱 사건을 그런 지저분한 프레임 싸움으로 해석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소속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김종준 총회장 역시 염안섭 원장 행동이 교단과 총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상원 교수 징계는, 이 교수가 잘못 대처해서 문제가 커진 것이다. 동성애는 목숨 걸고라도 막는다는 게 총회 입장이다. 이 교수 징계와 엮어서 학교와 교단을 싸잡아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 (A를) 동성애자로 몰아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죽하면 B 부모도 염 원장을 고소했겠느냐"고 말했다.

반동성애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총신대 앞에서 학교 규탄 시위를 벌이며 압박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반동성애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총신대 앞에서 학교 규탄 시위를 벌이며 압박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당사자들과 교회·학교·교단까지 염안섭 원장의 잘못을 지적하는데도, 염 원장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오히려 순교할 각오로 이 일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 영상에서 "동영상을 업로드한 다음 하루 종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는 공격이 들어왔다. 예수님도 감옥에 갔고 사도 바울, 주기철 목사도 감옥 갔는데 뭐가 두렵나. 목숨 걸고 순교할 각오로 한다. 내가 테러당해 죽는다면 그날이 동성애 반대 운동의 꽃이 피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죽으면 시체를 끌고라도 반대 운동하시라"고 말했다.

염 원장은 2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도 "총신대가 동성애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이상원 교수 사건과 A 사건이 연결된다기보다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보면 그렇다는 거다. 총신대에 동성애자가 있다고 말한 나는 고소하면서, '깡총깡총' 회원과 인터뷰한 <뉴스앤조이>는 왜 고소하지 않는가. 고소를 하려면 다 해야지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 않는 걸 보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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