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지난 주말 결혼식이 있어 모교인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찾았다. 마침 이날은 2021학년도 수시 지원자 면접일이었다. 학부모들이 건물 입구에서 면접에 들어간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학생은 벤치에 앉아 열심히 책을 읽으며 면접을 준비했다.

'저 학생은 왜 신학교에 오려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가 목사가 될 즈음인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했다. 나는 신학과를 졸업한 후 목회의 길을 택하지 않았지만, 나와 달리 목회자가 되어야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안고 들어온 동기·선배들은 현장에서 어렵게 목회하는 경우가 많다. 생계 위협을 받는 이들도 있다.

갈수록 더 힘들어질 것이다. 낮은 신뢰도,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배타성, 급감하는 교인 등 기독교 전체의 문제와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운 좋은 이는 극소수다. 대형 교회 부교역자나 제법 괜찮은 단독 목회지를 구하지 못한 '개미 목사'들은 대부분 생계에 문제를 겪는다. 이것이 이 시대 목회자들의 현실이다.

이번 총회에 고신대 교수회가 내놓은 '이중직 연구 보고서'는 의미심장하다. 고신대 교수회는 "앞서 제시한 모든 노력에도 이중직 상태가 장기 지속될 경우, 한 지역 교회로부터 장기간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목사가 섬기는 그 교회가 과연 주님이 주신 독립적 교회인지 재고하고, 목사가 비난받지 않고 전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신중하게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고신대 교수회는 목사의 생계유지를 위해 공교단의 공적 부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교단이 공적 부조로 목회자들 생계를 의미 있게 책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직을 고려하라'는 주문은 현실적 진단이기도 하다.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신학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목회자가 되는 이도, 더 이상 목회할 마음이 없는데도 계속 남아 있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무책임한 말이기도 하다. 신학교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지가 2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교세가 위축될까 봐, 혹은 '통일되면 북한에서 목회할 이가 많이 필요하다'는 이유까지 들어 가며 목사 수를 늘려 온 것은 교단이다.

'이중직은 필수, 전직은 옵션'이 되는 시대에 교단은 무얼 하고 있는가. 최소한 이중직을 죄악시하는 문화는 고쳐야 하지 않을까. 다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고신대 교수회 보고서처럼 '목사는 목회에 전념해야 한다'는 게 주류 정서다. 작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입법의회에는 이중직 목회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올라왔다가 시간 부족으로 무산된 적도 있었다.

이미 직장 생활이나 노동 현장도 또 다른 사역으로 여기고 목회의 일부분으로 삼는 목회자도 많다. 단순히 생존을 넘어 새로운 사역의 의미를 찾은 것이다. 교단들이 이런 시대 변화를 읽어 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면접에 합격하기 위해 벤치에서 책을 읽던 그 학생은 10년 후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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