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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곯는 목회자들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서
[인터뷰] <강요된 청빈> 출간 정재영 교수 "'정글의 법칙' 같은 한국교회, 공공성 회복해야"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9.11.21 13:34

소수를 제외한 다수의 목회자가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5만 개에 이르는 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어 사실상 빈곤층에 해당한다." (<강요된 청빈>, 31쪽)

"남성 목회자의 월평균 소득은 181만 원인데 비해, 여성 목회자의 월평균 소득은 103만 원에 불과했다. (중략) 시민단체 간사 급여도 최소한 150만 원 이상인 것과 비교해 보면, 여성 목회자들은 사실상 극빈자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고 그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36~37쪽)

"현실에서는 5% 정도의 대형 교회들에 많은 신자들이 몰려 있고, 절반이 넘는 소형 교회와 미자립 교회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94쪽)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가 최근 펴낸 <강요된 청빈 - 목회자의 경제적 현실과 공동체적 극복 방안>(이레서원)은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경제문제를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사례비나 은퇴비를 수억 원씩 받는 목사는 '소수'일 뿐 실제로 대다수 목회자가 궁핍하게 지낸다고 말한다.

목회자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교회보다 목회자 수가 더 많은데, 목회자는 계속 쏟아져 나온다. 한국교회 교세는 전반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전도의 문이 좁아지고 있고, 교회를 향한 인식도 좋지 않다. 목회자에게 '청빈'을 강요하는 문화도 존재한다. 목회자는 돈에 연연하지 말고, 청렴하고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강요된 청빈>에 따르면, 목회자들의 삶은 자발적 청빈이 아니라 강요된 청빈에 가깝다. 교회에 부임하더라도 월 사례비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 교단이 나서서 가난한 목회자들을 지원하면 좋겠지만, 재원이 없다 보니 실질적 도움은 주지 못한다.

가난한 목회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살기 위해 끊임없이 임지를 찾아 헤매거나, 이중직을 하는 이도 있다. <강요된 청빈>은 사지로 내몰리는 목회자들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목회자를 외면하는 일은 교회 '공공성'에 어긋난다며 지금이라도 교단들이 최소한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급변해 가는 한국교회 상황과 가나안 성도, 목회자 경제문제 등을 연구해 온 정재영 교수를 11월 20일 서울 중구 희년평화빌딩에서 만났다. 정 교수는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는 '뻔한' 목회자 경제문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공론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감정적이고 신파적인 요소는 최대한 줄이고, 오늘날 목회자들의 경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말했다.

목회자 경제난 어디서 왔나
'목회자 수급 실패'
'성장 게임'서 실패한 교회는 도태
교회 양극화로 이어져

한국교회 안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사안 중 하나가 '목회자 수급'이다. 찍어 내듯 목회자를 배출하다 보니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초래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목회자가 계속 나오고,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신학교는 199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 현재는 4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 57개가 인가받은 신학교로 파악되고, 나머지는 비인가 신학교이다. (중략) 이들 신학교에서는 매년 7000명 이상의 졸업생들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교회 규모와 청빙에 지원하는 목회자 수가 비례하여 교인 수 100명 규모의 교회에는 100여 통의 지원서가 들어오고, 교인 수 1000명 규모의 교회에는 1000여 통의 지원서가 들어온다고 할 정도이다. (중략)

이러한 목회자 과잉 배출은 과도한 교회 개척으로 이어져 개교회들 사이에, 또는 목회자들 사이에 지나친 경쟁의식을 유발하고 교회의 권위와 신뢰성을 훼손시켜 결국 기독교 선교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많은 개척교회들이 신도시로 몰려 신도시마다 교회가 난립하게 되고, 원하지 않더라도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48~49쪽)

정재영 교수는 이런 현상이 미래를 내다보지 않은 채 배출에만 몰두해 온 한국교회의 실책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갈수록 신학생이 줄고 있어서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목회자 수급 불균형 문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교회에 만연한 '개교회주의'도 목회자 경제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우리 교회'가 먼저 잘돼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이 형성됐고, 교회끼리 경쟁하듯 성장 게임을 펼쳤다는 것이다. 성장 게임에서 도태된 목회자와 교회는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다. 정 교수는 하나님을 믿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받드는 교회의 '공공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상에 있는 모든 교회가 똑같은 하나님의 교회이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로 여겨져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두 잠재적 경쟁 관계에 있다. 가까운 곳에 다른 교회가 세워지면 그 교회를 우리 교회가 협력해야 할 지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가 누르고 이겨야 할 경쟁자로 여기기 때문에, 그 교회 설립이 전혀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62쪽)

"우리는 모두 교회를 공동체라고 칭하고 흔히 사도행전에 나오는 '유무상통하는 공동체'로서의 초대교회를 떠올리지만, 현실의 교회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뉘고 직분에 따라서도 나뉘는 매우 형식적인 조직에 가깝다." (141쪽)

한국교회는 자본주의와 발을 맞춰 걷고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체제의 병폐와 부작용이 교회 안에서도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 대표적이다.

"예장통합 교단 조사에 의하면, 교인 수 100명이 안 되는 교회가 전체 교단 교회의 수의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교회에 등록된 교인은 전체 교단 교인 수의 불과 7.5%에 그쳤다. 반면에 교인이 500명 이상 출석하는 교회는 전체의 7.4%에 불과했지만, 이들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은 전체의 74.4%를 차지했다. 이러한 교회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계속될 것이다." (74~75쪽)

정재영 교수는 양극화라는 교회 쏠림 현상으로 큰 교회만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교회는 '고사'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전체 7만 교회 중 5만 교회 목회자들이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양극화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목회자들이 처한 상황을 '정글의 법칙'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개인 문제로 취급하는 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 국가가 최소한의 복지 제도를 시행하듯이, 교단도 어느 정도 목회자들을 뒷받침해야 한다. 정글의 법칙처럼 '알아서 살아남으라' 하는 건 성경적이지도, 공동체적이지도 않다.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는 다양한 이유로 목회자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장 '생활 보장 제도' 권장
"하나님이 지켜 줄 거라는
자기 확신 벗어나 현실 직시해야"

한국교회에는 300개가 넘는 교단이 있지만, 목회자 경제에 관여하는 교단은 채 10곳이 되지 않는다. 정재영 교수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육순종 총회장)가 시행 중인 '생활 보호 제도'를 언급하면서 "바람직한 제도다. 전반적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장 교단은 자립 교회에 한해 의무적으로 일정 금액의 상회비를 부담하게 한다. 이 돈으로 예산 3600만 원 이하 미자립 교회에 매달 30만 원 정도를 지원한다. 생활 보장 제도에는 교단 소속 90% 이상 교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1600여 교회 중 400여 교회가 도움을 받고 있다.

정재영 교수는 만약 1970~1990년대처럼 교회가 부흥하는 시기였다면 오늘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잘 먹고 잘사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으로 종교 관심도가 낮아졌고, 교회도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현실의 심각성을 보여 주는 각종 지표가 나와도, 의외로 목회자들 관심이 낮다고 했다.

정 교수는 "현장에서 만난 목회자들이 생각보다 한국교회 관련 통계들을 모르고 있더라. 자기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나님이 채워 주실 거다', '하나님이 지켜 주실 거다'는 자기 확신이 강했다. 믿음도 믿음이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는 목회자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여러 시도를 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목회자들이 가진 돈의 십일조를 떼서라도 가난한 동료 목회자들을 챙기자는 운동은 어떨까. 십시일반이라도 하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예비 목회자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전도, 개척의 방식으로는 쉽게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보다 먼저 목회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과거에는 목회자가 설교와 전도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지금은 예측 불가능한 시대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종교적 욕구가 어떤지 모른다"고 말했다.

기성 교회나 대형 교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이중직을 할 각오도 있어야 하고, 자기만의 목회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했다. 목사 안수를 받았으니 무조건 '목회'를 해야 한다는 강박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정재영 교수는 "한때 도서관, 카페 목회가 유행했다. 교회 문턱을 낮추고 소통하는 장점은 있었지만, 그게 곧장 전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괜찮아 보인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해서는 안 된다. 자기만의 목회를 디자인해야 한다. 마을과 지역 조사도 충분히 하고, 주민이 뭘 필요로 하는지 대화하면서 공동체를 천천히 세워 가야 한다.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강요된 청빈>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경제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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