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윤광원 목사(34)는 20대 중반 폐에 종양이 생겨 큰 수술을 받았다.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가 몸을 망가뜨렸다. 다행히 꾸준한 재활을 거쳐 몸을 회복했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사역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학대학원 진학과 동시에 헬스 트레이닝을 병행했다. 몇 년이 지나자 주위에서 피트니스 대회에 한번 나가 보라고 권유할 정도로 몸이 만들어졌다.

윤 목사는 2017년 5월 국내 대회에 참가한 직후 이탈리아에서 열린 INBA(International Natural Bodybuilding Association) 대회에 나갔다. 이 대회에서 윤 목사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예상하지 못한 큰 성과를 거둔 뒤 윤 목사의 생각이 바뀌었다. 만일 폐에 문제가 없었다면 지금의 모습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향한 부르심이 있다고 판단한 윤 목사는 '건강 사역'의 길로 뛰어들었다.

현재 윤광원 목사는 서울 목동스포츠센터에서 '헬스매니저'를 맡고 있다. 회원 건강관리를 비롯해 행정·홍보 등의 일을 한다. 11월 7일 센터에서 만난 윤 목사는 "몸이 건강해지니까 마음도 신앙도 건강해졌다. 누군가의 건강을 돌볼 수 있어 뿌듯하다. 하나님께서 (나를) 독특한 방식으로 쓰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윤 목사는 피트니스 대회를 앞둔 한 여성 회원을 가르치고 있었다. 1시간 30분 동안 회원의 웨이트트레이닝을 돕고, 워킹과 포징을 지도했다. 코칭을 마친 뒤 윤 목사는 여성 회원을 위해 소리 내어 기도했다. 생경한 광경이었다.

일주일 중 5일을 스포츠센터에서 일하고, 격주로 토요일까지 출근한다.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교육목사로 일한다. 윤 목사가 소속된 교회에서는 그가 주중에 헬스매니저 일을 하는 것을 적극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준다. '이중직' 이야기가 나왔을 때 윤 목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자신은 특수 목회처럼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이지, 단 한 번도 이중직으로 생각한 적 없다고 했다.

그는 "음악 목회나 특수 목회와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한다. 나에게 '헬스 트레이닝'은 복음을 전하는 도구다. 세상에서 사람들의 영·혼·육을 케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벌고자 보험 가입하듯이 이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몇몇 분은 '왜 교회 사역 안 하고 이런 거 하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나는 '건강 사역' 차원에서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윤 목사의 아버지도 목사다. 전통 목회를 해 온 아버지에게 받은 응원과 지지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기존 방식과 다른 목회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 '너의 목회 때는 그게 맞는 것 같다'면서 지지해 주셨다. 보수적이신 아버지까지 이해해 주니까 도전해 볼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일하면서 교인들 어려운 삶 공감
"젊은 목회자들, 연단 없는 삶 없어
무너지지 말고 끝까지 나아갔으면"
일과 목회를 병행하는 윤 목사는 이중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수 목회처럼 사람들의 영·혼·육을 돌보는 사역이라고 강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일과 목회를 병행하는 윤 목사는 이중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수 목회처럼 사람들의 영·혼·육을 돌보는 사역이라고 강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할 때마다 다중이 모이는 시설은 제재를 받았는데, 윤광원 목사가 일하는 스포츠센터도 마찬가지다. 올해 4~5월, 한 달 반 문을 닫았다. 센터도 타격을 입었다. 윤 목사는 "내가 교회에만 있었다면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실질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잘 몰랐을 것 같다. 세상에 들어가 있다 보니까 성도들의 삶이 어렵다는 걸 느낄 수 있고 공감도 잘 된다"고 말했다.

교인 수가 줄고 목회자가 갈 임지는 줄면서, 목회 외 다른 일을 병행하는 젊은 목회자가 늘고 있다. 윤 목사는 이런 목회자들을 향해,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이 분명히 있다면서 불안하겠지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자신처럼 기존과 다른 방식의 목회를 꿈꾼다면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특한 케이스로 부르심을 받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명을 점검한 후에는 기술과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나는 트레이닝 자격증이 7개 있다. 제대로 준비하고 노력해야 그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지만, 분명한 사명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고 이 일을 해 나가니까 하나하나 이뤄지는 게 느껴진다."

윤광원 목사의 꿈은 100세 시대에 발맞춰 건강 사역을 실현하는 것이다. 좋은 팀을 꾸려서 스포츠센터를 열고, 일반인뿐만 아니라 목회자를 대상으로 건강 돌봄 사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센터가 일상의 예배당이 되고, 건강한 마음과 신앙을 전하는 도구가 될 것을 믿는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 갈 무렵 윤 목사가 로마서 12장 1절을 읊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나는 몸을 잘 돌보는 것도 영적 예배라고 생각한다. 한번 건강을 잃고 회복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메시지를 받았다. 연단 없는 삶은 없다. 특별히 나와 같이 젊은 세대의 목회자가 무너지지 않고 소망을 두고 꾸준히 자신을 점검하면서 나아갔으면 한다."

윤광원 목사는 세계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윤광원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윤광원 목사는 세계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윤광원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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